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경기 남양주 예봉산~운길산 연계산행] 남한강과 북한강 두 줄기 강물이 수많은 모퉁이와 협곡을 지나 수백리 만에 조우하는 두물머리 조망이 환상적이지요

↑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양수리) 모습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3㎞ 6~7시간

☞ 팔당역 ~ 예봉산 ~ (새재)고개 사거리 ~ 운길산 ~ 수종사 ~ 운길산역

 

추석 연휴 기간인 2022년 9월 10일 아내와 함께 경기 남양주 예봉산(683m)과 운길산(610m)을 연계하는 산행을 했다. 한 곳만 다녀오려다가 심심할 것 같아 예봉산~운길산 능선을 코스로 잡았다. 예봉산이든 운길산이든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 바로 정상으로 올라가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내려다보여 수도권 등산객에게 인기가 많다. 두 산 모두 약간의 경사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육산이라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올라간다. 예봉산은 경의중앙선 팔당역에서, 운길산은 다음역인 운길산역이 들머리 역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전철을 이용하려다가 생각이 바뀌어 승용차를 몰고 갔다. 산행 후 전철 좌석이 없으면 우리의 출발지인 마포역까지 힘들게 선 채로 와야 하고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하면 다른 승객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서였다. 결국 팔당역에 주차하고 예봉산~운길산을 거쳐 운길산역으로 내려간 뒤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팔당역으로 돌아가 승용차로 귀가했는데 아내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추켜세운다.

당일 출발이 늦어지면 팔당역 주차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서울 마포에서 6시 20분에 출발했다. 다행히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다. 물론 운길산역에 주차하고 팔당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후 예봉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우리가 예봉산을 먼저 올라가기로 한 것은 하산길에 운길산 아래 수종사와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두물머리를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라갈 때 수종사를 거치면 마음이 급해 오래 머물 수 없다. 그렇다면 경사나 난이도는 어떨까. 어느 산으로 먼저 올라가야 덜 힘드냐는 것인데 이번에 다녀와보니 별 차이가 없었다. 물론 운길산 수종사로 올라가는 콘크리트길은 피하고 이 글 아래에서 소개하는 계곡길로 오를 경우 비슷하다는 것인데. 그러면 수종사를 들르지 못하게 되므로 결론은 예봉산 출발이다.

현지 안내도로 총거리를 계산해보니 12.5㎞다. 보통 GPS 상으로는 13.5㎞ 정도 찍힌다. 지도상으로는 팔당역 →(2.9㎞)← 예봉산 →(1.7㎞)← 적갑산 →(4.3㎞)← 운길산 →(0.8㎞)← 수종사 →(2.8㎞)← 운길산역이다.

예봉산 운길산 연계산행 지도

 

■팔당역~예봉산~적갑산~(새재)고개사거리

예봉산행은 팔당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진행한다. 아스팔트 평지길을 10분 정도 걸어가면 예봉산 표지석이 나온다. 그곳에서 예봉산 정상까지는 2㎞ 거리다. 우측 율리봉(576m)을 거쳐 예봉산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1.4㎞ 정도 더 걸린다. 예봉산행은 자갈길, 너덜길, 흙길을 지난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오르니 데크벤치가 있는 지능선 쉼터이고 다시 30분을 오르니 첫 조망바위다. 나무에 가려 서울시내 전체는 보이지 않으나 한강, 팔당대교, 하남시, 서울 강동구가 눈에 들어온다. 롯데타워도 보인다. 5분 정도 오르니 전망데크다. 한강과 그 건너 검단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한강 남쪽의 서울시와 하남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20분 정도 다시 오르니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정상 아래에 우뚝하다. 이곳 관측소는 남양주의 랜드마크다. 흰색이어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전국에 7곳 있다. 예봉산 말고도 인천 강화 임진강, 충남 금산 서대산, 충북 단양 소백산, 전남 화순 모후산, 대구 달성 비슬산이다.

예봉산 오르다가 만난 데크쉼터

 

아내의 산행 속도에 맞춰 예봉산 정상에 오르니 팔당역에서 1시간 50분 걸렸다. 정상 시야는 사방팔방으로 열려있다. 산 아래를 흐르는 한강은 물론 맞은편 검단산과 서울시, 남양주시, 하남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두물머리와 양평 일원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 팔당역은 2.9㎞, 적갑산은 1.7㎞다. 정상에서 적갑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곧바로 능선길이다. 흙길에 숲길이어서 순하다. 운길산 아래 100미터 지점까지 약간의 오르내리막 경사가 있기는 해도 전체적으로 걷는게 편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다만 조망은 거의 없다. 친절하게도 목제 식탁과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다.

예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

 

정상에서 0.5㎞를 10분 정도 걸어가니 철문봉(630m)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3형제가 본가인 여유당(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서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고 해 철문봉(喆文奉)”이란다. 10분 정도 진행하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滑空場)이다. 예봉산 정상만큼이나 조망이 좋다. 서울시내가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멀리 북한산~도봉산 연봉이 길게 줄지어 있다. 왼쪽으로는 관악산도 보인다.

