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인공향수 샤넬 No.5 발매

가브리엘 샤넬(1883~1971)과 그의 파트너 조향사(調香師)가 80가지가 넘는 꽃향기에 화학합성 엑기스 알데히드를 섞어 만든 최초의 인공향수 ‘샤넬 No.5’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21년 5월 5일이었다. 조향사가 번호 1∼5, 20∼24가 적힌 10개의 샘플을 내놓고 샤넬이 ‘5’를 선택함으로써 향수 이름은 ‘샤넬 No.5’가 되었다. 샤넬이 평소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어온 숫자가 ‘5’이다보니 향수 이름에도 발매를 시작한 날에도 ‘5’자가 붙여졌다. ‘샤넬 No.5’는 아무 장식없는 투명한 크리스탈병 디자인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단순한 형태에 이름까지 기계적인 느낌을 주다보니 너무 난폭하고 남성적이라는 악평도 쏟아졌지만 지금도 전 세계에서 30초마다 한 개가 팔려나가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버나드 쇼가 “당대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명의 여성”으로 퀴리부인과 함께 꼽았던 20세기 패션 혁명가 가브리엘 샤넬의 본업은 디자이너였다. 단순하면서 실용적이고, 편안하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스타일은 샤넬이 추구해온 패션철학이었다. 샤넬은 여성의 허리를 옥죄던 코르셋을 벗기고, 재킷과 핸드백에는 주머니와 어깨끈을 달아주었다. 그런점에서 그녀가 20세기 여성에게 남긴 것은 패션이 아니라 ‘자유’였다. 모조 보석을 귀부인의 목에 걸게 하고 장례식에서나 쓰는 검정옷을 처음으로 일상화시킨 것도 그의 공로였다.

부와 명예를 쥔 샤넬이었지만 성장기는 고단했고 인생의 절정기는 고독했다. 어머니는 어려서 폐병으로 죽었고 아버지는 그를 고아원으로 내버렸다. 샤넬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딘 것은 20살 되던 해였다. 낮에는 보조 양재사로 꿈을 키우고 밤에는 뮤직홀에서 노래를 불렀다. 애칭 ‘코코’도 이때 그가 즐겨부른 노래 ‘코코를 아시나요’에서 나왔다. 1909년 파리에 처음 모자가게를 열어 디자이너의 꿈을 열었고 1915년에 의상실을 개업해 꿈을 실현시켰다.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세기에 프랑스에서는 세 이름 만 남을 것이다. 드골․피카소․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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