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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의 충청도양반길과 갈은구곡] 산막이옛길이 예쁘고 걷기 편한 산책로라면 이곳은 호변·계곡 따라 걷는 호젓한 길

↑ ‘칠성로 10길’에서 바라본 환벽정

 

by 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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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벽정(環碧亭)과 한반도 지형

 

▲‘칠성로 10길’은 규격화되지 않은 매력적인 길

2020년 3월 어느날 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 뒤쪽 등잔봉으로 올라가 천장봉을 지나 산막이마을로 내려간 후 괴산호 수변(水邊)에 놓인 산막이옛길 데크길을 걸어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그때 등잔봉과 천장봉 사이 능선에서 내려다본 괴산호의 한반도 지형이 인상적이었다.

한반도 지형은 괴산호 동쪽의 땅이 호수 안으로 불쑥 치고 들어온 모양새다. 등잔봉~천장봉 사이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곳에는 과수원과 언덕, 그리고 절벽 위 정자가 있고 그 너머에는 좁은 도로가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구체적인 모습을 알지 못해 궁금했으나 일부러 찾아가 살펴볼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등잔봉~천장봉 사이 능선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 지형

 

사실 그곳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괴산호~달천을 경계로 산막이옛길 건너편의 충청도양반길과 갈은구곡이었다. 산막이옛길을 다녀와 지지앤지(ZZNZ)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나니 이 두 곳을 소개하지 않고서는 절름발이 기행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곳을 다시 찾아간 것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12일이었다. 내비게이션에서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를 검색하니 내비가 괴산댐 동쪽에서 남북으로 이어진 길을 안내한다. 알고보니 6개월 전 등잔봉~천장봉 능선에서 내려다보았던 그 길이었다. 정식 명칭은 괴산군 칠성면을 지나는 ‘칠성로 10길’이다.

괴산호를 옆에 끼고 5분 정도 그 길을 따라 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그 전에 나를 먼저 반긴 것은 아가리를 벌려 물을 대량으로 방류하고 있는 괴산댐이었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괴산댐 옆을 지나니 괴산호가 오른쪽으로 넓고 길게 펼쳐있다. 아스팔트 도로는 중앙선이 없어 주행하다가 반대편 차량을 만나면 서로 조심조심 비켜야 하는 구조다. 내게는 이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길이 매력적이다. 더구나 급경사의 산과 호수 사이를 지나는 길이어서 드라이브 길로도 손색이 없다.

칠성로 10길

 

▲환벽정 누각에 오르면 괴산호와 산막이마을 시원하게 펼쳐져

괴산댐~주차장 간 도로 중간 오른쪽으로 소로(小路)가 나 있고 그 입구에 구진치(九津峙)라고 쓰여진, 돌로 만든 대형 안내비가 서 있다. 순간 6개월 전 능선에서 내려다보았던 한반도 지형 안의 과수원과 정자가 생각나더니 저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왠지 과수원과 정자가 나타날 것 같았다.

구진치

 

당시 나는, 정자는 산막이옛길의 제1경인 환벽정(環碧亭)이고 그 옆 언덕은 범동이동산(182m)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한반도 지형 안의 생김새는 알지 못했다. 구진치는 생소한 지명이었다. 안내비 옆 검은돌에 새겨놓은 설명을 보았더니 ‘정감록’의 저자 정감이 정감록을 기록하기 위해 이 부근 갈은동과 산막촌을 탐경(探景)하면서 이곳에 들러 자주 쉬어갔다고 해 구진치라고 전해온다고 적혀있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된 유림들과 지술(地術) 학자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다만 근거가 무엇인지 왜 구진치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소로로 방향을 틀자 구진치 안내비 앞에 2대의 차가 정차해 있고 그 옆에 차 1대 다닐 수 있는 흙길이 안으로 이어져있다. 다른 차량이 없었으면 그곳에 주차하고 뒤쪽 언덕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면 곧바로 환벽정을 만나 궁금함이 풀렸을텐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일단 흙길을 따라 들어갔다. 200~300m 안쪽으로 들어가니 능선에서 내려다보았던 사과 과수원이 나타났다. 나무에는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주인이 보이지 않아 과수원 입구에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20~30m 떨어진 언덕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환벽정의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는데 전기가 흐른다고 잔뜩 겁을 준 철사가 가로막고 있어 접근할 수 없었다. 환벽정 관광객이 사유지인 과수원으로 자주 내려오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위한 조치였다.

