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벨기에 물리학자 오귀스트 피카르, 세계에서 가장 깊은 챌린저 해연 도달

하늘과 바다 양쪽에서 가장 높은 곳과 가장 깊은 곳을 최초로 정복한 사람은 벨기에 물리학자 오귀스트 피카르다. 그는 기구로 성층권까지 올라가고 그가 만든 잠수정으로 아들을 가장 깊은 바다에 잠수시켜 우주와 심해 탐험에 신기원을 열었다. 1931년 5월 27일 기구를 타고 인류 최초로 1만5781m 상공 성층권에까지 올라간 피카르는 기구에서 힌트를 얻어 곧 심해 잠수정을 준비했다. 바닷 속으로 내려갈 때는 밸러스트(추)를 싣고, 올라올 때는 버리면 된다는 원리였다.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이나 수소를 기낭에 채우는 기구와 달리, 잠수정에는 물보다 가벼운 가솔린을 채웠다.

1953년 피카르는 그가 만든 잠수정 ‘트리에스테호’를 타고 아들 자크 피카르와 함께 그때까지 누구도 가보지 못한 1080m와 3250m 잠수에 연이어 성공,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듬해, 다른 경쟁자가 그의 기록을 깨며 도전장을 내밀자 피카르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를 잠수할 계획을 세웠다. 도전자의 의욕을 일거에 잠재울 작정이었다. 당시까지 알려진 가장 깊은 바다는 괌 남쪽 350㎞ 떨어진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海淵·1만893m)이었다.

피카르는 자신이 만들어 미국에 판 트리에스테호로 미 해군과 함께 잠수 실험을 반복하며 그 날을 준비했다. 그리고 1960년 1월 23일 오전 8시23분, 아들 피카르, 미 해군 대위 도널드 월시를 태운 ‘트리에스테 2호’가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자체 동력으로 이동하는 현대식 잠수정이 아니라 모선에 예인돼 단순한 부력 조절로 하강과 상승만 하는 잠수정이었지만 바닷속 1100기압을 이겨내야 하는 최첨단 잠수정이었다. 한때 잠수정이 멈춰서고 바깥쪽 창틀이 수압으로 부서졌지만 잠수정은 계속 내려갔다. 오후 1시6분, 마침내 잠수정이 바닷속 상아빛 부드러운 흙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미지의 바닷 속에 마침내 인간의 발길이 닿은 것이다. 순간 잠수정 옆으로 넙치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리고 오후 4시56분, 트리에스테 2호가 가뿐히 수면위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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