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수필가 전혜린 31세에 자살

1965년 1월 10일, 번역문학가이자 수필가 전혜린이 31세 젊은 나이로 성급한 죽음을 맞았다. 심장마비설과 수면제 과다복용설 등 사인을 둘러싸고 설들이 무성했지만 사람들은 인습과 평범을 거부해온 한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받아들였다. 평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법대에 입학할 때까지 만해도 전혜린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우수한 학생일 뿐이었다. 0점을 받은 수학과목으로 법대 입학이 위태로웠으나 다른 과목이 워낙 출중해 입학이 허용됐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그의 두뇌는 뛰어났다.

이 모범생의 20년 삶은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급격한 변화의 몸살을 겪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 법학을 뒤로하고 문리대를 기웃거리며 문학 세계로 빠져들었다. 1955년 독일에 유학한 전혜린은 그곳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기성의 권위와 모럴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1959년 귀국해 서울법대 강사를 거쳐 성균관대 교수에 안착했지만 강렬한 감성의 소유자인 그에게 1960년대 한국적 상황은 늘 두터운 벽으로 다가왔다. 전후 한국 젊은이들의 감수성의 한 축을 대표했던 그의 산문집으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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