이곳 활공장은 많은 백패커들이 텐트를 치고 한강과 서울시내 야경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는 곳으로 나름 유명하다. 그날 산행에서 만난 백패커에게 물어보니 간밤에 7~8개 팀이 있었다고 한다. 백팩을 하려고 무겁고 커다란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르는 여성들을 보면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활공장 가까이 임도가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자전거족들도 있다.

활공장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적갑산(560m)이다. 이름만 산(山)일 뿐 봉우리가 작고 조망도 빈약하다. 지나온 예봉산에서는 1.7㎞, 가야할 새재고개까지는 1.9㎞다. 경의중앙선 도심역까지는 3.5㎞ 거리다. 적갑산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삼거리다. 직진하면 새재고개이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운길산 방향 (새재)고개사거리다. 나무계단, 야자매트, 흙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니 고개사거리다. 예봉산에서 3.5㎞ 지나왔고, 운길산까지는 2.8㎞ 가야 한다. 그곳에서 세정사 방향으로 바로 내려와 도로를 따라 진중리 운길산역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곳에서 운길산 정상 100m 전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된 숲길이다.

활공장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새재)고개사거리~운길산~수종사

고개사거리에서 운길산을 향해 가다 보면 양쪽으로 갈라졌다가 5분 후 다시 합류하는 안내판이 두 곳 나온다. 우측은 경사진 능선길이고 좌측은 순한 흙길의 8분능선길이다. 능선길을 타려면 살짝 올라가야 하는데 노력에 비해 조망이 없고 길도 평이하므로 8분능선으로 간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만난 후에는 나무계단과 흙길로 올라간다. 급경사 구간도 있다. 여기서 잠깐. 보통 ‘7부능선’ ‘8부능선’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정확한 표기는 ‘7분능선’ ‘8분능선’이다. 8분(八分)은 10분의 8이라는 뜻이다. 그럼점에서 ‘칠부바지’나 ‘칠보바지’라고 부르는 정강이 아래 길이 바지도 ‘칠분 바지’로 써야 하지만 이미 정착된 단어이므로 그대로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새재)고개 사거리

 

‘운길산 정상 130m’ 표지가 있는 곳부터는 급경사 바위 구간이다. 예봉산 능선이 바라보이는 조망바위를 지나니 마침내 운길산(610m) 정상이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고 해 운길산(雲吉山)이란다. 정상은 나무 그늘이 없어 아쉽긴 해도 바닥이 넓고 편평한 나무데크여서 쉬어가기에 좋다. 지나온 예봉산 방향 능선이 길게 펼쳐있고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넓게 펼쳐있다.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과 불암산 연봉도 길게 이어져 있다. 우리 아들보다 한참 어린 군인들이 단체로 올라와 노닥거리니 정상에 생기가 넘친다.

운길산 정상 오르기 전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예봉산 능선

 

운길산 정상

 

정상에서 수종사는 0.8㎞이고 운길산역은 3㎞ 거리다. 수종사까지 하산길은 거리는 짧아도 급경사인데다 길도 어수선하다. 조망도 없어 매력 없고 심심하다. 하산 상태가 이 정도이니 오르는 사람들은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삐질삐질 땀만 흘려야 한다. 정상에서 270m 아래에 수종사와 계곡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데 수종사 방향만 안내하고 계곡길 안내 표시가 없어 계곡길로 가고 싶어도 부근 지형을 모르면 수종사로 가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알아두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상식’ 제목의 철판이 세워져 있다. 찬찬히 읽어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많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무와 풀의 구분 : 겨울에 땅 위에 남아있으면 나무, 없으면 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와 가장 오래된 나무 : 미국 캘리포니아의 Giant Sequis. 수령은 4000살이고 높이는 100m이며 직경은 9m(※그런데 내가 볼 때 표기가 잘못되었다. ‘Giant Sequis’가 아니고 ‘Giant Sequoia’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 :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수령 1100년, 높이 62m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든 나무 :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20억원 소요 ▲벼슬이 가장 높은 나무 : 속리산 정이품송 식이다.

운길산 정상에서 수종사까지는 거리가 0.8㎞에 내리막인데도 급경사로 인해 아내의 속도가 더뎌 30분이나 걸렸다. 사실 수종사에서 하산길도 산행맛은 없다. 그런데도 운길산을 찾는 이유는 수종사 감상과 정상 조망 때문이다.

