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은행강도 연인 보니와 클라이드 사살

1934년 5월 23일, 포드자동차를 타고 미국 루이지애나주 깁스랜드 부근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한쌍의 남녀가 잠복해 있는 경찰들이 무차별로 쏜 87발의 기총소사 세례를 받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남자는 벌집이 된 차 운전석에서 한 손에 총을 든 채, 여자는 무릎에 기관총을 얹혀놓고 양 무릎 사이에 머리를 수그린 채 죽어있었다.

두 사람은 미주리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에서 1년 9개월간 주유소, 시골은행, 간이식당 등을 휘저으며 12명을 살해하고 강도행각을 벌여온 은행강도 클라이드 배로와 그의 애인 보니 파커였다. 같은 시대의 전설적 갱스터 존 딜린저가 한 번의 강도짓에서 7만 4000달러를 훔친 것에 비하면 1500달러를 넘지 않은 두 사람의 강도짓은 좀도둑 수준이었지만 대공황기에 서민의 착취 기관이었던 은행을 공격함으로써 보니와 클라이드는 권위와 질서에 도전한 상징으로 인식됐다.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두 사람이 되살아난 것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이었다. 아서 펜이 감독하고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열연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보니와 클라이드)가 개봉되면서였다. 반전시위와 히피문화가 꿈틀거리던 1960년대 말의 심리 상태와 맞물려 젊은이들은 공권력을 조롱하는 주인공들의 무한 질주에 열광했고 두 사람의 화끈한 인생에 매료됐다. 내일없는 질주, 1930년대 대공황기를 살아간 미국 젊은이들의 한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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