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히틀러의 최측근 루돌프 헤스 옥중 자살

루돌프 헤스는 1923년 11월의 맥주홀 폭동사건으로 수감돼 그곳에서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받아적으며 히틀러의 최측근이 된다. 헤스는 히틀러를 구원의 신으로 믿고 열렬히 따랐다. 그는 검소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1933년 부총통으로 임명돼 서열 2위로 부상했으나 히틀러가 1930년대 말부터 외교와 군사문제에 몰두하고 경쟁자들이 그를 견제하면서 점차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그 즈음인 1941년 5월 10일 밤10시, 헤스가 낙하산을 타고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단신으로 뛰어내렸다. 영국 국왕을 만나길 원하며 자신은 평화의 사절로 왔노라고 밝혔다. 쇠퇴해가는 자신의 명성을 되찾을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영국 정부는 그를 감옥에 처넣었다. 갑작스런 돌출 행동에 히틀러는 헤스가 미쳤다며 비난했다. 종전 후 헤스는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아 베를린 슈판다우 교도소에 수감됐다.

재판 과정에서 헤스는 늘 멍하고 얼빠진 얼굴로 앉아있거나 심지어는 히틀러와 헤스가 누군지 모른다고 잡아떼 그를 아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어떤 때는 또렷한 말씨로 “나는 히틀러의 대리인으로 독일 1000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인 히틀러를 숭배한다”고 진술해 재판관을 당황스럽게 했다. 재판에서 심판을 받았던 21명의 나치 지도자 중 마지막 생존자로 살아가던 1987년 8월 17일, 교도소 측이 돌연 그가 목을 매달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인생의 꼭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며 적응해 살던 그가, 더구나 93세나 된 노인이 자살했다는 발표에 신나치주의자들은 연합군이 그를 살해했거나 자살을 방조했다며 지금까지도 그를 ‘평화의 순교자’로 추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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