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노라노가 선보인 우리나라 첫 패션쇼 반도호텔에서 열려

1956년 10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쇼가 서울 반도호텔(현 롯데호텔)의 다이너스티룸에서 열렸다. 물을 들인 미군복이 생활복으로 팔리던 때에 여류 소설가 김말봉이 사회를 보고 유명 작곡가 박춘석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가운데 초대 미스코리아 박현옥을 필두로 당시 최고 배우였던 조미령 등 모두 6명의 모델이 50여 벌의 의상을 선보이자 여기저기 갈채가 쏟아졌다.

모델들이 양장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뒷단추 옷이나 스커트의 앞뒤를 바꿔입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출품된 옷은 고려모직이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는 모직을 소재로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가 만들었다. 이 때문에 김일환 당시 상공부장관도 참석, 산업 측면에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노라노의 본명은 노명자. ‘노라’는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노라노는 1948년 미국으로 건너가 디자인을 배우고 돌아와 ‘노라노 꾸뜨리에’(1950년), ‘노라노의 집’(1952년)이란 양장점을 열어 궁핍했던 당시 한국에 패션이라는 개념을 알리고 고급의상실 붐을 일으켰던 제1세대 패션 디자이너다. 주한 외교관 부인들과 미군 장교 부인들이 단골 손님이었지만 문화·연예계 인사들도 그의 옷을 찾았다. 이해랑·김동원·황정순 등이 활약하던 극단 신협의 전속 디자이너로도 일했고, 1950년대 ‘저고리 시스터즈’부터 1970년대 ‘펄 시스터즈’에 이르기까지 가수들의 의상도 만들어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윤복희에게 미니스커트를, 펄시스터즈에게 판탈롱을 입힌 것도 노라노였다. 이때문에 그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한 ‘노라노 양재학원’이 한때 번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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