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10월 29일, 스웨덴 한림원에 전보 1통이 날아들었다. 1주일 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보낸 전보였다. “나에게 별 가치가 없는 이번 수상을 고사하기로 했습니다.” 노벨상 창설 이래 처음 일어난 수상 거부에 한림원도 당혹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심경은 절망적이었다.
체제와의 불화로 긴 침묵에 들어갔던 파스테르나크가 말년에 만난 연인 올가를 모티프로 삼아 ‘닥터 지바고’를 탈고한 것은 1956년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출판사들은 “소설이 러시아혁명을 비방했다”며 출판을 거부했다. 파스테르나크는 이듬해 11월 소설을 이탈리아에서 출판했다. 이후 1년 만에 세계 18개국에서 번역되어 소련 작가로는 사상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 곧 ‘매국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작가동맹이 그를 제명하는 등 수난의 연속이었다.
수상 거부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국외로 추방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조국을 떠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며 흐루쇼프에게 탄원서를 보내 추방 만은 면했지만 이때 받은 상처는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1년 반 만인 1960년 5월 30일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