우리땅 구석구석

전남 진도(珍島)에 가거들랑 꼭 이 산들을 올라가 보세요. 첨찰산, 동석산, 남망산이랍니다

↑ 접도 남망산 아래 여미주차장에 서 있는 대형 팽나무. 광고 속 한 장면처럼 멋지다.

 

by 김지지

 

전남 진도는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섬이 크니 내세울만한 산도 많다. 대표산을 꼽으면 첨찰산, 동석산, 여귀산, 남망산이다. 4개의 산 중 아직 인연이 없는 여귀산을 빼고 3개의 산을 둘러보았다. 오른 순서대로 소개한다.

 

■첨찰산

 

일정에 없었으나 올라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갑자기 결정

생애 처음 전남 진도 땅을 밟은 것은 2019년 4월 29일이었다. 진도대교를 건너 먼저 달려간 곳은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9~1892)이 말년 여생을 보낸 운림산방이다. 화실을 중심으로 연못(운림지), 초가집 생가,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실이자 공원이다.

운림산방을 뒤에서 감싸고 있는 산이 첨찰산(485m)이다. 진도에 가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산이었으나 막상 가까이 가보니 수려하고 편안하다. 게다가 진도 최고봉이란다. 올라가지 않으면 훗날 후회할 것 같아 산행을 시도했다. 일정에 없던 계획이라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살펴보니 두목재 코스가 있다. 운림산방 우측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승용차로 올라가면 만나는 곳이 두목재다. 그곳까지 거리는 길지 않으나 마치 설악산의 미시령을 올라가는 길의 축소판처럼 운치가 있다.

운림산방과 첨찰산

 

두목재를 경계로 왼쪽(북쪽)이 첨찰산이고 오른쪽(남쪽)이 덕신산(398m)이다. 두목재 너머로 내려가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회동리 바닷가다. 두목재에 주차하고 1.7㎞ 거리의 첨찰산 정상을 향해 숲속 길을 오르려고 하는데 1.4㎞ 정도 올라가면 기상대가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두목재에서 기상대까지 이어진 포장도로를 승용차로 타고가다가 기상대 부근에서 300m만 걸어올라가면 정상이라는 것이다.

산 위에서까지 시멘트 길과 콘크리트 건물을 만나는 게 싫어 등정을 포기하고 운림산방 바로 옆 울창한 수림 속의 쌍계사를 거쳐 완만하게 이어지는 첨찰산 허리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멀지 않은 듯 해 배낭은 차에 놓고 몸만 움직였다. 마실 것과 먹을 것도 없이 빈손이었다. 입구에서부터 허리까지는 1.5㎞ 정도이고, 정상까지 거리는 2.5~3㎞다.

첨찰산 산행도

 

쌍계사는 진도 내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리산의 쌍계사처럼 절 양쪽으로 하천이 흘러 쌍계사 이름이 붙여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해남 대흥사의 말사로 857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대웅전의 건립 연대는 1982년 대웅전의 지붕을 보수할 때 발견된 상량문의 연대가 강희 36년 즉 숙종 23년이란 기록이 나와 1697년에 건립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를 이곳에서 찍었다. 영화 속 뱃놀이 장면은 운림산방 연못에서 촬영했다. 해탈문에 걸려 있는 ‘첨찰산 쌍계사(尖察山 雙溪寺)’ 현판은 유명 서예가 김응현(1927~2007)이 썼다.

첨찰산 입구의 쌍계사

 

산 속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원시림 모습

쌍계사 왼쪽 길을 지나 산에 오르는데 길이 완만하고 편안하다. 초입부터 눈부신 연초록의 울창한 수목이 이어져 정상까지 오르기로 마음을 바꿨다. 실제로 첨찰산은 평범한 산이 아니었다.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원시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초입의 팻말을 보자. 입구(주차장)에서 삼선암 약수터까지 1.3㎞, 다시 0.5㎞를 오르면 넓적바위다. 이곳까지는 경사가 완만하고 이따금씩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게 자란 나무가 무성하다. 새소리도 다른 산보다는 많이 들려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무엇보다 흙산이라 발이 편했다. 넓적바위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오른쪽 코스는 0.7㎞, 왼쪽 코스는 1.2㎞다. 코스가 짧은만큼 경사가 심할 것이 분명한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경사는 있지만 나무데크길로 잘 정비해 놓아 오르는데 별 무리가 없다.

