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서울’이라는 명패가 공식적으로 달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에도 관습상 혹은 편의상 서울로 불린 경우가 많았지만 호적에 오른 이름이 아니었으니 정식 명칭이 아니었다. 1920년부터 1931년까지 동아일보 기사제목을 보면 ‘경성’으로 쓰여있는 경우가 1만1098건인데 비해 ‘서울’로 쓰여있는 경우는 353건에 불과해 문어체의 사용 빈도에 있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다.
1946년 8월 15일, 미군정이 미국의 도시자치헌장을 본딴 7장 58조의 ‘서울시 헌장’을 공표한 것이 공식적인 서울의 시작이다. 일제 때의 명칭 경성부를 ‘서울특별자유시’로 개칭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태조 이성계가 1394년 음력 10월28일(음력 11월29일) 한양으로 천도를 강행, 600년 ‘서울 시대’를 연 뒤 한성(조선), 경성(일제시대)으로 불려온 서울이 비로소 ‘서울’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헌장이 법적 효력이 없다보니 공식적으로는 그해 9월 18일 ‘서울을 특별시로 승격시킨다’는 미군정 법령 제106호가 공표되고서야 호적에 이름을 등재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경기도의 지시를 받아야 했던 일개 도시였다가 수십년만에 직능과 권한이 도(道)와 동등한 특별시가 됐으니 서울은 제2의 광복을 맞은 셈이다. 일본식의 지명 정(町), 정목(丁目), 통(通)도 그해 10월 1일부터 현재의 동(洞), 가(街), 로(路)로 바뀌었다. 그러나 ‘구(區)’만은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래전에 없어진 ‘한성(漢城)’이란 명칭은 중국에서 질긴 생명력을 보이다가 2005년 중국이 서울을 ‘서우얼(首尔)’로 바꾸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서울특별자유시가 서울특별시로 정착된 것은 1949년 8월 15일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