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인류 최초의 체외수정아(시험관 아기) 탄생

1978년 7월 25일, 영국 올드햄 병원에서 2.6㎏의 건강한 여아(女兒)가 태어나자 영국의 데일리 메일지(紙)와 이브닝 뉴스지가 1면에 각각 “IT’S A GIRL(그것은 여자다)” “슈퍼 베이비”라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달아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언론이 이처럼 요란을 떤 것은 신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온 ‘인간 탄생’의 비밀 일부를 인간이 훔쳐봤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체외수정아(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의 이름은 루이스 브라운. 1년 전, 나팔관이 막혀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아기 엄마 레슬리 브라운이 상담차 찾은 사람은 올드햄 병원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였다. 두 사람은 12년 동안 시험관 아기 실험에 매달려 최소한 100번 이상의 실패를 맛보았지만 이 분야에서 만은 베테랑이었다. 연구팀이 레슬리의 난소에서 추출한 난자와 남편 존 브라운의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수정란을 48시간 뒤 레슬리 자궁에 착상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루이스는 예정보다 3주 빨리 제왕절개수술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관 아기’는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1932년)에서 경고했던, 아이들이 대량 생산되는 악몽의 첫 단계였지만 부부에게는 기적이었고 환희였다. 전 세계 불임부부에게는 분명 낭보였지만 인륜을 거스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바티칸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근원적 악”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일부 과학자들도 위험성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실험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시험관 아기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85년 10월 12일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팀에 의해 이뤄진 쌍둥이가 첫 시험관 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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