정상에서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봉수대(9×8.5m)가 진도 전역을 살피고 있다. 다만 정상 한 켠에 설치된 통신중계탑은 수려한 산세에 어울리지 않아 볼썽사납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넓적바위까지 긴 코스(1.2㎞)를 이용했다. 이 길의 특징은 동백군락지가 넓게 퍼져있다는 것이다. 동백이 만개할 2월이나 3월의 모습이 궁금했다. 정말이지 동백 없는 남도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안내판에는 2시간으로 되어있으니 그만큼 쉬엄쉬엄 올라갔다는 얘기다.

첨찰산에 올라갔으나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두목재에서 덕신산까지 올랐다가 운림산방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있음을 알아두자. 두목재 →(0.8㎞)→ 덕신산(398m) →(1.4㎞)→ 화개봉(385m) →(1.3㎞)→ 학정봉(390m) →(1.5㎞)→주차장을 걷는데 거리는 5㎞이고 3~4시간 정도 걸린다.

첨찰산 정상 모습

 

■동석산

 

야트막한 산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강렬… 그냥 큰 한덩이의 바위같아

진도 서쪽의 동석산(219m)은 전북 진안의 마이산처럼 산 전체가 기묘한 모습의 바위산이어서 서울을 떠날 때부터 궁금했던 곳이다. 코스는 크게 2개다. 육지 쪽의 천종사·종성교회와 바다 쪽의 세방낙조 전망지에서 오르는 코스다. 두 코스는 서로 이어져 있어 반대 쪽으로 하산해도 된다. 대개는 천종사나 종성교회 쪽을 선호한다. 세방낙조 전망지보다는 정상이 가깝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땀을 흘리거나 동석산 바위산의 전모를 알고 싶어하는 등산객은 천종사 코스보다는 거리가 조금 더 긴 종성교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동석산 암릉

 

나와 아내는 천종사 부근 주차장을 들머리로 삼아 세방낙조 전망대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거리는 5.5㎞이지만 바위지대를 우회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3~4시간이 소요된다. 높이도 219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멀리서 바라본 인상은 강렬하다. 그냥 큰 한덩이의 바위같다. 주차장 대형 안내지도에 구간 표시가 분명치 않고 거리와 시간도 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1㎞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다. 하지만 전체가 바위산이어서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오름길은 천종사 왼쪽 옆으로 나 있다. 등산 초입의 급경사는 폐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오래된 것이어서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고색(古色)이어서 나름 분위기가 있다. 500m 정도의 급경사를 오르니 동석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암릉 구간이다. 북쪽으로는 동석산 정상으로 가는 바위길이 길게 펼쳐져 있고 남쪽에는 동석바위 전망대가 있다. 암질은 마이산처럼 표면이 쉽게 부서진다. 동행한 아내가 “보기만해도 아찔하다”며 “당신 혼자 다녀오라” 하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암릉에서 삐끗했다간 일이 커질 것 같아 정상은 포기

동석산을 소개한 산행기를 보면 “아찔하지만 시설물을 잘 만들어놓아 위험하지는 않다”고 씌어 있어서 그 글을 믿고 홀로 정상으로 향하는 칼날 바위 능선을 탔다, 능선 옆은 낭떠러지이지만 위험구간은 피해갈 수 있도록 우회로를 잘 조성해놓았다. 바위 능선마다 철로 만든 줄이나 밧줄이 있고 손잡이와 발판 역할을 하는 철제 링을 박아둬 위험하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등산 초보가 오르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등산 초보는 아니지만 중간에 살짝 미끄러져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을 200m 앞두고 급경사 바위를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정상 쪽을 바라보니 움찔해지고 다소 겁이 났다. 무엇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가야 하는 게 문제였다. 혹시라도 미끄러지거나 삐끗했다간 일이 커질 것이다. 그동안 전국의 많은 산을 경험했지만 그렇게 긴장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동석산 지도 (출처 국제신문)

 

결국 정상을 200m 앞두고 포기했다. 세방낙조 휴게소로 내려가 그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려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내 경우에서 보듯 가파른 암릉을 가로질러야 하는 동석산 산행은 분명 초보자에게는 버겁다. 물론 내 경우는 홀로 산행해야 하는 점과 고소공포증이 작용했다. 마음 속으로 “I will back!”을 다짐하며 내려왔다.

