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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국립공원] ② 어의곡~비로봉~국망봉 코스… 설산(雪山) 기대하며 한겨울에 떠난 소백산

↑ 국망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정상(가운데 눈쌓인 봉우리)과 비로봉~국망봉 능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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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5㎞에 7~8시간

☞ 단양 어의곡~비로봉(정상)~국망봉~늦은맥이재~어의곡(원점회귀)

 

by 김지지

 

소백산의 특징을 단순하게 규정하면 유장하게 뻗어있는 길고 긴 능선과 부드러운 마루금이다. 겨울이 되면 순백색의 눈이 뒤덮여 온통 설산(雪山)을 이루고 세찬 칼바람이 능선을 강타해 다른 명산과는 다른 소백산 만의 겨울을 새삼 실감한다. 그런데도 겨울 소백산을 처음 찾아갔으니 무심한 건가 게으른 건가.

때는 2022년 1월 22일이고 동행자는 대학 선후배 사이인 병선 영수 정형 희용이다. 나는 2년 전 봄, 소백산에서 세미 종주(어의곡~비로봉~연화봉~희방사)를 한 것이 유일한 경험이지만 다른 세 친구들은 겨울이든 봄이든 단골 등반자들이다. 이번 산행은 충북 단양 어의곡으로 올라가 비로봉을 밟고 국망봉을 거쳐 다시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어의곡주차장 →(4.7㎞)← 어의곡삼거리 →(0.4㎞)← 비로봉 정상 →(0.4㎞)← 어의곡삼거리 →(2.7㎞)← 국망봉 →(2.1㎞)← 늦은맥이재 →(5.0㎞)← 어의곡주차장(원점회귀)이다. 산행 거리와 시간은 총 15㎞ 정도에 점심과 휴식 시간을 포함해 8시간 걸렸다.

소백산 국립공원 산행 지도

 

▲소백산과 원점회귀 코스

소백산은 소잔등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특징이나 전체적으로는 웅장한 산세를 보여주는 명산이다. 능선을 이어주는 주요 봉우리는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3개 봉이다. 이 삼봉에서 지맥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내린 능선들이 앞뒤를 다투며 거대한 산해(山海)를 이룬게 소백산 국립공원이다. 완만한 경사의 3개 봉을 오르내리며 걷는다는 것은 소백산의 장쾌한 능선을 제대로 즐긴다는 뜻이다.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본 연화봉 능선

 

산꾼들이 소백산을 즐겨찾는 계절은 봄과 겨울이다. 봄에는 연화봉~비로봉~국망봉 3개봉으로 이어지는 정상부 능선이 철쭉으로 뒤덮여 산꾼들을 설레게 하고 겨울에는 설악산이나 남덕유산처럼 무리하지 않고도 편하게 눈덮인 설산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3개봉은 조망도 압권이지만 백두대간 구간과도 겹친다. 늦은맥이재(1260m)~국망봉(1420m)~비로봉(1439m)~연화봉(1383m)~죽령(689m)~도솔봉(1314m)~묘적봉(1148m)~묘적령(1020m)이 소백산을 관통하는 백두대간의 주요 구간이다.

소백산은 능선이 길게 뻗어있어 원점회귀 산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원점회귀 산행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선택할 기점이 충북 단양의 어의곡과 경북 영주의 초암사나 비로사다, 두 코스 모두 6~7시간을 잡는다. 초암사의 경우 죽계계곡을 따라 석륜암 터(봉두암)를 거쳐 주능선 갈림목에 올라선 뒤 북동쪽으로 300m 떨어진 국망봉에 갔다가 갈림목으로 되돌아와 남서쪽 비로봉까지 진행한다. 그후 비로사 방향으로 내려서다가 달밭재를 넘어 월천계곡을 따라 초암사로 돌아간다. 물론 반대 방향으로도 가능하다.

