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월출산 국립공원 ① 천황탐방지원센터~구름다리~천황봉~원점회귀] 암릉마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수석들의 전시장

↑ 남쪽에서 바라본 월출산 천황봉 전경. 온통 암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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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지

 

■코스별 거리

☞ 천황야영장~구름다리~천황봉~바람골~천황야영장 : 5.5㎞

☞ 천황야영장~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도갑사 : 9㎞

☞ 천황야영장~구름다리~천황봉~바람재~경포대계곡 : 7.5㎞

☞ 도갑사~구정봉~천황봉~구름다리~천황야영장 : 9㎞

☞ 영암체육관~산성대~천황봉~구름다리~천황야영장 : 6.8㎞

☞ 영암체육관~산성대~천황봉~미왕재~경포대계곡: 7.2㎞

 

■1980년 친구들과의 설악산 등정 후 40년만에 이뤄진 2박 3일 등산 여행

40년 전인 1980년 여름, 대학교 1, 2학년이던 고교 친구 5명이 생애 처음 설악산에 도전했다. 그것도 설악산에서 가장 힘들다는 공룡능선이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우리는 고생만 잔뜩한 채 공룡능선은 타지 못하고 대청봉 정상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우리 코스는 설악동에서 올라가 마등령을 지나 공룡능선을 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룡능선 입구를 찾지 못한데다 날이 어둡고 비가 내려 결국에는 헤매다가 찾아간 곳이 오세암이었다. 비를 맞으며 구형 텐트를 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오세암 입구 도로에 텐트를 치고 새우잠을 잤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텐트 속으로 밤새 물이 들어왔는데도 그것도 모른 채 곤히 잠을 잤다.

다음날 다행히 비가 그쳤으나 계곡 물이 불어나 오세암 부근에서 하루 더 쉰 후 다음날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으로 올라갔다가 설악동으로 하산했다. 그렇게 걸어간 거리는 25㎞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은 기림 순호 백운 영석 정형 이렇게 다섯이다. 그중 백운은 2008년 5월 하늘나라로 떠나 현재는 4명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1980년 여름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을 때 모습

 

그러던 중 2020년 4월 초, 4명의 친구들이 4월 24일부터 2박 3일간 전라남도의 몇몇 산을 다녀오기로 의기투합했다. 거창하게 말하면 설악산 등정 40주년 기념 산행인 셈이다. 그중 첫 일정이 전남 영암의 월출산 등정이었다. 다음 후보지는 해남의 두륜산과 달마산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영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달마산 종주만 하고 두륜산은 시간이 빠듯해 대흥사만 둘러보았다. 월출산은 평소 가고 싶었던 100대 명산 중 한 곳이어서 내심 반가웠으나 운동은 좋아하지만 산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기림이가 한동안 망설이다가 동참하니 기림이 덕분에 40년만의 산행이 성사된 셈이다. 영석의 지프를 타고 서울을 떠난 것은 2020년 4월 24일 오전 6시 30분이었다. 40년 전 설악산이 그러했듯 다행히 월출산도 모두 처음이었다.

 

■월출산은 이런 곳

월출산은 설악산·주왕산과 함께 국내 ‘3대 바위산’으로 꼽히는 암릉 명산이다. 기암과 산줄기가 겹쳐지며 만들어낸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절로 탄성이 나오게 된다. ‘호남의 금강산’ ‘남도의 소금강산’으로 불리는데 사실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자랑하는 곳은 월출산 말고도 해남의 달마산, 전북 완주의 대둔산도 있다.

월출산은 최고봉인 천황봉(810m)을 중심으로 구정봉, 사자봉, 장군봉, 향로봉 등 걸출한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국립공원 중 면적은 가장 작으나 암릉미에서만큼은 어느 국립공원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능선마다 우뚝하게 솟아있는 온갖 형상의 걸출한 바위들이 월출산의 매력을 더해준다.

월출산 천황탐방지원센터 입구

 

월출산은 영산강을 끼고 있는 영암평야와 나주평야의 너른 들에 홀로 우뚝 솟아 있어 영암 땅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목포, 화순, 나주에서도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근육질 남자처럼 당당하고 올라가보면 오밀조밀한 바위탑과 봉우리들이 사통팔달로 펼쳐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인문지리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昇朝天)의 지세’, 즉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내뿜는 기를 지닌 땅’이라고 적었다. 월출산(月出山)의 한자를 풀어쓰면 ‘달맞이 산’이다. 그래서 월출산 자락엔 월곡리·송월리·월남리·월롱리·야월리 등 ‘달 월(月)’ 자가 들어간 마을이 많다. 영암 지명도 월출산에서 유래했다.