할 수 없이 과수원에서 빠져나와 구진치 안내비 주변에 가까스로 주차하고 언덕으로 올라가니 200~300m 앞에 환벽정이 연천대라는 이름의 절벽 위에서 괴산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깔끔하고 깨끗해 알아보니 사적은 아니고 괴산군이 2011년 건립한 일종의 관광자원이었다. 2층 누각에 올라가니 바로 아래 괴산호와 건너편 산막이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삼성봉, 천장봉, 등잔봉이 가깝게 느껴진다. 환벽정 아래에는 유람선 선착장과 연결되는 길이 나 있어 유람선을 타고와서도 환벽정에 오를 수 있다.

환벽정

 

■연하협구름다리와 갈은구곡(葛隱九曲)

 

▲갈은구곡을 찾아서

환벽정에서 멀지 않은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은 갈론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달천과 만나는 지점에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옆에는 맵시있는 연하협구름다리가 건너편 산막이옛길과 이어져 있다. 다리 규모는 생각보다 커서 길이가 167m, 폭이 2.1m나 된다. 2016년 8월 개통했다. 현수교 형식의 출렁다리여서 사람들이 지나가면 다리가 흔들거려 스릴이 있으나 그보다는 다리 중간에서 남쪽의 달천과 북쪽의 괴산호를 바라보는 조망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에서 갈은구곡으로 가려면 2㎞ 정도 떨어진 갈론마을을 지나야 한다. 여기서 잠깐. 이곳에서는 ‘갈은구곡’ ‘갈론계곡’ ‘갈론지킴터’ ‘갈론마을’ 등 ‘갈론’과 ‘갈은’을 혼용해서 쓴다는 것이다. 마을 이름은 입구에서부터 ‘갈론마을’이라고 안내하고 있으므로 갈론마을을 따르면 되지만 계곡 이름은 여전히 혼용하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도 표제어를 ‘갈론계곡(갈은구곡)’으로 달고 있다.

이 글에서는 마을은 ‘갈론마을’로, 계곡은 ‘갈론계곡’으로, 계곡 요소요소에 자리잡고 있는 9개 명소의 의미를 살릴 때는 괴산군 홈페이지를 따라 ‘갈은구곡(葛隱九谷)’으로 통일한다. 혹자는 갈은구곡의 ‘갈은(葛隱)’이 한자상으로는 ‘칡넝쿨 우거진 산속에 숨어 산다’ ‘칡뿌리를 먹으며 은둔한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고 하지만 정확한 뜻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갈은구곡 한자는 九谷… 중국의 무이구곡, 한국의 화양구곡의 구곡 한자는 九曲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괴산군이 중국 송나라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유래하고 조선시대부터 전국적으로 유행한 ‘구곡(九曲)’을 흉내 내 이곳에도 강선대, 장암석실, 갈천정, 옥류벽 등 9곡이 있다고 자랑하면서 ‘구곡’의 한자를 ‘九曲’으로 쓰지 않고 ‘九谷’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 알고 쓴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갈은구곡(葛隱九曲)은 ‘칠성로 10길’ 끝에 자리잡은 갈론마을을 지나 속리산 옥녀봉으로 향하기 전 갈론계곡을 따라 설정된 구곡이다. 길이는 2㎞ 남짓이다. 주차장에서 200m 정도 지나면 오른쪽으로 ‘충청도양반길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이 충청도양반길이다. 다리를 지나지 않고 마을 쪽으로 더 올라가면 마을 초입에 아가봉까지 3.0㎞라고 안내하는 팻말이 보인다. 아가봉~옥녀봉에 올라 갈은구곡을 지나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아가봉으로 가는 길

 

갈은구곡에 들어서기 전 배꼽시계가 작동해 발이 가는대로 갈론주막(043-832-5614)에 들어가 올갱이국과 올갱이전을 시켰다.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맛이 좋아 물었더니 식당 안주인인 3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이 요리했단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 사람 입에 맞는 이런 향토음식을 만든다는 게 신기했다. 미루어 다른 메뉴도 맛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강추다.

