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자선사업가’ 카네기와 ‘철강왕’ 모건의 탄생

1901년 2월 25일,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와 ‘금융왕’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이 마주앉았다. 미국의 철강업계가 주요 8개사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할 때였다. 당시 카네기는 굴지의 카네기철강회사를 소유하고 있었고, 모건은 금융과 철도 등에서 쌓은 부를 기반으로 서서히 철강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모건도 철강회사를 갖고 있었지만 소규모였던터라 철강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미미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철도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철강시장을 잘 알고 있었고 이 분야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었다.

철강업 전체의 합동을 꿈꾸고 있는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카네기였다. 기업합병을 선호하는 그와 달리 카네기가 경쟁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건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 어떤 기업도 인수할 수 있는 풍부한 자금이었다. 그 무렵 카네기철강에서 철강을 구입하던 몇몇 회사가 구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카네기에게는 위기였고, 모건에게는 기회였다.

1900년 12월 모건이 사람을 보내 ‘카네기철강’을 매각할 의향이 있는지 카네기의 의중을 타진했다. 카네기는 쉽지 않은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도 모건은 조건없이 받아들였다. 모건이 거래를 위해 카네기를 그의 사무실로 오도록 요청했을 때 카네기는 모건이 자신을 찾아오라며 청을 거절했다. 신경전이었다. 모건 사전에 자신이 누구를 찾는 일은 없었지만 모건은 기꺼이 카네기 사무실을 방문해 거래를 진행시켰다. 비공개로 진행된 협상은 15분 만에 끝이 났다. 모건은 카네기철강을 사들이는 댓가로 카네기에게 4억 9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당대 세계최고 자선사업가와 세계최대 재벌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카네기는 회사를 매각한 대금으로 자선사업가의 길을 걸었고, 모건은 사업확장 수순을 밟았다. 록펠러로부터 철광석 회사를 7500만 달러에 매입하고 철강과 관련한 기업들을 하나둘 합병했다. 그리고 그해 3월, 당시 미 철강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회사 ‘US스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자본금만 14억 달러. 세계최초의 빌리온 달러 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당시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었다. 합병효과도 바로 나타났다. 주당 38달러에 공모한 주식은 곧 55달러로 치솟았고 창립 첫 해에만 9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20세기의 새로운 철강왕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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