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미 벨연구소, 트랜지스터 실체 첫 공개

1948년 6월 30일, 20세기 기술혁명의 단초이자 20세기 최고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트랜지스터’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 3명의 연구원이 6개월 전인 1947년 12월 16일 개발을 끝내고 12월 23일 연구소 내 간부들에게 발명을 시연한 상태였지만 특허 획득을 위해 함구해오던 미국 뉴저지주 벨연구소가 이날 그 실체를 처음 공개한 것이다.

그날 세 연구원은 새로운 장치를 선보였다. 게르마늄과 배터리, 삼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고정장치와 금박지 조각 그리고 클립을 펴서 만든 스프링이 뒤엉킨 작고 볼품없는 물건이었다. 이 기구에 마이크와 헤드셋을 연결하고 두개의 전극을 게르마늄 조각에 갖다댄 뒤 브래튼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자 목소리가 증폭되어 헤드셋 속에서 울려퍼졌다. 소리는 거의 100배나 컸다. 진공관 없이도 소리가 증폭된 것이다. 이름은 ‘저항기 이전(Transfer Resistor)’을 합성한 ‘트랜지스터’로 정했다. 정신없이 빠르게 발전할 소형화 시대가 마침내 개막한 것이다.

비금속원소 게르마늄 조각으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는 부서지기 쉽고 제조 비용이 높으며 전력소비도 많은 진공관의 결점을 해결해주었다. 대량의 열을 발생하는 진공관과 달리 온도도 상승시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진공관을 220분의 1 크기로 줄였다”는 벨연구소의 기자회견 발표를 처음에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쇼클리가 1950년 최초의 개량형 트랜지스터를 들고나왔을 때서야 비로소 이 신개발품이 가져올 혁명적 변화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에너지소비가 적고 수명도 몇 배나 길며 덩치도 작은 트랜지스터의 등장은 진공관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고, 집채만한 크기의 최초 전자계산기 ‘에니악’도 현역에서 퇴장시켰다. 세 사람은 이 업적으로 1956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재미를 본 것은 일본이었다. 1955년에 소니사가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TR-55’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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