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작권법의 효시는 1886년 14개국이 스위스 베른에 모여 체결한 ‘베른협약’이다. 단일 국가 내에서만 보호받던 저작권이 국제적으로 보호받게되었다는 점에서 이 협약은 획기적이다. 15세기 출판·인쇄물의 발명으로 문서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태동한 이 저작권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1476년의 베네치아로, 세수(稅收) 확보가 목적이었다. 1709년 영국에서 제정된 ‘앤 여왕법’은 저작권 보호기간(28년)을 처음 설정했다는 점에서 저작권사(史)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된다.
베른협약은 저작권 기간을 50년으로 정하고 소급적용을 원칙으로 삼는 등 보호 수준이 상당히 높아 개도국들의 가입을 이끌지는 못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된 것이 베른협약보다 보호수준이 낮은 ‘세계저작권조약(UCC)’이다. 1952년 9월 6일 제네바에서 50개 국의 서명으로 등장한 UCC가 1955년 9월에 발효되자 우리나라도 이에 맞춘 저작권법을 제정해 1957년 1월 28일에 공포했다. 1908년 대한제국 당시 일본 저작권법을 원용한 한국저작권령이 있었으나 우리 정부에 의해 정식으로 제정된 것은 이 저작권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때의 저작권법이 외국에서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을 보호하지 않고 우리나라도 UCC에 가입하지 않아 법이 개정될 때까지 30여년 간은 이른바 ‘해적판’의 시대였다.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저작권법이 개정된 것은 1986년이다. 1986년 12월 31일에 전면 개정된 저작권법은 1987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10월 1일 UCC에도 가입함으로써 이때부터 외국의 저작물도 우리나라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저작권 소급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베른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불소급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UCC’에만 가입하고 있다가 ‘베른협약’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1988년이 되어서야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에 따라 제정된 무역관련 지적소유권(TRIPs)협정과 베른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외국 저작물도 소급적용해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