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사코와 반제티 사형 선고… 사형 집행 후 50년 뒤 무죄 인정받아

1920년 4월, 미국 보스턴 근교의 한 제화회사에서 경리직원과 경비가 살해되고 1만 6000달러가 털리는 살인강도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뒤 제화공 니콜라 사코와 생선장수 바르톨로메오 반제티가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명확한 물적 증거가 없었지만 두 사람이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이고 1차대전 참전을 거부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두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갔다. 전후의 불경기와 과격해진 노사분규, 이에따른 사회불안의 원인을 과격분자와 공산주의자에게 씌우려는 당시의 사회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1921년 7월 14일 두 사람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지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불공정한 재판에 분노를 표시했다. 파리에서는 미 대사의 집이 파괴되고 구명운동을 벌이던 데모대에 폭탄이 터져 2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인 아나톨 프랑스와 아인슈타인 등 세계 지성인들도 나서 “최악의 사법살인”이라며 항의했다. 그러자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사형집행을 연기하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내린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1927년 4월 9일, 두 사람에게 사형이 선고되어 두 사람은 그해 8월 23일 전기의자에 앉아 죽음을 맞았다.

두 사람이 무죄였음이 공식 확인된 것은 1977년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들의 무고를 인정하면서였다. 두 사람은 그림과 노래로도 명예가 회복됐다. 화가 벤 샨이 그린 ‘사코와 반제티의 수난’(1931∼1932), 미국의 현실참여가수 훌리 니어가 부른 ‘누가 이들을 기억하랴?’라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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