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이 창립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설립된 첫 중앙은행이었다. 1909년에 설립된 구 한국은행과 1911년에 이를 개편해 설립된 조선은행이 중앙은행 구실을 해왔지만 둘 다 일제가 설립한 은행이었다. 조선은행은 한국은행 설립 하루 전에 청산됐다. 한국은행은 창립되자 마자 수난의 길을 걸었다. 기존의 조선은행권 화폐를 대체할 새 한국은행권 화폐를 발행도 하기 전, 창립 13일 만에 6·25가 터졌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던 지금은(地金銀) 처리가 문제였다.
6월 27일 오후 2시, 군이 지원해 준 트럭 1대에 지금은 89상자(순금 1070kg·순은 2513kg)를 실어 38시간이나 걸려 진해 해군통제부로 보냈지만, 남겨진 순금 260kg·순은 1만5970kg은 고스란히 북한군 수중으로 넘어갔다. 지금은은 다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보내져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기탁됐다가 1955년 우리나라가 IMF와 IBRD에 가입할 때 금 지분 출자(金 持分 出資)로 충당됐다.
경제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북한군이 한국은행 본점에서 약탈한 조선은행권 화폐도 문제였다. 북한군이 화폐를 남발하는 바람에 전시상황과 맞물려 경제가 엉망이 되자 정부는 급히 일본 도쿄지점에 새 한국은행권 발행을 지시했다. 7월13일 군용기편으로 김해비행장에 도착한 한국은행권 100원권·1000원권이 결과적으로 첫 한국은행권 화폐가 된 셈이 됐다. 정부는 전쟁 기간 중 다섯 차례에 걸쳐 조선은행권 화폐를 한국은행권과 교환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조선은행권을 폐기시키며 경제를 안정시켜 나갔고, 1953년 2월에는 원화표시 한국은행권 사용을 일절 금하고 환화로 표시된 한국은행권 만 허용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