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언론사상 초유의 언론 통·폐합

1980년 11월 14일, 한국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언론통폐합 조치가 이뤄졌다.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가 임시총회를 열어 상업방송 체제를 공공방송으로 전환하고 지방주재기자를 철수하며 유일한 대형민간통신사를 신설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포장만 ‘자율’이었을 뿐 통폐합 언론사 사주들을 보안사로 끌고가 도장을 찍게 한 사실상의 ‘강제’였다. 11월 12일 오후 6시쯤 전두환 대통령이 결재한 ‘언론창달 보고서’에 따라 보안사가 언론사 사주들을 소환, 이들로부터 통·폐합에 이의가 없다는 각서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각서를 근거로 신군부는 28개 신문, 29개 방송, 7개 통신 등 전국의 64개 매체를 14개 신문, 3개 방송, 1개 통신 등 18개 매체로 통합했다. 11월 25일 그 첫 조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아일보·서울경제신문·내외경제신문이 이 날짜로 폐간돼 각각 경향신문·한국일보·코리아헤럴드에 흡수통합됐고, 1도 1사 원칙에 따라 지방지 중 국제신문·영남일보·경남일보가 폐간됐다. 기독교방송은 이 날짜로 보도방송과 작별을 고하고 복음방송에만 주력해야 했다. 11월 30일에는 TBC와 동아방송이 종방하고 KBS로 통합됐으며 합동통신과 동양통신도 12월 31일부로 종간하고 신설된 연합통신에 통합됐다.

지방주재 특파원 제도도 폐지해 신문이 발행되는 지역 밖의 뉴스는 정부지배 하의 통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하는 한편 KBS와 KBS가 주식의 70%를 소유한 준 관영 MBC로 2원화함으로써 방송매체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와함께 언론인 해직 조치도 단행되어 7월 933명의 언론인이 1차로 해금되었고 11월 중순에는 305명의 언론인이 추가로 해직돼 모두 1238명의 언론인이 언론사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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