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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관룡산~구룡산] 기암괴석 ‘암릉’ 바라보니 가슴 설레고, 천년고찰 ‘보물’ 만나니 옛 장인의 숨결 느껴져

↑ 관룡산 정상에서 용선대 내려가다 바라보이는 구룡산~관룡산 암릉구간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A코스(관룡산) : 3㎞에 3시간 / B코스(관룡산+구룡산) : 5㎞에 5시간

☞ A코스 : 관룡사~청룡암~관룡산~용선대~관룡사(원점회귀)

☞ B코스 : 관룡사~노단이마을 갈림길~구룡산~관룡산용선대~관룡사(원점회귀)

 

by 김지지

 

대학친구 희용부부와 1년에 두어 차례 1~2박으로 떠나는 산행(혹은 여행)을 2023년에는 4월이 되어서야 시동을 걸었다. 철쭉제가 한창인 경남 합천의 황매산을 메인으로 하고 경남 창녕의 관룡사와 용선대를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모두가 낯선 곳이다. 인터넷에서 관룡사를 찾아보는데 병풍처럼 서 있는 관룡산의 암릉 사진이 눈에 꽂힌다. 암릉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이 여지없이 작동한다. 경험상 암릉이 발달한 산은 산행이 스릴있고 조망은 살아있다. 희용에게 이왕에 관룡사와 용선대까지 가는 김에 관룡산까지 올라가자고 제안하니 관룡산을 일정에 넣는다. 그렇게 떠난 2023년 4월 30일의 관룡산행은 결과적으로 만족과 아쉬움 속에서 진행되었다. 관룡산과 관룡사를 만난 것이 만족이라면 구룡산~관룡산 암릉을 놓친 것은 아쉬움이다.

 

■관룡산 코스(3㎞) : 관룡사~청룡암~관룡산~용선대~관룡사(원점회귀)

관룡산은 경남 창녕 화왕산군립공원의 일부다. 정상을 기준하면 화왕산과 3㎞ 거리다.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화왕산의 유명세에 가려 외지인에게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왕산에선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진달래가 피는 봄과 억새가 출렁이는 가을에 반짝 인기가 있는 화왕산과 달리 구룡산~관룡산의 암릉구간을 걸으려는 등산객이 4계절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관룡산이 유명해진 것은 산 아래 관룡사가 신라시대 8대 사찰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였다. 관룡사에서 청룡암을 거쳐 구룡삼거리로 올라가 관룡산을 한 바퀴 돌아 용선대를 거쳐 내려오는 거리는 3㎞ 정도다.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여기에 구룡산~관룡산 암릉구간을 추가하면 거리는 5㎞, 시간은 5시간 정도로 늘어난다.

관룡산 구룡산 일대 지도

 

관룡사 ~ 청룡암

관룡산 들머리는 창녕군 옥천리에 소재한 관룡사다. 멀리서 바라보면 관룡산~구룡산의 암릉이 예사롭지 않다. 암릉 사진이 잘 찍히는 곳은 관룡사로 올라갈 때 만나는 화왕산 옥천매표소 앞이다. 관룡사에 도착했으나 사람들이 북적거려 나중에 돌아보기로 하고 산행을 먼저 시작했다. 규모가 크지 않고 1차선 포장도로를 지난 산 속에 자리잡은 사찰인데도 주차장이 제법 넓다. 국가 지정 보물이 6점이나 되고 나름 연륜이 있는 사찰이어서 불자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돌문이다. 돌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장대석을 올려 기와로 마감을 했는데 제법 운치가 있어 관룡사의 명물 대접을 받고 있다. 돌문을 지나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지나면 관룡사 경내다. 사찰 뒤로는 관룡산~구룡산 암릉이 병풍을 두르듯 관룡사를 에워싸고 있어 사찰의 멋을 더해준다.

관룡사 돌문

 

관룡사 뒤 갈림길에서 왼쪽은 관룡산길이고 오른쪽은 구룡산길이다. 두 산의 정상은 0.6㎞ 거리의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갈림길에 설치된 지도를 보니 ‘구룡산까지 미지정, 관리하지 않은 등산로(주의요망)’라고 붉게 표시해 초행자에게 겁을 준다. 하지만 관룡산길처럼 관리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실제로 위험하진 않다. 관룡산길과 구룡산길의 선택 기준은 산행거리와 암릉구간이다. 관룡산 코스(3㎞)는 산행거리가 짧아 산행 초급자에게 적당하고 구룡산 코스(5㎞)는 거리도 길고 암릉구간이 있어 초급자에게는 약간 무리다. 다만 산행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구룡산~관룡산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걸어야 한다.

