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동물원 ‘창경원’ 개원

창경궁에 동·식물원이 문을 연 것은 1909년 11월 1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동물원이었고 동양에서는 4번째였다. ‘관광’ 개념이 없었던 시절에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것, 더구나 감히 생각할 수 조차 없었던 궁궐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분명 백성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었지만 이로인한 궁궐의 손상은 어쩔 수 없었다.

일제는 경내에 있던 전각과 궁문 등을 헐고 심지어는 궁전의 초석까지 파내 어구(御溝·도랑)의 제방으로 사용하는 등 창경궁을 마구 훼손시킨 것으로도 부족해 1911년 4월 11일에는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바꿔 궁궐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켰다. 특히 일본에서 가져온 벚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고, 곳곳에 설치된 전등이 불을 밝히는 봄날 밤이 되면 넘쳐나는 상춘객들로 창경궁은 빠르게 위락장소로 변모해갔다.

크고 작은 사건이 적지 않았지만 창경원 74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순간은 광복 20여 일 전에 있었다. 미군의 폭격으로 동물원이 파괴될 경우 사자·호랑이 등의 맹수류들이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일제가 1945년 7월 25일 150여 마리를 한꺼번에 독살한 것이다. 1983년 12월 31일 마지막 관람객을 맞고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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