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美 ‘밤의 대통령’ ‘암흑가의 황제’ 알 카포네 사망

 

 

1929년 2월 14일 아침, 시카고 암흑가의 조직원 7명이 밀주(密酒)의 반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경찰이 나타났고 갱들은 여느때처럼 익숙한 몸짓으로 경찰 지시에 따라 두손을 들고 벽을 향해 섰다. 그때 느닷없이 나타난 두 사내가 뒤에서 기관총을 난사, 7명을 현장에서 즉사시켰다. 미국 암흑가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된 ‘성 발렌타인 데이 학살’이었다. 살해된 갱들은 아일랜드계 오베이니언가(家)의 조직원들이었고 살해한 쪽은 이탈리아계의 알 카포네 조직이었다. 카포네가 오랜 라이벌을 제압하고 시카고 지하세계를 평정, 마침내 그의 독주시대를 연 것이다.

1899년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나 14세 때 범죄조직에 발을 들여놓은 카포네는 두둑한 배짱과 타고난 주먹으로 보스인 조니 토리오의 신임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1909년 시카고로 거점을 옮긴 토리오가 1919년 카포네를 시카고로 불렀고 카포네는 몸을 사리지 않는 충성심으로 토리오를 빛내 주었다. 1925년 토리오의 은퇴와 함께 카포네의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700명의 조직원을 이끌며 도박·매춘·암시장 등을 통해 부를 쌓아간 카포네에게 ‘금주법’은 축재의 기반이었다. 카포네는 ‘밤의 대통령’ ‘암흑가의 황제’로 불리며 경찰과 법원을 주물렀다. 정치인들도 그 앞에서는 무력했다.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그가 야구장을 찾을 때면 박수로 맞았고 심지어 사람을 살해해도 그를 두둔했다.

거미줄처럼 도처에 깔려있는 카포네의 인맥으로 쉽사리 그를 기소할 수 없었던 미 정부는 예상외의 칼을 카포네에 들이댔다. 탈세였다. 1931년 6월 연방소득세 위반으로 기소돼 그해 10월, 11년의 징역형과 8만 달러의 벌금과 소송비용을 부과받았다. 몰락의 시작이었다. 투옥 전 한 소녀로부터 옮은 매독은 그를 수감생활 7년반 만에 풀어주었으나 이 때문에 그의 목숨도 위태로웠다. 결국 1947년 1월 25일, 숨을 거뒀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