먼저 관룡산길을 소개한다. 관룡산길은 관룡사 뒤 갈림길 → 청룡암 → 구룡삼거리 → 관룡산 정상 → 용선대 → 관룡사(원점회귀)로 이어진다. 화왕산군립공원이 작성한 현지 지도에 따르면 정상까지 거리는 1.2㎞다. 이후 용선대를 거쳐 관룡사로 되돌아오는 거리는 1.69㎞이므로 총거리는 3㎞ 정도다. 관룡사 뒤 갈림길에서 5분 정도 진행하면 ‘관룡사 승탑’이 산객을 맞는다. 승탑은 부도나 사리탑의 다른 이름이다. 5개의 돌을 쌓아올린 구조인데 위쪽의 몸돌이 둥글고 전체적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 모습이 특이하다. 설명문에 따르면 고려 후기나 조선 초기에 만들어지고 누구의 승탑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청룡암 ~ 관룡산 ~ 용선대

승탑에서 30분 정도 오르니 산길 안쪽에 자리잡은 청룡암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청룡암 아래는 가파른 낭떠러지이고 뒤는 암봉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관룡산 아래 옥천리와 옥천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마을을 에워싼 산줄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암자 뒤 바위를 판 곳에 ‘나반존자님(독성님)’이 모셔져 있다. 불자가 아닌 나로서는 알지 못해 희용에게 물어보니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깨달아 성인이 된 사람’이란다. 부처님을 모신 불상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런데도 나반존자님이 계신 이곳이 관룡사에서는 최고 기도처라고 한다.

청룡암

 

청룡암에서 20분 정도 급경사를 오르니 관룡산과 구룡산 중간 능선에 자리잡은 구룡삼거리다. 안내판에 노단이마을 1.1㎞, 왼쪽 관룡산 1.3㎞로 표시되어 있으나 둘 다 거리가 엉터리다. 관룡산은 1.3㎞가 아니라 0.3㎞이고, 노단이마을은 1.1㎞가 아니라 2㎞가 넘기 때문이다. 구룡삼거리에서 관룡산을 향해 잠깐의 오르막을 거치면 암봉이 나온다. 암봉 앞에 위험하다며 우회길을 안내하는 문구가 있으나 암봉으로 올라가야 사방이 트여있는 관룡산의 조망을 만나게 된다. 위험하지도 않다.

암봉에 올라서니 한 청년이 암봉에서도 가장 우뚝한 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데 뒤태 작렬이어서 청년 몰래 사진으로 남겼다. 암봉을 지나면 관룡산 정상으로 가는 완만한 길이다. 정상 바로 전의 관룡삼거리에서 직진하면 화왕산은 3.2㎞이고 정상을 지나 내려간 곳에 있는 용선대는 1.2㎞ 거리다.

관룡산 암봉에서 포즈를 취했다. 뒤는 구룡산 방향이고 우측 봉우리에 명상바위가 있다.

 

관룡산 정상은 해발고도가 754m여서 높을 거 같지만 들머리(관룡사)의 해발고도가 높아 체감 고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참나무 아래에 정상석이 놓여있고, 그 앞은 수풀이 무성한 헬기장이다.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은 없지만 대신 공간이 넓어 쉬어가기에 좋다. 정상에서 용선대까지는 마냥 내리막이다. 제법 경사가 있긴 하지만 계단과 밧줄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하산길은 숲에 가려 심심하다가도 중간중간 왼쪽으로 바라보이는 암릉구간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다. 그래도 구룡산 쪽 암릉을 걷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암릉구간은 이 글 아래에서 설명한다. 멀리서나마 암릉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정상에서 용선대까지 50분이나 걸렸다. 산행에만 충실했다면 30분이면 족한 거리다.

관룡산 정상에서

 

용선대 ~ 관룡사

용선대(龍船臺)는 거대하고 우뚝 솟은 자연 암반이다. 이 암반을 지대석(받침석) 삼아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석조여래좌상을 세워놓으니 관룡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경주 남산 중턱의 용장사지와 3층석탑을 연상시킨다. 용선대 아래 설명에 따르면 1973년 대좌(부처나 보살 등을 올려놓은 받침)를 수리할 때 불상을 지금의 자리로 옮긴 후 경주 석굴암의 본존불이나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처럼 동짓날에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도록 바꾸었다고 한다.