어의곡 산행은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새밭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코스는 두 갈래다. 새밭마을을 기점으로 왼쪽의 벌바위골과 오른쪽의 어의곡탐방지원센터 코스다. 탐방센터를 선택할 경우 4.7㎞ 위 어의곡삼거리를 지나 비로봉(정상)으로 올라선 다음 되돌아 내려와 국망봉을 거쳐 늦은맥이재에서 새밭마을로 원점회귀한다. 벌바위골을 기점으로 할 경우 완만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 만나는 늦은맥이재에서 오른쪽 주능선을 타고 상월봉과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정상)에 올라선다. 그리고는 어의곡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와 탐방지원센터를 거쳐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한다. 등산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상대적으로 산행이 수월한 어의곡탐방지원센터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국망봉 능선

 

▲단양 어의곡~비로봉 정상

서울을 떠나 단양 어의곡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그런데 주차장이 이미 만원이다. 코로나 때문에 보이지 않던 관광버스도 드문드문 보인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100~200m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산길은 어의곡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비로봉 직등로로 이어지고, 곧장 뻗은 포장도로는 벌바위골로 이어진다. 오른쪽 직등로를 탈 경우 비로봉(정상)까지 5.1㎞이고 벌바위골로 올라갈 경우 정상까지 10㎞가 넘는다. 벌바위골 따라 늦은맥이재로 올라설 경우 포장도로를 따르다가 새밭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 길을 따른다.

우리 산행은 어의곡 새밭마을~어의곡탐방지원센터~어의곡삼거리~비로봉(정상)~국망봉~늦은맥이재~새밭마을(원점회귀) 순서로 진행된다. 초반 길은 부드럽고 유순해 힘겹지 않다. 계곡을 끼고도 한동안은 완경사 길이다.  바닥엔 눈이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흰 눈과 초록의 조릿대가 어우러져 배색의 조화를 보여준다. 한참동안 급경사 돌계단과 데크계단을 오르다가 첫 번째 데크 쉼터를 만난 시간은 초입에서 1시간 40분이 지나서다. 그후 경사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잣나무숲이 하늘을 가린 언덕으로 올라선다.

잣나무 숲

 

잣나무 숲 사이 오솔길을 15분 정도 올라가면 걷기 편한 평탄하고 호젓한 길이 10분 정도 이어지고 뒤이어 두 번 째 데크 쉼터를 만난다. 어느덧 1000m 고지로 올라가 제법 눈이 쌓여있다. 이후 목책 길이 숲 사이로 이어지고 초입에서 2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비로소 오른쪽으로 연화봉 봉우리들이 머리를 보여준다. 그곳부터 정상까지는 폐타이어를 깐 데크길이 완경사로 이어진다. 주변은 초원지대다. 그렇게 몇분 정도를 걸어가면 비로봉과 국망봉으로 갈라지는 어의곡삼거리다. 초입에서 4.7㎞ 지점이다. 어의곡삼거리에서는 왼쪽으로 국망봉 능선이 오른쪽으로 비로봉 정상을 지난 연화봉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삼거리에서 비로봉까지 거리는 0.4㎞에 불과하지만 겨울철 칼바람이 게세고 세차다. 우리가 올라간 날은 악명높던 칼바람이 온데간데 없이 조용하다.

비로봉(1439m) 정상에 올라 시계를 보니 초입에서 2시간 40분 걸렸다. 비로봉 정상은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초만원 상태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20~30m는 족히 넘어 보인다. 정상에서는 소백산 주능선이 길게 펼쳐진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북쪽으로는 국망봉 능선이 남쪽으로는 연화봉 능선이 끝을 보여주지 않은채 오르락내리락 길게 이어져있다. 전국 어느산에 가도 이처럼 길다란 능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초록 계절에 바라보는 능선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사실 금강산·오대산·치악산·묘향산도 정상이 비로봉이다. 정상은 아니지만 속리산에도 비로봉이 있다. ‘비로’는 비로자나(毘盧遮那)의 준말이다. 비로자나는 부처의 진신 즉 법신불의 존칭이며 부처의 깨우친 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석 앞에서 사진 찍으려는 등산객들

 

▲정상에서 원점회귀 하산

정상에서 어의곡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오른쪽 국망봉~상월봉 구간을 거쳐 하산한다. 이 구간에서는 소백산의 여타 능선과 달리 비교적 대형 바위들이 많다. 겨울철에는 눈꽃터널도 통과해 눈꽃산행을 목적으로 하는 산꾼들이 많이 몰린다. 비로봉에는 등산객들이 북적여 국망봉 근처 눈밭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점심은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보온 도시락이다. 2년 전 봄에 소백산을 세미종주했을 때 처음 경험한 도시락을 다시 만나니 반갑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는 2018년 8월 소백산을 시작으로 전국 국립공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물론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공원 내 모든 지역에서 도시락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백산의 경우 가능 지역은 어의곡과 천동 두 곳 뿐이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카톡 검색창에서 ‘내 도시락을 부탁해’라고 검색해야 한다. 그러면 전국의 국립공원 업체들이 뜨고 그중 한 곳을 선택해 카톡으로 도시락을 신청하면 된다.

