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히로히토 日 천황,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 방문

1945년 9월 27일 오전 10시. 히로히토 일본 천황이 도쿄 미국대사관을 방문, 맥아더 연합군최고사령관을 만난다. 두 사람은 간단한 수인사 후 사진을 찍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서있는 맥아더 옆에 히로히토는 초췌한 표정의 부동자세다. 어떻게든 동정심을 끌어내려는 천황의 계산이 작용한 모습이다. 사진은 그 어떤 변명보다 천황에 대한 연민의 정을 끌어냈다. 또 천황이 더 이상 일본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맥아더의 일장 훈시를 듣고는 천황이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전쟁에 대해 나로서는 극력 피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면서 천황은 생전처음 ‘짐’이란 호칭 대신 ‘나’라는 단어를 썼다. 2002년 아사히 신문의 면담록 공개청구에 의해 면담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책임이 천황 자신에게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에 발간된 맥아더의 회상록에 그렇게 씌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상록에서 맥아더는 천황을 두둔했다. 연합국의 일부 특히 소련과 영국으로부터는 천황을 전범에 포함시키라는 목소리가 강력했던 그 시기에 맥아더는 시종 천황에게 면죄부를 주고싶어했다. “오늘 이렇게 행차해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맥아더의 반응에 히로히토는 안도하며 37분만에 대사관을 떠났다. 맥아더는 면담을 전후해 트루먼 대통령에게 천황의 중요성을 보고했다. 전 일본인을 묶는 구심점이며 천황을 전범으로 몰아 처형한다면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 30일 미 의회와 트루먼은 맥더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의 대일본 정책’을 하달했다. “전범 체포 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천황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 천황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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