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역사철학자 오스발트 슈펭글러 사망

1차대전이 발발했을 때도 유럽인들은 전장으로 떠나는 군인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웃음으로 환송할 만큼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전쟁은 길어졌고 상처는 깊어졌다. 절망한 유럽인들은 “서구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서로에게 물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18년 7월, 이같은 유럽인들의 비관주의적 관점에서 서구문명의 몰락을 예언한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제1권이 출간됐다. 2권은 1922년에 출간됐다.

세계사를 이집트·인도·중국·그리스·로마 등 9개의 유기적인 문화권의 흥망성쇠로 분석한 ‘서구의 몰락’은 그리스·로마가 몰락할 때의 징후가 서구문명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결국 “서구의 몰락은 운명적”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혼돈의 시대를 살고있는 유럽인들에게는 서구문명의 종착점이 분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책은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정통학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슈펭글러가 고대·중세·근대라는 기존의 3단계 역사구분방식을 단선적이고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한 것도 못마땅한 데다 그의 사료 취급방식이 부정확하고 표면적인 정보에 만 의지했다는 것이다.

1880년 독일에서 태어난 슈펭글러가 젊어서 철학·역사학·수학·예술 등을 두루 섭렵하고 저술에 만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1911년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서구의 몰락’ 이후 한때는 히틀러의 나치즘에 기울어 1933년에 출간된 ‘결정의 시각’에서는 의회제·민주주의·사회주의·유색인종 등을 맹렬히 비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그의 비관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역시 인종차별에 반대하면서 나치와 멀어져 말년에는 고독과 불우한 생활을 보내다 1936년 5월 8일 뮌헨에서 56세로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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