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우리나라 폭발물 사고 사상 최대인 이리역 폭발사고

1977년 11월 11일 밤 9시15분, 전북 이리시(현 익산시)의 시민들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한국 대 이란 경기를 TV로 지켜보고 있었고, 시내 삼남극장에서는 700여 명의 방청객이 몰려든 가운데 ‘하춘화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코미디언 진행자 이주일이 막 오프닝 멘트를 마친 순간, 갑자기 “꽝!”하며 천지를 진동하는 대형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이리역에서 솟아올랐다. 다량의 폭약을 싣고 인천을 떠나 광주로 향하던 한국화약 소속 화물열차가 이리역에서 대기 중 호송원이 촛불을 켜놓고 잠든 사이에 촛불이 다이너마이트를 포장한 마분지에 옮겨 붙어 폭발한 것이다.

다이너마이트용 화약 800상자, 뇌관 36상자, 초안폭약 200상자 등 도합 30.28t의 폭약이 15초 간격으로 세 번이나 터지는 강력한 폭발음 소리와 함께 도시는 암흑과 공포,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발 지점에는 지름이 30m나 되는 5층 높이의 웅덩이가 패였고 반경 500m 안은 건물이 완전히 파괴돼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반경 1㎞ 이내의 건물은 반파되고 반경 4㎞ 이내의 가옥은 창문이 떨어져나갔다. 완파된 건물이 811동이나 됐고 반파된 건물도 780동이나 됐다. 역사 구내에 있던 117량의 객화차 차량도 파괴되거나 탈선해 넘어졌고 선로는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이리역에서 100m 떨어진 삼남극장도 지붕이 날아가고 14명이 현장에서 죽는 등 아비규환을 이뤘다.

폭발 순간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이주일은 머리가 함몰돼 4개월이나 병원신세를 질 정도로 중상을 입었으면서도 불길이 치솟는 난로 옆에 쓰러져 있는 하춘화를 들쳐입고 극장밖으로 뛰쳐나갔다. 우리나라 폭발물 사고 사상 최대이고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기록된 이 사고로 59명이 숨지고 1350여 명이 다쳤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