나는 실패했지만 내가 포기한 곳에서 200m만 더 가면 동석산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다. 이후 바위절벽 위 암릉을 오르내리거나 우회하면 삼각점(231m) 봉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조금만 더 전진하면 동석산 능선에서 최고봉인 석적막산(427m)에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져 동석산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석적막산을 지나면 평범한 숲길을 통해 큰애기봉(283m) 전망대까지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큰애기봉 직전의 삼거리에서 서쪽의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세방낙조 전망대다.

 

■남망산

 

진도와 연결된 다리 생기고 ‘웰빙 등산로’ 개설되면서 많은 등산객 찾아와

2019년 4월 진도여행에서 오른 산은 첨찰산과 동석산이다. 여귀산(457m)과 남망산(164m)도 오르고 싶었으나 일정이 빡빡해 다음으로 연기했다. 나중 진도를 찾을 때 최우선 찾아가리라 했지만 기약은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0년 4월 25일 고교 동창들과 진도를 찾았을 때 마침 숙소와 가까운 남망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여귀산은 여전히 인연이 없었지만 남망산이라도 오르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남망산은 진도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섬 속의 섬인 접도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언젠가 진도와 연결된 다리가 생기고 ‘웰빙 등산로’가 개설되면서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 섬으로 변했다. 겉보기와 달리 풍광이 아주 뛰어나다는 입소문까지 돌면서 전국적 명소로 알려졌다. 웰빙 등산로는 이름만 보면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모든 코스를 다 도는데 총거리 11㎞에 4~5시간이나 걸리므로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산행 코스로도 손색없다. 멀리서 보면 별 특징이 없는 바닷가 야산에 불과해 보이지만 막상 섬 안으로 들어서면 상록수림이 울창해 수목원이 연상되고 기암절벽도 즐비하다. 특히 서쪽 솔섬 해안에 발달한 2㎞에 이르는 해식애(海蝕崖)는 장관이다.

남망산 웰빙 등산로

 

웰빙 등산로의 출발지는 동쪽의 수품항이다. 등산로는 여러갈래로 뻗어있으나 크게 2개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수품항에서 시작해 접도 동쪽의 일출봉과 아기밴바위, 아홉봉을 돌아보는 것이다. 수품항 뒤쪽의 산자락을 따라 10분 정도 가다가 능선에 올라서면 ‘일출봉 130m, 아홉봉 880m’라고 쓴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왼쪽 일출봉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잠시 걸어가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장소에 닿는다. 갈림길로 돌아와 300m쯤 더 가면 삼거리가 하나가 더 나온다. 이 갈림목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주변 섬의 아홉 개 봉우리가 보이는 아홉봉 전망대로 갈 수 있다. 거리는 3.5㎞이고 시간은 왕복 1시간 걸린다.

2코스는 수품항에서 산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산 중턱의 주차장이나 바닷가 쪽 여미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어느 구간이든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체력에 맞게 적당한 지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제2코스는 입구~쥐바위~거북바위~12간지나무~동백숲~병풍바위~부부느티나무~선달봉삼거리~고래바위~에스컬레이터바위~솔섬해안~여미사거리~해안누리길~여미주차장 순으로 이어지는데 7.3㎞거리에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길은 전반적으로 흙산이라 편하다. 숲도 적당히 우거져 힐링에도 좋다.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전체적으로 길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산의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미리 안내도를 숙지하거나 개념도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남망산 쥐바위에서 내려다본 접도만 해안

 

바닷가 야산인데도 상록수림 울창하고 기암절벽이 즐비

제2코스 입구 대형바위에 ‘체력은 정력’ 새겨놓은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주능선을 따라 100m 정도 오르면 쥐바위를 오르는 가파른 사면 직전에 갈림목이 있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접도 최고봉인 남망산(164m)이다. 왕복 30분 정도 잡아야 한다. 누군가 정상 경사면 바위에 작은 돌탑으로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남망산 정상에서는 수품항 전경과 여귀산이 조망된다. 하지만 이 길은 정식 웰빙 등산로가 아니어서 생략하는 탐방객이 많다.

갈림길에서 왼쪽의 쥐바위(159m)는 대여섯 개의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나무다리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남망산 정상과 다름없는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남망산에서 유일하게 전체 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동쪽 접도만 해안이 손바닥처럼 내려다 보인다. 접도만은 해변이 반달모양으로 동그마니 파여 선창이라기보단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다.