수종사 경내

 

■수종사~운길산역

수종사의 창건 연대는 분명치 않고 조선 초 세조 때 중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최고 조망 포인트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줄기 강물이 각기 수많은 모퉁이를 돌고, 바위 암벽을 지나서 수백 리를 흘러오다가 마침내 조우하는 곳이 두물머리다.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두 개 강물이 서로 만나서 섞이는 풍광을 보여주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 이곳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게 있다. 조선 세조(재위 1455~1468)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500년의 두 그루 은행나무다. 높이는 각각 35m, 25m이고, 흉고직경 즉 가슴높이에서 잰 직경은 각각 2m, 1.2m다. 은행나무 뒤로는 10분 정도 걸리는 절상봉(515봉)을 거쳐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수종사에서 또 하나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것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다. 그중 하나가 태종 이방원과 의빈 권씨의 딸인 정혜옹주의 극락왕생을 위해 1439년(세종 21년) 부처님 사리14과를 수정 사리병에 넣고, 탑 속에 봉안한 수종사 세존사리탑이다. ‘정혜옹주사리탑’ 또는 ‘수종사 부도’로 지칭하는데 전문가들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수종사 세존사리탑’이라 해야 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볼 수 없다. 다른 보물은 1493년 건축된 팔각오층석탑이다.

조선후기 문인 가운데 수종사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조안면 능내리에는 정약용의 묘와 생가 여유당이 있다. 다산은 50대 후반 유배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오자 수종사를 자주 찾았다. “아스라이 보이는 저 수종사에는 / 뜬 아지랑이에 기와 고랑이 분간되네 / 호남에는 사백 군데의 사찰이 있지만 / 끝내 이 높은 누각보다는 못하리”라는 시에는 수종사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겨있다.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수종사와 전라도 사찰을 비교했는데, 호남의 4백 곳 사찰이 수종사의 높은 누각만 못하다고 평한 것이다.

수종사 은행나무

 

수종사에서 운길산역까지는 2.8㎞ 거리다. 수종사 해탈문을 나오면 정갈하게 정리된 돌길이 100여미터 이어지고 조금 더 내려가면 불이문이다. 승용차를 타고 콘크리트길을 따라 수종사까지 올라온 차량들의 주차장이 불이문 밖에 있다.

문제는 수종사에서 운길산역까지 하산길이다. 길은 두 곳이다. 울퉁불퉁 콘크리트길과 계곡길이다. 콘크리트길은 승용차로 올라오는 관광객을 위해 만든 길이기에 등산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계곡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 안내표지가 없다. 계곡길에서 올라올 때는 수종사 방향 안내표시가 있는데 콘크리트길에는 안내표시가 없어 주구장창 콘크리트길을 터덜터덜 내려가야 한다. 힘든데다 멋도 없는 급경사에 울퉁불퉁 구불구불 콘크리트길을 따라 내려가니 산행 피곤까지 겹쳐 더욱 힘들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야 해서 속도가 안난다. 생각해보니 운길산 바로 아래에도 계곡길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있는데 안내표시가 없더니 이곳에도 없다. 계곡길에서 수종사로 연결되는 것은 안내가 친절한데 수종사에서 계곡길로 빠져나가는 것에는 이처럼 인색하다. 뭔가 의도가 느껴진다.

투덜대며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계곡길로 연결되지만 여전히 안내표시가 없어 눈치껏 찾아내려가야 한다. 어느 지점엔가 반듯한 길이 나오는데 사실상 거의 다 내려온 곳에 있다. 그 길 끝 지점에 팔각정이 나오고 그곳에서 120m를 내려가니 비로소 평지다. 길을 따라 15분을 걸어가니 마침내 운길산역이다. 수종사 해탈문에서 운길산역까지 1시간 10분이나 걸렸다. 무릎에 탈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운길산역~운길산 산행

이번에는 팔당역이 아니라 운길산역에서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산행을 소개한다. 운길산역에서 내리면 저 멀리 7분 능선 쯤에 사찰이 걸려 있는 산이 보이는데 운길산과 수종사다. 운길산역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그것을 살펴보고 우측으로 진행하면 굴다리 아래를 지나간다. 역에서 0.4㎞ 정도 걸어가면 운길산 정상 2.65㎞, 수종사 2.2㎞ 안내판이 나온다. 이후 진중2리 마을회관과 초록향기 체험농장을 지난다. 안내도가 곳곳에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 오른쪽으로 나무데크가 나오는데 불친절하게도 수종사 방향표시는 없고 ‘유기농 대회정 120m’로 표시된 안내판만 있다. 그리로 올라가면 팔각정(유기농 대회정)을 지나 위에서 소개한 수종사로 연결된 콘크리트길이다.

다른 방법은 계곡길로 오르는 것이다. 나무데크로 올라가지 않고 직진하면 계곡이 나오고 계속 진행하면 수종사 0.78㎞, 운길산 정상 1.3㎞ 안내표시가 나온다. 운길산역에서 50분 정도 지점이다. 수종사를 거치지 않으려면 직진한다. 5분 뒤 예봉산이 바라보이는 조망바위가 나오고 다시 50분 뒤 평상이 있는 갈림길이다. 정상 0.27㎞, 수종사 0.54㎞ 안내표시가 있다. 그런데 이 길에도 우리가 방금 걸어온 방향표시는 없다. 운길산역에서 운길산 정상까지는 2시간~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운길산역(왼쪽)과 운길산 오름길. 1년 전 운길산만 올랐던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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