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북한 허담의 서울 비밀방문과 장세동의 방북

1985년 9월 4일, 허담 북한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했다. 1972년 이후 13년 만의 남북간 비밀회동이었다. 회담은 박철언 당시 안기부장 특보가 그해 5월부터 북한의 한시해 노동당 부부장과 판문점에서 3번의 비밀회담을 가진 끝에 어렵게 성사되었다. 허담은 이튿날 경기도 시흥에 있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별장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밀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우리 쪽에서 장세동 안기부장과 박철언, 북한쪽에서는 한시해가 배석했다.

청와대 별장 ‘영춘재’라고 소개한 이곳을 밀담장소로 정한 것은 보안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이들에게 경부고속도로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었다. 이날의 대좌 이후 장세동 안기부장도 10월 16일 평양을 방문했다. 박철언과 강재섭 안기부 연구실장 등 4명이 그를 수행했다. 우리 대표단은 10월 17일 평양 주석궁에서 김일성을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두 차례의 밀사 접촉을 가졌음에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북한은 1986년 1월 팀스피리트 훈련을 핑계로 모든 남북회담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박철언은 전두환 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권에서도 대북 밀사의 첨병역을 맡았다. ‘박신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숱하게 휴전선을 넘나들며 북측 인사와 접촉했다.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총 42차례에 걸쳐 김주석을 비롯한 북측의 주요 인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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