구곡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화양구곡이다. 마침 전날 화양구곡에 다녀온 터라 그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또다른 구곡을 감상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갈론지킴터로 다가갔다. 지킴터에는 ‘순찰중’이라는 팻말만 있을 뿐 자리를 지키는 이가 없어 기본적인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입구를 지나쳤다. 9곡 마다 친절한 안내문을 세워놓은 화양구곡을 다녀온 터여서 이곳도 당연히 안내문이 있을 것으로 알고 가벼운 마음에 초입의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섰다.

 

갈은구곡 찾아갔으나 강선대(제3곡)만 확인

갈은구곡은 2㎞ 거리의 숲길과 계곡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있는 장암석실(1곡), 갈천정(2곡), 강선대(3곡), 옥류벽(4곡), 금병(5곡), 구암(6곡), 고송유수재(7곡), 칠학동천(8곡), 선국암(9곡)이다. 계곡의 규모는 화양구곡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소박한 멋이 있어 나름 관광적 요소를 갖추었다. 구곡 정도는 아니더라도 물과 길이 만나는 굽이마다 여남은 사람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한 널찍한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가파르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때로는 왼편으로 때로는 오른편으로 계곡을 끼고 걸어 지루하지도 않다. 산막이옛길이 예쁘고 걷기에 편하도록 잘 정비된 산책로라면 갈은구곡길은 계곡을 따라 걷는 호젓한 길이다.

갈론지킴터에서 계곡 옆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길고 높은 바위 절벽이 나타난다. 절벽 위에는 집채만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바위에 ‘갈은동문(葛隱洞門)’이 새겨져 있다. ‘동문(洞門)’은 신선이 살 정도로 그윽하고 운치 있는 계곡인 동천(洞天)으로 들어가는 문을 뜻하므로 갈은동문은 갈은구곡의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문이라는 의미다.

갈은동문

 

그런데 갈은동문을 지나면 곧 나타날 것 같은 구곡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쌍심지를 키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다. 안내문도 없다. 그래도 어딘가 있으려니 생각하고 올라가는데 지킴터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두 갈래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을 가리키는 방향표지판에 ‘탐방로 아님’이라고 되어 있어 가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옥류봉 방향을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옥녀봉까지 2.8㎞ 걸리는 그곳으로 올라가면 옥녀봉~아가봉을 지나 갈론마을 입구에 있는 아가봉 표시 방향으로 내려온다.

갈은구곡 삼거리

 

갈은구곡의 결정적인 문제는 구곡 안내판이 없다는 것

삼거리에서 옥녀봉 방향은 오솔길이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데 상류라 그런지 물의 양이 많지 않고 규모도 시내 수준이다. 15분 정도 올라가니 시내 건너 옥녀봉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이 나온다. 이곳 계곡 왼쪽(상류) 입구에도 ‘탐방로 아님’ 표시가 되어 있어 “그렇다면 구곡은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혼자 불평하면서 마지막 기대를 걸고 왼쪽 계곡으로 들어섰다. 그쪽으로도 100~200m를 올라갔지만 구곡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특색있게 생긴 바위가 보이면 혹시 구곡인가 싶어 사진을 찍었으나 나중 확인해보니 구곡과는 아무 상관 없는 바위였다.