 

■등산길 : 등산길 : 천황사~구름다리~천황야영장

월출산 등정의 주요 들머리는 천황사, 도갑사, 경포대, 산성대 입구 네 곳이다. 국립공원 용어로는 천황탐방지원센터, 경포대탐방지원센터, 도갑분소, 산성대입구다. 네 곳 중 경포대 기점만 강진군에 속하고 나머지 세 곳은 영암군 쪽에 있다. 어느 등산로를 택하든 정상인 천황봉에 올랐다가 들머리로 되돌아 내려오는데 5~7㎞ 거리에 4~6시간쯤 걸린다. 다만 천황사~천황봉~도갑사 종주 코스(9.8㎞)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월출산 주요 등산로

 

우리는 월출산 초행자여서 가장 일반적인 천황사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했다. 즉 천황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 올라갔다가 바람골을 거쳐 천황사탐방지원센터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월출산에 다가갔을 때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월출산 옆 어마어마하게 너른 평지에 조성한 유채꽃밭이다. 작년 이맘 때 전남 강진을 가던 중 유채꽃 축제를 하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1년 만에 또다시 그 유채꽃밭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유채축제를 포기했는데 다행히 제주도, 강원도의 일부 지역처럼 갈아엎지는 않았다. 덕분에 유채꽃밭에 들어가서 4명의 중년 남성들이 여고 동창들처럼 이런저런 포즈를 하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유채꽃발에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유채꽃밭

 

구름다리는 월출산의 명물 

천황사탐방센터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보통은 여기에 주차하고 천황사야영장까지 포장도로를 20분 정도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간 날은 평일인데다 코로나 때문에 등산객이 적어서인지 야영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어 20분을 절약했다. 날씨가 좋다. 1년 중 최고의 계절답게 봄날의 햇살이 따사롭다. 여행의 성공 여부는 8할이 날씨라는데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오늘의 산행은 시작할 때부터 8할이 성공한 셈이다.

등산로 입구는 야영장 옆에 있다. 입구로 들어서니 왼쪽으로 월출산 바우제가 있다. 천황봉에 놓여있는 소사지에서 지내던 제사를 이곳으로 옮겨와 매년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바우제 제단 옆에 대형 화강암이 있다. 높이가 8m, 폭이 9m나 되는 용바위다.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천황사 갈림길’ 이정표와 작은 목교가 보인다. 왼쪽으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천황사이고 목교를 건너는 오른쪽이 바람폭포와 바람골 방향이다. 우리는 천황사~구름다리로 올라가 바람골로 내려올 예정이다. 천황사는 사자봉 아래 평탄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사찰이다. 한 눈에 봐도 최근에 지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나 오랫동안 폐사지였다. 1995년 발굴조사 때 절 이름이 사자사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2004년 새로 지으면서 천황사로 창건했다.

천황사

 

천황사를 지나면 길이 가팔라지고 급사면을 따라 오르면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입구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구름다리는 시루봉과 매봉 사이를 잇는 현수교로 해발고도 518m, 지상고도 120m 허공에 설치된 다리다. 길이 54m, 폭 1m로 양방향 통행이 가능하다. 다리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풍광이 빼어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고도감이 아찔하다. 이와 비슷한 구름다리는 봉화의 청량산 정도일 것이다.

구름다리 (출처 영암군청)

 

천황봉 꼭대기에 서니 영암·강진 주변의 산줄기들과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와

구름다리를 건너니 급경사 철계단이 시작된다. 가파르고 좁아 저절로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다가도 뒤를 돌아봤을 때 펼쳐지는 경치를 보면 긴장감이 풀어진다. 높이 올라갈수록 내려다보이는 영암의 평야가 참으로 넓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저 멀리 산 아래 왼쪽에는 영암읍이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진노랑의 유채꽃밭과 초록의 밭이 넓게 펼쳐있다. 주변의 산을 바라보면 기암기석의 연속이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괜히 국립공원이 아니다.

사자봉 뒤로 한참을 내려가다가 경포대와 천황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쪽으로 또 한참을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가다가 천황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조그만 바위 위에서 대충 싸가지고 온 과일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한다. 이후 비탈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천황봉 정상에서 300m 아래에 통천문 삼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통천문의 급경사 나무 데크(250개)를 힘들게 오르니 통천문(通天門)이다. 천황봉의 문(門) 역할을 한다고 해서 통천문이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통천문 바위를 지나 100m를 오르니 너른 바위봉인 천황봉이다.

월출산 천황봉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

 

천황봉 꼭대기는 사통팔달이다. 영암 읍내는 물론 영암·강진 주변의 산줄기들과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북쪽으론 활성산(498m) 능선의 풍력발전기 무리가, 서쪽으로는 굽이치는 영암호 물길 일부가 아득하다. 우리가 올라온 길 쪽으로는 가파른 산자락과 바위 봉우리들이 펼쳐있고 남서쪽으로는 구정봉과 향로봉 등으로 이어진 능선 종주길이 선명하다. 대형 자연석으로 만든 정상석 앞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니 절로 뿌듯하다.

