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0월 22일,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TV와 라디오를 통해 “소련이 쿠바에 중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며 “미국과 서방세계의 안전을 위해 쿠바에 무기를 운반하는 선박에 대해 해상봉쇄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내연하던 ‘쿠바 미사일 위기’가 마침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이미 14일에 U2 정찰기를 이용, 쿠바 서쪽 4곳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가 건설 중이고 일류신28 폭격기도 조립 중에 있음을 항공촬영으로 확보해 놓은 터였다.
백악관은 미사일 기지를 즉각 공격하자는 강경파와 외교적으로 미사일을 철거시키자는 온건파로 갈렸으나 케네디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중간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자칫하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전개에 전 세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으로서는 “평화냐 전쟁이냐”의 갈림길이었고 인류로서는 생명을 볼모로 한 핵도박이었다.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이 중재에 나섰으나 양국은 상대국의 선 양보를 요구할 뿐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이 실력행사에 들어가고 소련도 응전태세를 갖춰나가면서 자칫하면 핵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미 구축함이 소련 잠수함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사실도 모르고 폭뢰를 투하하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한 소련 잠수함이 어뢰를 장착하고 대응태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케네디의 태도가 간단치 않음을 간파한 흐루쇼프가 28일 케네디에게 미사일 철거를 약속함으로써 일촉즉발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었던, 긴박했던 ‘14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