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부관연락선 ‘이키마루(壹岐丸)호’ 첫 취항

섬나라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두개의 선(線)이 필요했다. 일본∼한국을 이어줄 정기적인 배편과 한반도의 남북을 종관(縱貫)하는 철도선이 그것이다.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1905년 1월)이 개통되고, 서울∼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1906년 4월)의 개통을 앞둔 시점에서 바닷길만 이으면 도쿄∼서울∼신의주는 일사천리였다.

1905년 9월 11일 일본의 시모노세키는 축제분위기였다. 부산∼시모노세키 간을 오갈 부관(釜關)연락선 ‘이키마루(壹岐丸)’호가 처음 취항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680t급의 이키마루가 최대 317명이나 되는 승객들을 11시간 30분만에 부산에 내려주면서 도쿄∼서울 간은 60시간 거리로 단축됐다. 대륙을 침략·수탈하려는 일본 제국주의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이다. 이키마루 취항과 함께 경부선의 발착(發着) 시간도 이키마루의 부산도착 시간에 맞춰졌다. 공간의 식민지에 앞서 시간의 식민지가 먼저 진행된 것이다. 당시에 경부선의 상행선이란 도쿄로 가는 서울발 부산행을 의미했다.

일제의 야욕이 본격화하면서 승객과 수송량이 급증하자 일제는 이후 취항하는 배 이름을 쇼케이마루(昌慶丸)·도쿠주마루(德壽丸)·곤륜환(崑崙丸) 등 한국이나 중국의 고궁·명산 이름으로 지어 일본인들에게 이국에의 선망을 부채질했다. 곧 경의선이 개통되고 신의주∼안동(중국)을 잇는 압록강철교가 1911년 11월 개통됨으로써 바야흐로 일본은 도쿄에서 승차표 한 장으로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신시대를 맞았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