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제1회 경·평(京·平) 축구전 개막

조선일보는 1929년 들어 특히 스포츠 사업에 전력을 다했다. 침체하고 있는 민족 정신을 스포츠로 되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전(全)조선여자배구대회, 전조선여자농구대회, 전조선씨름대회 등이 그 해에 처음 열린 대회들이다. 그 중 경성과 평양 간에 벌어진 ‘경·평(京·平) 축구대항전’은 단연 백미였다.

1929년 10월 8일, 제1회 대회 첫 경기가 7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경성 휘문고보 운동장에 열렸다. 첫날은 1대1 무승부였으나 9일·10일 경기에서 평양팀의 연승으로 첫 대회는 평양팀이 종합전적 2승1무로 경성팀을 앞섰다. 입장료는 설렁탕 한그릇 값인 일반 20전·학생 15전이었다. 이듬해 열린 2회 대회는 경성팀의 3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는 격투기를 방불케 할 만큼 거칠어 상대 지역을 방문하는 선수들은 부상을 각오하고 경기에 임해야했다. 경기 못지않게 응원전도 치열해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평을 연결하는 기차는 언제나 응원 인파로 초만원이었다. 평양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평양의 온 시가가 철시했고 경기장 주변은 기생들이 타고온 인력거로 미어터졌다. 관중이 너무 많이 몰려 인분으로 입장을 저지해야 할 만큼 대인기였다.

그러나 두 지역의 응원 과열과 두팀 간의 지나친 승부욕으로 1931년, 1932년 2년 간은 경기가 중단됐다. 1933년부터 1935년까지는 조선축구협회 주도로 진행됐으나 1935년의 경기 중 일어난 판정 시비가 불씨가 돼 끝내 대회가 중지되고 말았다. 일제하 조선 민족의 큰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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