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니카라과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피살

1980년 9월 17일, 갑자기 나타난 무장괴한들이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시가지를 지나는 한 승용차에 바주카포와 기관총을 발사, 차에 타고 있던 소모사가(家)의 마지막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를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았다. 북한의 김일성 부자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니카라과의 장기독재 가문 소모사가(家)가 43년 만에 종말을 고한 것이다. 이로써 옛 영화를 꿈꿔온 소모사의 희망도, 무덤 속에서나마 독재의 대(代)를 이어주길 바랬던 아버지 소모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소모사는 1년 전인 1979년 7월 17일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에게 쫓겨나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파라과이에서 권토중래를 꿈꾸던 중이었다.

소모사가(家)의 악명은 1937년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의 쿠데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51년까지는 군부 실력자로, 그 이후에는 대통령으로 1956년 9월 피살될 때까지 20년간 니카라과를 주무르며 철권통치를 행사해왔다. 축재를 하고 정적들은 해외로 내쫓았다. 그의 사후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큰아들 루이스 소모사가 7년간의 집권 후 1963년에 재출마를 거부하면서 니카라과에도 한때나마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설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떡고물 맛을 본 측근들이 더 난리였다. 그들은 미 웨스트포인트를 나와 국가수비대 사령관으로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생 아나스타시오 소모사에게 1967년에 정권을 내주며 신변 안전을 의탁했다. 아버지를 빼닮은 소모사 역시 정계·재계·군부를 한 손에 틀어쥐고 폭압정치를 펼쳤으나 이미 운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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