남방산(왼쪽)과 쥐바위 정상표지석

 

쥐바위를 지나 거북바위에서 다시 한 번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고 나면 오솔길 같은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에는 나무 뿌리는 하나인데 가지가 여러개인 특이한 모양의 연리지나무가 많다. 대표적인 게 ‘12간지나무’다. 한 몸통에서 나온 12개의 가지에 12마리의 동물을 뜻하는 글자를 붙여 십이간지를 표기해 놓았다. 문제는 노란 종이를 만들어 붙여 자연의 느낌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흉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촌스럽고 조악하다. 그러니 사진을 찍으면 유치할 수밖에 없다.

12간지나무

 

왜구들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금갑진성터’와 공터처럼 넓은 ‘군막 터’를 지나면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5~10분 걷는 동안 햇빛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동백나무 숲이다. 이 숲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병풍바위(154m)로 올라가는데 그만 그 길을 놓쳐 동백나무로 가득한 왼쪽 병풍계곡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올라가야 했다. 병풍바위로 올라서니 상록수림이 빽빽하게 우거진 조망터다.

병풍바위 정상에서 둘러본 남망산 일대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들쭉날쭉한 리아시스식 해변 모습이 장관

병풍바위에서 몇분 정도 내려가면 ‘사랑의 숲’이다. 연리목, 연리지, 연리근, 넘녀합방나무, 여성느티나무, 남근느티나무 등이 자라고 있어서 붙여진 숲 이름이다. 가장 인상적인 나무가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수령 150년쯤 되는 어른 키 높이에 여성의 거시기를 연상시키는 지름 50㎝가 됨직한 원형의 가지를 한 느티나무와 그 왼쪽 20여 m 거리에 마치 원형을 향해 고개를 쳐든 남성처럼 생긴 느티나무 등걸이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여성 느티나무와 남성 느티나무다. 그런데 남성 느티나무의 남근은 느티나무 가지 중 뒤를 남겨놓고 가장 굵은 부분을 잘라내 모양을 만들었다. 인위적이지만 테마로 엮어 소개하려는 공무원들의 노력은 가상하다. 그럼에도 이 나무들 역시 ‘12간지나무’처럼 나무 한 가운데에 노란 종이를 붙여놓았다.

부부느티나무를 지나니 선달봉삼거리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고래등을 연상하는 고래바위가 보이고 솔섬바위와 솔섬으로 이어진다. 솔섬바위 부근에 세계 ‘세계 최대의 모새나무’란 팻말이 세워져있다. 처음 들어보는 나무여서 검색해봤더니 한국, 일본, 중국 해안에서 자라는 상록관목으로 높이는 1~3m이고 가지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의 모새나무가 5m가 넘어 세계 최대라고 한 것이다. 선달봉삼거리 왼쪽 방향은 여미사거리이고 그곳에서 왼쪽 방향으로 여미가 있고 오른쪽 방향으로는 동백계곡, 작은여미, 솔섬해안으로 이어진다. 직진하면 솔섬해안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말똥바위다.

거대한 고래등을 연상하는 고래바위 (출처 진도군청)

 

모새나무를 지나 계속 내려가면 바다가 조망되는데 더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안전로프를 잡고 해안 암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30m 높이의 암벽 사이로 겨우 한 명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곳에 계단을 설치했다. 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 같다고 해 에스컬레이터 바위란 이름을 얻었다. 해변의 바위들은 용암이 바다로 흘러가다 순식간에 식은 모습이다. 아파트 7층 높이의 수직절벽에는 볼트가 무수하게 박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벽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들쭉날쭉한 리아시스식 해변 모습이 장관이다. 말똥바위에서 여미사거리로 돌아와 해안가를 옆에 끼고 돌아오면 여미주차장에 닿는다. 그곳에 기품 있어 보이는 대형 팽나무가 있는데 해안과 어울리니 정말 멋진 그림이다.

또다시 다음으로 미루게 된 여귀산은 진도군이 첨찰산과 더불어 진도의 2대 명산으로 꼽는 산이다. 정상은 돌출한 암봉이지만 양쪽 능선은 부드러운 산세를 띤다. 작고 아담해 쉬엄쉬엄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산행이 끝난다. 정상에 오르면 주변의 산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일출과 석양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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