정상석 뒤에는 월출산 소사지(小祀址) 제단이 있다. 소사란 ‘작은 제사’를 말하는데, 통일신라·고려 때부터 나라 주관의 제사(소사)를 하늘에 올리고, 조선시대엔 영암군수 주관으로 제를 지냈다. 백두산·금강산·묘향산·지리산·삼각산 등 전국의 명산대천에서는 큰 제사(大祀)와 중간 제사(中祀)를 지냈다.

천황봉 정상에서 도갑사 방향 촬영. 사진 위쪽 가운데가 큰바위얼굴이고 그 위가 구정봉이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 향로봉이다.

 

■하산길 : 천황봉~바람골~천황야영장

 

기암기봉의 조각품을 바라보거나 내려다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

바람골 방향의 하산은 정상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광암터삼거리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황봉~광암터삼거리 구간은 월출산의 동쪽 비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북쪽 장군봉(510m) 능선의 전모도 드러난다. 덕분에 기암기봉의 조각품을 바라보거나 내려다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암터삼거리의 왼쪽은 신성대 코스이고 오른쪽은 장군봉과 바람골 방향이다.

산성대능선(왼쪽)과 장군봉(오른쪽). 왼쪽 가장 뒤에 있는 것이 산성대다. 왼편 아래쪽에 광암터삼거리가 있고 오른쪽 계단이 바람골로 이어진다.

 

광암터삼거리에서 바람골로 20분 정도 내려가니 육형제바위 조망대다. 왼쪽 장군봉 능선에 위치한 바위들이 마치 6형제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 혹은 장군들이 투구를 쓰고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장군바위라고도 한다. 조망대 데크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니 천하가 내 세상인 듯 절로 우쭐해진다. 육형제바위를 설명한 영문 안내문을 보고 해외유학파인 영석이가 엉터리라며 혀를 끌끌찬다.

육형제바위에서 내려가니 멀리 오른쪽으로 구름다리가 허공에 걸려있고 그 오른쪽 사자봉 능선 위에 식빵을 싹둑 잘라놓은 것 같은 바위가 위태롭게 서있다. 공단 측은 오래된 책을 꽂아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책바위라고 이름을 지어놓고는 또는 식빵바위라고 불린다고 설명을 달았는데 누가보아도 식빵처럼 보이지 책하고는 거리가 멀다. 조금 더 내려가니 바람골의 명물인 15m 높이의 바람폭포다. 구름다리에서 400m 쯤 아래에 있다. 지금은 봄이어서 물이 쫄쫄쫄 내리고 평소에도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사계절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구름다리가 멀리 왼쪽 허공에 걸려있고 오른쪽에 책바위가 위태위태하게 서 있다.

 

바람골을 지나 원점회귀한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다. 오전 11시 20분 출발했으니 6시간 걸린 셈이다. 우리가 지나온 천황탐방안내소~천황사지~구름다리~천황봉~광암터삼거리~바람폭포~천황탐방안내소 코스를 지도상으로 거리를 따져보면 5.5㎞다. 우리의 등산 속도가 보통은 되는데 5.5㎞ 거리를 6시간 걸렸으니 그만큼 힘들었거나 쉬엄쉬엄 올라갔다는 결론이다.

 

잘못된 육형제바위 영문 안내문
육형제바위

 

영석이 지적한 육형제바위 영문 안내문을 보자. “6 Brothers Rocks are located in Janggun bong Peak and they look like 6 brothers share conversation all together.”라고 되어 있다. 매의 눈으로 살펴본 영석의 지적은 이러하다. ▲숫자는 알파벳으로 표기 ▲장군봉에는 the(정관사)가 필요 ▲they는 앞의 ‘6 Brothers Rocks’를 받는 대명사인데, 이 경우 앞의 주어를 그대로 쓰면 되므로 they 는 불필요 ▲Share(동사 원형)를 쓴 것은 기본 문법을 무시한 마구잡이식 작문. 앞에 look이라는 동사가 있으므로 share를 쓰려면 sharing으로 바꾸어야 함. 그렇다면 ‘brothers who share conversation’으로 하거나 ‘brothers sharing conversation’으로 해야함. ▲또한 “대화를 나누다”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동사는 have. 따라서 ‘have a conversation’이라고 해야 함. ▲All together도 부적절. All together는 몽땅이라는 뜻이지 함께라는 의미가 아님. 뉘앙스상 together가 적절.

그러더니 미국의 명문대에 유학 중인 영석의 아들이 문장을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Six Brothers Rocks are located along the ridge of the Janggun-bong Peak. The rocks are arranged in such a way that they resemble six brothers having a conversation together, hence the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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