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7월 30일, 문고본의 대명사 ‘펭귄북스(Penguin Books)’가 처음 출간됐다. 런던 출판업자 알렌 레인과 두 동생의 합작품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스타일즈장(莊)의 괴사건’과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를 포함한 10권이 이날 발간된 첫 시리즈였다.
당시 영국 노동자 하루 임금의 20분의 1에 불과한 권당 6펜스라는 저렴한 가격에 품위까지 갖춘 펭귄북스의 등장은 초판 2만 부를 순식간에 동낼 정도로 대중의 독서열을 자극했다. 읽을 만한 책은 으레 고급 양장본인데다 가격도 부담스러웠고, 값싼 문고본은 주로 모험소설이나 싸구려 대중소설 만을 취급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펭귄북스는 이듬해 말까지 70여 권에 300만 권 이상 팔려나가 구텐베르크 활자 이래 전례가 없는 독서의 대중화를 촉진했고, 문턱이 높은 서점을 피해 주로 가게 등에서 판매하는 새로운 새로운 마케팅 기법도 선보였다. ‘종이표지의 보급판 책’이라는 뜻을 가진 ‘페이퍼백(Paper Back)’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였다. 펭귄북스의 성공은 미국의 포켓북(1937년)·프랑스 쿠세즈(1941년)·독일의 로로로(1950년)로 발전되어 세계는 바야흐로 문고본 시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