한 곳의 구곡도 확인하지 못해 투덜대며 삼거리로 내려와 ‘탐방로 아님’으로 표시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랬더니 멀지 않은 길 옆에 제3곡인 강선대가 나타났다. 길 바로 옆에 없었다면 그리고 바위 벽에 한자로 강선대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강선대 역시 지나쳤을 것이다. 강선대(降僊臺)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곳인데도 보통 신선 선(仙)자를 쓰는 것과 달리 춤출 선(僊)을 쓴다. 강선대를 지나 계곡을 따라 10분 이상을 올라갔으나 끝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구곡도 있다는 확신이 없어 결국 그냥 내려왔다. 다만 이쪽 계곡은 바닥이 주로 너른 바위여서 물이 그렇게 맑고 깨끗할 수가 없다. 다소 어수선한 옥류봉 쪽 계곡보다 훨씬 깔끔하고 분위기도 있다.

갈은구곡의 왼쪽 계곡. 물이 맑고 깨끗하다.

 

하산하는데 삼거리에서 동행자가 계곡을 건너려고 조그만 돌다리를 밟았다가 돌이 옆으로 삐져나가는 바람에 미끄러져 부상을 당하고 온몸이 젖는 불상사를 당했다. 이후에도 동행자는 시멘트 길 위의 이끼를 밟았다가 또다시 미끄러져 무릎에 큰 타박상을 입었다. 양쪽 계곡 모두를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돌아 내려오면서 구곡 중 강선대만 보고 다른 곳은 보지 못한 것을 생각하니 답답하고 화가 났다. 갈론계곡이 아니라 갈은구곡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갔으니 더욱 그랬다. 사전에 구곡 위치를 파악하지 않고 구곡 감상에 나선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누가 관광을 떠나는데 공부하고 떠나나. 현지 안내판이 알기쉽게 알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다른 사람 블로그를 찾아봐도 9곡 사진을 온전하게 찍은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최종적인 문제는 안내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찾아오라는 것은 참으로 불친절한 처사다. 괴산군청에 전화 걸어 안내판 설치를 요청했다. 나같이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입구 지킴터에서 구곡의 위치와 특징을 상세히 묻고 올라가야 한다.

강선대

 

▲갈은구곡은 어디에 

나는 비록 구곡을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혹시 이 글을 읽고 갈은구곡을 찾아가는 방문객들을 위해 구곡의 위치와 특징을 소개한다.

제1곡 장암석실은 갈은동문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쪽 숲 속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다. 이 바위에 작은 석실이 있어 이름이 장암석실이다. 암벽 가운데 ‘場巖石室(장암석실)’이라고 새겨져 있다. 제2곡 갈천정은 장암석실 맞은편 계곡 건너편에 있는 마당 바위다. 바위 위쪽에 ‘曷天亭(갈천정)’이 음각되어 있고 그 아래에 갈천정 글자를 새겨넣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全德浩(전덕호)’라는 이름과 한시가 새겨져 있다. 대형 암반 아래 사람이 둘러앉을 공간이 있어 정(亭)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이름으로 보아 바위 위에 정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갈천정에서 조금 올라가면 두 물길이 합쳐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길로 조금 올라가면 3층으로 쌓인 커다란 암벽이 보인다. 신선이 내려와 춤추며 놀았다는 제3곡 강선대(降僊臺)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삼거리에서 옥류봉 방향의 계곡을 따라 1㎞ 정도 올라가면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제4곡 옥류벽이 나온다. 옥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벽이라는 뜻이다. 네모반듯한 바위가 축대처럼 계곡 양옆에 늘어서 있다. 절벽 위쪽에 ‘옥류벽(玉瑠璧)’이 전서로 새겨져 있다.

옥류벽 (출처 괴산군청)

 

옥류벽 바로 위에는 비단 병풍바위같이 아름답다는 뜻의 제5곡 금병이 있다. 바위 벽에 ‘금병(錦屛)’이 전서로 새겨져 있다. 금병에서 50m 정도 올라가면 거북이 형상을 한 제6곡 구암이 나온다. 암벽에 ‘구암(龜岩)’이라고 새겨져 있다. 구암 골짜기를 지나면 이제 선계(仙界) 초입이 나온다. 그곳에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라는 뜻의 제7곡 고송유수재가 있다.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고 갈은구곡 중 경치가 가장 좋고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한쪽 바위벽에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갈은동(葛隱洞)’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고송유수재 바로 위에는 7마리 학이 살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제8곡 칠학동천이 있다. 흰 사각 바위에 ‘칠학동천(七鶴東天)’이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는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를 뜻하는 제9곡 선국암이 붙어있다. 선국암(仙局岩)은 칠학동천 바로 위에 보이는 평평하고 커다란 바위다. 위에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고송유수재 (출처 괴산군청)