도시락 가격이 8000원이니 가성비가 좋다, 환경에도 좋을 것 같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 보온통 안에 정밀하게 설계된 작은 통이 네 개 들어 있다. 밥과 북엇국, 단양마늘불고기, 김치와 멸치, 계란부침 등 반찬이다. 식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뜨겁지는 않지만 한기(寒氣)를 물리칠 만은 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이용자가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

소백산 도시락

 

점심 후 다시 만난 능선길에는 눈이 더욱 많이 쌓여있다. 10~20㎝는 족히 될 것 같은 눈길은 늦맥이재까지 계속 이어진다. 길가에는 온통 철쭉 군락이다. 다만 지금은 한겨울이어서 느낌이 없지만 철쭉이 절정인 5월말~6월초라면 장관이었을 것이다. 소백산은 철쭉 산행의 원조다.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철쭉 명산으로 이름난 곳이 많지만 예전에는 지리산 세석과 더불어 소백산 철쭉이 거의 전부였다.

소백산 철쭉나무

 

소백산은 철쭉 산행의 원조… 산릉에 분홍색 철쭉이 핀 모습은 실로 장관

비로봉 정상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어내려간 국망봉 300m 전에 초암사 갈림길이 있다. 그곳에서 초암사까지는 4.1㎞다. 초암사 삼거리에서 국망봉까지는 0.3㎞에 불과해 10분이면 닿는다. 국망봉(1420m)은 소백산 제2의 봉이다. 비로봉에서 3.1㎞ 지난 곳에 있고 늦은맥이재는 2.1㎞ 거리다. 국망봉에는 거친 바위가 솟아 있어 남성적인 힘이 있다. 봉긋하게 솟은 바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조망은 장쾌하다. 비로봉에서 걸어온 능선 길과 어의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위 높은 곳이 국망봉이다.

 

국망봉에는 스토리가 있다. 통일신라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왕건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허사로 끝나자, 엄동설한에 베옷 한 벌만을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래려 이곳에 올라 멀리 옛 도읍 경주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이후 국망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국망봉에서 동쪽으로 평평하게 이어지는 상월봉 방향으로 초원 능선이 펼쳐진다.

국망봉에서 1㎞ 정도 지난 곳에 상월봉(1272m)이 있다. 장화를 뒤집어 놓은 듯한 상월바위가 인상적이다. 우리는 한겨울이라 상월봉에 오르지 않고 상월봉 못미친 지점에서 왼쪽 능선을 지나 하산했지만 봄이었다면 조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상월봉에 올라섰을 것이다. 상월봉 정상에서 늦은맥이재로 향하는 내림길은 급경사다. 늦은맥이재로 향해 내려가는데 온통 물푸레나무 군락이다. 물푸레나무가 이렇게 대규모로 군락을 이룬 것은 처음이다. 강원도 계방산이 물푸레나무를 자랑하지만 이곳에 비교하면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물푸레나무는 겨울에야 제대로 된 줄무늬를 보여준다.

멀리 봉우리가 상월봉이다.

 

늦은맥이재에 도착하니 어느덧 들머리에서 6시간이 흘렀다. 점심 시간 포함하고 설렁설렁 걷긴 했지만 예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늦은맥이재는 데크쉼터를 설치해놓은 널찍한 고갯마루다. 우리는 왼쪽 계곡길로 하산하지만 직진하면 백두대간 종주길이 계속 이어진다. 늦은맥이재에서 국망봉까지는 2.1㎞, 비로봉까지는 5.2㎞, 어의곡주차장까지는 5.0㎞다. 직진하면 고치령까지는 9.0㎞다. 고치령(760m)은 백두대간 상에서 태백산과 소백산을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이른바 양백지간이다. 일대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 침입이 없는 명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늦은맥이재에서 하산길은 0.6㎞ 거리만 급경사이고 나머지 구간은 완경사이지만 어의곡주차장까지 거리가 5.0㎞나 되어 다소 지루하다. 주차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사방이 깜깜해져 랜턴을 이용해야 하니 발걸음이 더욱 더디다. 마침내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니 들머리에서 8시간이나 걸렸다.

물푸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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