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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종댕이길-심항산] 충주호 바라보며 걷는 호반 숲길에 심항산 등산이 더해지니 금상첨화

↑ 숲해설안내소에서 내려다본 출렁다리(아래)와 충주호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종댕이길 7㎞, 심항산 2~3㎞, 3~4시간

☞ 마즈막재 주차장~심항산 입구(숲해설안내소)~종댕이길 한바퀴~심항산~마즈막재

 

by 김지지

 

매년 4월 초중순 무렵이 되면 겨우내 살풍경을 벗기고 전국 산하를 부드럽게 물들이는 연초록의 향연이 나를 환장하게 한다. 가을 단풍이 아무리 멋지다 한들 내 눈엔 연초록에 비할 순 없다. 2023년 4월 7일 희용 부부와 우리 부부가 충북 충주의 종댕이길과 심항산을 찾아간 것도 연초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자취를 감췄던 연초록이 1년 만에 다시 눈부신 모습으로 환생했으니 반갑고 설레었다. 오랜 봄가뭄 끝에 이틀 정도 내린 비로 산하의 수목들이 마구 연초록을 뿜어낸다. 4월 초 벚꽃이 질 때 쯤 연초록이 본격적으로 자태를 뽐낸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종댕이길 지도

 

■종댕이길

물의 도시 충북 충주에는 ‘풍경길’이라는 이름의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강과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8개 코스로 꾸며져 있는데 단연 인기 최고는 종댕이길이다. 충주호를 옆에서 앞에서 바라보며 산책과 사색을 즐기는 호반 숲길이면서 오솔길이기 때문이다. 종댕이길은 인근 상종·하종 마을의 옛이름에서 유래한다. 인공적인 손질은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

출발지점은 마즈막재(고개)다. 그곳을 출발해 1.5㎞ 떨어진 심항산 아래 옆구리를 한 바퀴 돌거나 내친김에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마즈막재로 되돌아온다. 산행(2~3㎞)을 제외한 거리는 7㎞이고 시간은 느릿느릿 걸음으로 3시간 정도다. 거리와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마즈막재 주차장을 생략하고 심항산 아래 숲해설안내소에서 출발하면 4㎞로 줄어든다. 숲해설안내소에는 정식 주차장이 없으나 막다른 도로여서 도로가에 주차할 공간이 제법 있다. 심항산은 충주호반에 반도처럼 삐쭉 튀어나온 해발 385m의 야트막한 산이다. 경사가 제법 있긴 해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출발해 포장도로 옆을 지나는 종댕이길 일부

 

■주차장

종댕이길 초행자에게 중요한 곳이 주차장이다. 시내버스가 있긴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승용차로 다녀온다. 주차장은 마즈막재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있다. 그중 충주호가 바라보이고 종댕이길안내소가 있는 동쪽 주차장(제2주차장)이 사실상 출발점이다. 버스 정류장은 서쪽 주차장 부근에 있다. 마즈막재는 주차장 바로 앞 계명산과 남산 사이의 고개다. 옛날 남산 아래 처형장이 있어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오지 못한다고 해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마즈막재 주차장

 

마즈막재에 주차하면 1.5㎞ 떨어진 숲해설안내소 방향으로 가다가 1㎞ 지점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가는 0.9㎞ 거리의 오솔길을 걷는다. 숲해설안내소에서 출발하면 0.5㎞ 남짓 포장도로를 걸어 내려가 오솔길 끝지점에서 만나 종댕이길을 시작한다. 다만 숲해설안내소에서 출발하는 단축 코스(4㎞)는 짧게 느껴져 아쉬울 수도 있다. 숲해설안내소에 주차할 생각이어도 먼저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내려 멀리 내려다보이는 충주호를 천천히 조망하는 게 좋다. 심항산 정상 조망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조망이 종댕이길 최고이기 때문이다.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바라본 충주호

 

■우리 코스는

 

마즈막재~오솔길~원터정~제1·2조망대

우리는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7㎞ 거리의 산책길을 선택했다. 길은 포장도로(531지방도로)와 나란히 이어지고 충주호도 잘 보이지 않지만 데크로드와 흙길에다 가로수가 제법 굵직하고 커서 호젓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비록 끝물이지만 여전히 벚꽃이 화려해 나름 두 눈이 호사를 누렸다. 포장도로 옆길을 따라 1㎞를 15분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인 오솔길과 연결된다. 오솔길로 내려가지 않고 0.5㎞를 직진하면 숲해설안내소로 이어진다. 오솔길을 따라 0.9㎞를 10분 정도 내려가면 숲해설안내소에서 내려오는 시멘트길과 만나는 원터정(팔각정)이다.

마즈막재 주차장과 숲해설안내소 사이의 오솔길

 

원터정을 기준하면 생태연못 → 제1조망대 → 종댕이고개 → 밍계정(팔각정) → 제2조망대 → 출렁다리 → 숲해설안내소를 거쳐 마즈막재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순서로 진행된다. 마즈막재~오솔길 구간을 제외하면 대략 4㎞ 거리에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원터정 바로 아래는 옛날 고을 원님이 살았던 곳으로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수몰되었다. 비록 충주호의 끝자락이지만 원터정 2층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니 기대감과 설레임이 샘솟는다.