 

■충청도양반길과 등산로(아가봉~옥류봉)

충청도양반길은 13.5㎞, 아가봉~옥류봉 등산로는 9.2㎞

 

괴산에는 충청도양반길과 산막이옛길이 있다. 개념상으로 충청도양반길은 1코스(산막이옛길), 2코스, 3코스 등으로 구분하므로 산막이옛길은 충청도양반길의 일부이다. 지금 소개할 곳은 2코스이나 숫자로 얘기하면 혼란스러우므로 그냥 충청동양반길이라고 단순화시켜 소개한다. 지리적으로, 산막이옛길은 괴산호의 서쪽에 있고, 충청도양반길은 동남쪽에 있다. 두 길은 달천~괴산호를 가로지르는 연하협구름다리를 통해 이어진다.

충청도양반길 지도

 

충청도양반길은 13.5㎞의 순환코스다. 일반적인 출발점은 연하협구름다리 주차장이다. 주차 후 갈론마을 쪽으로 200m 걸어가면 오른쪽 계곡으로 충청도양반길 출렁다리가 보인다. 어림 짐작으로 길이가 100m 쯤 정도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길이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남쪽으로 2.8㎞ 거리에 운교리목교가 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한참 떨어진 사기막고을을 거쳐 갈은구곡 상류를 따라가면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다. 13.5㎞ 거리에 4~5시간 정도 걸리는 긴거리여서 탐방객은 거의 없다.

충청도양반길 출렁다리

 

대신 탐방객들은 괴산호 수변(水邊) 오솔길인 양반길출렁다리~운교리목교 구간(2.8㎞)이나 갈은구곡길(2.3㎞)을 걷는다. 산막이옛길과 마찬가지로 괴산호를 끼고 걷는데, 산막이옛길이 괴산호의 서쪽(연하협구름다리에서 괴산호 상류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 기슭을 따라 이어진다면, 이 오솔길은 괴산호의 동쪽(왼쪽) 기슭을 끼고 걷는다. 오솔길은 ‘속리산 둘레길’ 구간에 속하기도 한다.

충청도양반길 출렁다리를 건너 약간의 비탈길을 오르면 300m 지점에 연하협구름다리와 주차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서 800m를 걸어가면 옥녀계곡인데 중간까지가 동네 뒷산 같은 산길이고 그 후부터는 호젓한 평지 오솔길이다. 이 길이 좋은 것은 관광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옥녀계곡은 옥녀봉과 아가봉 사이의 계곡으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른다고 안내문에는 쓰여있지만 내가 갔을 때는 2~3m 폭의 계곡 바위 사이로 졸졸졸 흐를 뿐이다. 옥녀계곡에서 700m 정도 걸어가면 바위 벼랑인 선유대(仙遊臺)다. 초입에서 계산하면 1.5㎞ 거리의 선유대는 신부가 족두리를 쓴 모습이어서 족두리바위 또는 각시바위라 불린다. 선유대에서 괴산호 건너편을 바라보면 신랑바위(사모바위)가 벼랑에 서 있다.

신랑바위(왼쪽)와 신부바위(선유대).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각시바위에서 몇백m를 걸어올라가면 운교리목교다. 초입에서부터 계산하면 2.8㎞ 정도 거리인데 운교리 목교의 안내목에는 2,3㎞라고 표시되어 있다. 거리가 장소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은 전국 어디나 공통 현상이다. 국립공원도 예외가 아니다. 직접 걸어본 시간으로는 초입에서 운교리목교까지 1시간 10분 정도 걸렸으니 왕복으로는 2시간 30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옥녀봉 아가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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