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남북 모두 거부하고 제3국 선택한 반공포로 76명 인도 도착

1954년 2월 21일, 인천항을 떠난 오스트리아 국적 여객선 ‘아스투리아스호’가 인도 남단 마드라스항에 도착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인도군을 태운 여객선이었다. 인도군들이 가족들과 엉켜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뒤편에 12일 간의 항해로 지칠대로 지친 한무리 한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남북한 모두가 싫어 제3국을 택한 76명의 반공포로들이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과 ‘빨갱이’로 취급받을 남쪽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을 제3국으로 내몬 것이다.

인도는 경유지였고 최종 목적지는 멕시코였다. 하지만 2년이 다되도록 멕시코로부터는 연락이 없고 생각치도 않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 이들의 입국을 허가한다는 전갈이 왔다. 반공포로들은 인도 잔류와 브라질·아르헨티나로 갈렸다. 50명이 브라질(1956년 2월)로, 11명이 아르헨티나(1957년 5월)로 떠나고 15명은 인도에 남았다.

인도에 남은 사람들은 1962년 우리나라와 북한이 인도에 총영사관을 개설할 때, 인도가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하고 제3세계의 단결을 강조하던 불리한 상황을 우리나라가 이겨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남미로 간 사람들은 귀화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국적으로 살며 고향으로의 귀환을 꿈꾸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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