원터정(왼쪽)에서 내려다본 충주호

 

원터정에서 가까운 곳에 생태연못이 있다. 작고 어설픈 이 인공연못 뒤에 종댕이길에서 하나뿐인 화장실이 있다. 생태연못을 지나니 충주호를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걷는 호반길이 비로소 시작된다. 걷기 편한 흙길에 완경사여서 도무지 힘든 줄 모른다. 호수를 바라보며 걷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다. 여름철이면 4월 초인 지금과 달리 숲이 무성하고 짙게 드리운 그늘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할 것이다.

종댕이길

 

원터정에서 0.6㎞ 정도를 걸어가면 충주호를 바로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제1조망대다. 저 멀리 충주호 안쪽에 별 모양의 인공 수초섬이 시선을 끈다. 신경림 시인의 시 ‘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수초섬은 세종 15년(1433년)에 제작된,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 모양이다. 제1조망대를 지나면 종댕이고개다. 고개 입구에 세워놓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험상궂은 표정이 마치 힘든 고개라고 미리 경고하는 듯하지만 짧은 계단식 오름길이어서 별 어려움이 없다. 고개를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 수명이 한 달이 늘어난다는 스토리텔링을 입혀 괜한 건강욕을 자극한다.

제1조망대(왼쪽)와 인공 수초섬

 

종댕이고개에서 내려다보는 밍계정(팔각정)과, 고개에서 내려가는 여러 굽이의 각목 계단길이 사진에 멋을 더해준다. 밍계정은 충주호의 탁 트인 정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종댕이길 최고 전망대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볼 수 있다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한글로 쓰여진 밍계정의 한자가 궁금했으나 알지 못한 채 떠난 것이 못내 아쉬워 종댕이길을 다녀와 충주시청에 전화로 문의했다. 행정구역상 밍계라는 지명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밍계정 위치가 밍계라고 알려준다. 네이버에서 밍계를 검색하니 정말로 충북 충주시 종민동에 밍계라는 지명이 보인다.

종댕이고개에서 내려다본 각목 계단길(왼쪽)과 밍계정

 

제2조망대~출렁다리~숲해설안내소~마즈막재

가던길을 계속 진행하니 나무데크로 만든 제2조망대가 나타난다. 제1조망대에서 20분, 원터정에서 1시간 정도 걸렸다. 제2조망대는 종댕이길에서 가장 큰 휴식터이면서 충주호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종댕이길에는 충주시가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작명한 삼형제나무, 키스나무, 모자나무도 있다. 안내문을 보아도 공감이 되지 않으니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과유불급이다. 잠시 쉬었다가 가던길을 계속 가면 호수 위에 데크로 조성한 전망대를 지나 포토존이다. 피톤치드 솔숲을 지나면 아담한 출렁다리가 보이는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출렁다리를 건너 상종마을로 가는 내리막이고 왼쪽은 숲해설안내소로 가는 오르막이다.

제2조망대

 

출렁다리는 길이(100m)가 비교적 짧고 수면에서 높지 않아 출렁다리 특유의 맛은 떨어지지만 종댕이길에서는 랜드마크 대접을 받고 있다. 현재 충주시 계획에 따르면 연장 331m의 국내 최장 무주탑(다리 양쪽을 지탱하는 주탑이 없는 방식) 현수교가 논의 중이다. 그때 쯤이면 종댕이길의 존재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질 것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600m 정도 진행하면 계명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도로를 걸어갈 바엔 차라리 출렁다리를 건너갔다가 갈림길로 되돌아와 1㎞ 떨어진 숲해설안내소 방향 숲길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출렁다리를 건넌 후 계명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100여미터를 가면 사유지이므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다만 그 100여미터 거리 안에서 심항산와 충주호와 출렁다리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잠시 들러가는 것도 좋다.

출렁다리

 

■심항산

이왕에 종댕이길까지 왔는데 심항산을 지나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아 발걸음을 산정상으로 돌렸다. 출렁다리 전 갈림길에서 왼쪽 숲해설안내소로 가는 중간 지점에 심항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다소 가파른 깔딱고개여서 숨이 약간 거칠어지지만 대부분 코스 곳곳에 나무 계단을 깔아놓아 큰 불편함은 없다. 그래도 등산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 있다. 오름길 곳곳에는 산과 나무와 관련한 시들이 걸려 있다. 시들을 읽으면서 올라가면 험한 산길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 좋다.

심항산 지도

 

종댕이길에서 심항산 정상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조망이 없어 아무 생각없이 오르기만 해야 한다. 출발점은 숲해설안내소와 출렁다리 부근 두 곳이고 코스는 체험길, 가온길, 봉수터길 3개인데 정상까지 거리는 1.2~2㎞ 정도이고 4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심항산 정상(385m)에 오르면 넓은 공터 위에 정자가 우뚝하다. 심항산을 감싸고 흐르는 충주호의 시원한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산과 그 자락의 집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하산길은 15~2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서 내려온 숲해설안내소에서 마즈막재 주차장까지는 25분 걸린다. 오늘 산책과 산행에는 모두 5시간 정도 걸렸다. 제2조망대에서 점심을 하고, 쉬엄쉬엄 구경을 하면서 걷고, 심항산까지 오르느라 평균보다는 많이 걸렸다.

심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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