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영친왕, 일본 황족 마사코와 정략결혼

1920년 4월 28일, 조선조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英親王)이 일본 황족 나시모토(梨宮)의 장녀 마사코(方子)와 일본 도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일제가 황실 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둘의 결혼을 고집한 것은 양국간 잡혼(雜婚)을 통한 내선융합(內鮮融合) 정책 때문이었다.

고종과 귀비엄씨 사이에서 태어난 영친왕 이은(李垠)은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의 이복동생이다. 1900년에 영왕(英王)으로 봉해지고 1907년에 황태자로 책봉됐으나 그 해 말 이토 히로부미 통감에 의해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일본에 인질로 잡혀가 1910년 국권상실과 함께 왕세제로 격하됐다. 마사코는 원래 일본 왕세자 히로히토(裕仁)의 비로 간택됐으나 임신불능 판정을 받아 조선 왕족의 절손(絶孫)을 노린 일제에 의해 조선 왕족의 세자비로 자리바꿈했다. 히로히토는 4년 뒤 마사코의 사촌인 나가코(良子)와 결혼한다.

영친왕이 결혼한 날, 서울에서는 한 여인이 눈물짓고 있었다. 1904년에 영친왕의 비로 간택됐으나 일제의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1918년에 강제파혼당한 민갑완이라는 여인이었다. ‘왕세자의 약혼녀’로 정절을 지키던 민씨는 영친왕이 서거(1970년)한 뒤 못다이룬 사랑의 한을 품고 1973년 쓸쓸히 생을 마쳤다. 영친왕의 정략 결혼은 1920년 3월 5일 창간 직후의 조선일보에도 불똥이 틔었다. 결혼식 날 조선일보는 영친왕의 결혼 소식과 함께 민씨의 강제파혼 전말을 소개했는데 이 기사가 조선총독부 눈에 거슬려 압수됐던 것이다. 창간 50여 일만에 이뤄진, 일제 치하 조선일보 최초의 압수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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