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 인류최초로 우주에 안착

인간의 달착륙이라는 우주개발의 최고 하이라이트를 미국이 선점하자 패배를 만회할 목적으로 소련에 의해 먼저 구상된 것이 우주정거장이다. 1971년 4월 18일 소련이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를 발사해 인간이 장시간 우주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자 미국도 1973년 5월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을 발사함으로써 2라운드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986년 2월 20일 소련이 대규모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우주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우주정거장에 관한 한 소련이 20세기의 승자가 됐다.

이처럼 ‘미르’는 냉전시대 미·소간의 우주개발 경쟁의 산물로 태어났지만 활동과정에서 상호협력을 통해 더 큰 과학적 진보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발레리 폴랴코프가 ‘미르’에서 438일 동안 연속체류하는 기록을 세우고 또 다른 비행사가 3회에 걸쳐 2년 이상 우주에 머무르는 동안,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연이어 ‘미르’와 도킹하고 12개국 우주인 105명이 이곳에서 1만 6500여 건의 과학실험을 수행함으로써 ‘미르’는 소모적인 경쟁 일색이었던 우주개발사에 ‘협력의 장’이라는 또하나의 발자취를 남겼다.

영광의 이면에는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다. 소련 붕괴 직후 재정난으로 승무원 귀환이 수개월 연기되기도 했고, 산소재생기 폭발, 화물선과의 충돌, 2차례의 궤도 이탈 등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사고도 잇따랐다. 재정난에 처한 러시아가 미국기업의 투자유치 등 상업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미르’는 2001년 3월 23일 피지섬 인근 남위 40도, 서경 160도의 남태평양에 추락하며 15년 생을 마감했다. 폐기될 때가지 미르는 8만 8000여 회 지구궤도를 돌았고 36억㎞를 비행하면서 ‘하늘 위의 집’을 갖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꿈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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