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베를린 올림픽 개막

당대의 거장 슈트라우스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행진곡에 맞춰 1000여 명의 합창단이 큰 목소리로 합창하는 가운데 수 천명의 나치 돌격대가 12만 명이 운집한 세계 최대의 베를린 경기장 안을 거위걸음으로 행진한다. 환영사와 히틀러의 개회선언에 이어 스타디움에 들어선 제1회 아테네 올림픽(1896년) 마라톤 우승자 루이스가 성화에 점화한다. 그는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가져온 올리브 가지를 히틀러에게 건넨다.

1936년 8월 1일, 49개국 3980명이 참가한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은 이렇게 막이 올랐다. 당초 히틀러는 올림픽을 “유대인이 지배하는 추악한 제전”이라며 반대했지만 “나치 독일의 힘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선전상 괴벨스의 설득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리스로부터의 릴레이 성화봉송을 처음 채택해 개막식 분위기를 극적으로 고양시켰고,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에게는 기록영화 ‘올림피아’를 찍게 했다. 리펜슈탈은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만천하에 알리고 파시즘의 도도한 흐름을 전파하기 위해 2주간의 대회모습을 225분의 서사시로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선전용으로는 완벽한 대회였지만 유대인을 배제하고 유색인을 조롱하면서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을 만방에 과시하려 한 히틀러의 정치쇼는 예기치 않은 일로 차질을 빚었다. 100m 세계신기록을 포함, 200m․400m 계주․멀리뛰기에서 우승, 4관왕에 오른 미국 흑인 육상선수 조지 오웬스가 히틀러를 난감하게 한 주인공이었다. 히틀러는 독일이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에는 만족해 했으나 오웬스가 메달을 받을 때는 분노한 표정으로 대회장을 떠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손기정을 포함, 8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 제국주의 역시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군국주의 강화에 활용하는 계기로 삼았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