설명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불상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는데 그 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동짓날에 해가 뜨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꿨다는데 그 전에는 어느 방향을 바라보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불상 크기도 영문에는 3m 크기라고 해놓고 한글에는 설명이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불상 높이는 1.87m, 대좌 높이는 1.57m다. 또 하나, 대좌는 누렇고 불상은 흰색 계열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용선대에서 바라보면 멀리 화왕산 억새밭이 희미하다. 용선대에서 내려서면 돌계단과 나무데크가 깔린 평탄한 길이다. 10분 걸려 0.5㎞를 내려가니 관룡사다.

용선대

 

■관룡사

관룡사에는 대웅전을 비롯 여러 전각들이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인데도 국가 지정 보물이 6점이나 된다.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약사전, 신라시대 불상인 석조여래좌상(약사전 내부), 조선시대 건축과 불상의 전형인 대웅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대좌(대웅전 내부), 관세음보살벽화(대웅전 내부) 등이다. 관룡사에는 이처럼 보물이 많으므로 산행 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주불로 모시는 다른 대웅전과 달리 석가모니불 양옆에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함께 모시고 있다. 1965년 대웅전 보수 공사를 할 때 전각을 지을 당시 연혁이 기록된 상량문이 발견된 덕분에 대웅전이 태종1년(1401년)에 세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다시 세우고 영조 25년(1749)에 세 번째로 다시 지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약사전은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전각이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린 다른 전각과 달리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아 관룡사에서 최고령자 대접을 받고 있다.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몇 안되는 건물이어서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관룡사

 

■구룡산~관룡산(5㎞) 코스 : 관룡사~구룡산~관룡산~용선대~관룡사(원점회귀)

이번에 우리는 관룡산~구룡산 코스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채 올라가 구룡산의 암릉구간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따라서 아래 글은 각종 산행기를 참고해 정리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머지 않은 시기에 다녀와 보완할 것이다.

관룡사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 구룡산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 2기를 만난다. 이후 산허리를 따라 작은 능선을 두어 번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나간다. 10여분 후 작은 능선 위에 올라서면 움막이 있고, 그 옆에 ‘송이버섯 채취구역’ 현수막이 걸려있다. 송이 움막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바위를 몇 곳 만난다. 앞으로 진행할 바위능선이 바라보이고 관룡사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저 멀리로는 화왕산 정상부 억새평원이 앞으로 지나야 할 능선 끝에 걸려있다. 밧줄을 타고 오르는 구간을 지나 주능선에 올라서면 삼거리다. 이정표에 노단이마을 0.9㎞, 관룡산 1.3㎞로 적혀있다. 이후 본격적인 암릉구간이 전개되는데 귀바위, 명상바위(참선바위)로 불리는 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전시장을 이룬다.

압권은 692m 암벽에 위치한 명상바위다. 천길 벼랑 위에 너댓명이 올라갈 수 있는 납작한 바위가 가로로 걸쳐져 있다. 위에 올라가서 보면 아찔하다. 암릉을 더듬듯 넘어서면 ‘등산로 아님’ 위험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암릉을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바위구간을 넘는 게 좋다. 이렇게 몇 번의 바위봉우리를 넘어 민둥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Y자 삼거리다. 오른쪽은 부곡온천, 왼쪽은 앞으로 진행할 관룡산이다. 구룡산 방향 안내가 없어 잠시 헷갈리지만 부곡온천 방향 100m 안쪽에 구룡산을 알려주는 작은 표석이 숨어있다. 정상 조망은 숲에 가로 막혀있다.

명상바위 (출처 국제신문)

 

구룡산에서 Y자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왼쪽 관룡산(화왕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정면의 바위구간에도 출입금지 푯말이 걸려있고 우회길이 있지만 그냥 직진해 바위구간을 넘는다. 이처럼 위험구간이라고 출입금지 푯말이 달려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구간으로 진행해야 구룡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암릉구간을 지나게 된다. 물론 기어서 내려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정면으로 우뚝한 바위봉우리 뒤로 숲에 가린 관룡산 정상이 보인다. 안부에 내려서면 청룡암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구룡삼거리다. 시간을 살펴보면 관룡사~(50분)~노단이마을 갈림길~(50분~1시간)~구룡산 정상이다. 구룡삼거리 이후는 위의 관룡사 코스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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