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난립한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하고 그 철거민들은 경기도 광주군 일대로 이주시켜 20만 명 이상의 단일 생활권을 만든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 ‘성남시’를 탄생시킨 광주대단지 조성사업이었다. 발표에 따라 1971년까지 2만2000가구 16만 여명의 철거민들이 광주대단지로 이주했으나 생활 여건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울시가 이주부터 시켜 주거환경이 말이 아니었다. 때문에 분양권을 되팔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철거민들이 속출했다. 1971년 현재, 성남시에 거주하는 70% 가량이 철거민으로부터 분양권을 산 전매 입주자일 정도로 원(原) 철거민의 탈출 러시가 극심했다.
전매 입주자 역시 셋방살이를 하다 자기 집을 마련할 요량으로 어렵게 이주한 영세민이었다. 이들은 원래 서울시가 원 철거민에게 약속한 평당 분양대금 2000원을 믿고 분양권을 샀으나 서울시가 이들에 대해서 평당 8000원∼1만6000원에 분양한다고 발표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을 준비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양택식 서울시장이 1971년 8월 10일 단지를 방문한다고 하자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궐기대회를 갖기로 하고 새벽부터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온다는 시장이 1시간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자 비까지 맞으며 기다린 5만 여 주민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곧 연기와 함께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단지는 무법천지가 됐다. 소방차도 경찰도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시위는 난동으로 변해갔다. 그러기를 6시간. 오후 5시쯤 서울시가 주민들의 요구조건을 수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공포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튿날 내무부가 광주단지를 ‘성남시’로 승격시키겠다는 발표와 함께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자칫하면 대규모 폭동으로 비화할 뻔 했던 개발독재 시절의 어두운 단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