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정부, 8·3 긴급경제조치 발표

1972년 8월 2일 늦은 밤, 혁명적인 경제 조치가 발표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 즉 ‘8·3 긴급경제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기업들의 사채(私債)를 동결한다는 것, 즉 채권자의 돈 받을 권리를 일정기간 박탈하고 이율도 대폭 낮춘다는 것이 골자였다. 구체적으로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사채를 8월 9일까지 신고해야 하며, 신고된 사채는 앞으로 3년간 갚지 않아도 되고 그후 5년간 연리 16.2%로 분할상환토록 하며 정부돈 2000억 원으로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단기 고리의 대출금 가운데 30%를 연리 8%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대환(貸煥)해준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사채가 많은 기업들은 쾌재를 불렀다.

1970년대 초, 한국경제는 외국 차관을 가져다 쓴 기업체들이 대규모로 부실기업이 되면서 엉망이었다. 부실기업들은 사채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이로인해 기업들이 더욱 부실화되는 악순환의 덫에 갇혔다. 부도가 급증하고 물가도 뛰어 경제성장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긴급명령은 이 악순환을 일거에 뒤집는 데 목적이 있었다. 8월 9일까지 사채를 신고받은 결과 채무액이 3450억 원으로 집계돼 신고액을 2000억 원으로 예상했던 박 정권을 고무시켰다. 신고액은 1971년 말 총통화의 31.9%에 상당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신고 마지막날 정부가 30만 원 미만의 사채는 동결을 해제하고, 300만 원 미만의 사채에 대해서는 구제책을 마련해주어 실제 동결액수는 신고액의 68%였다. 8·3경제조치로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적인 애로요인이 근원적으로 해결됨으로써 1970년대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빚을 많이 얻어 방만하게 경영한 기업일수록 이 조치로 많은 이득을 봤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의 원조라고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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