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사망

“각하 제 손에 피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39세(1943년) 나이로 미국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장에 올라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했던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전쟁 후 트루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양심의 가책을 이렇게 호소했다. 인류최초로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그로인해 인류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오펜하이머.

참회하려 했지만 때가 너무 늦어서였을까. 원자력의 국제관리를 주장하며 원폭 제조금지와 사찰을 강조했지만 새로운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카시즘의 손길이 그에게도 뻗친 것이다. 1954년 엄격한 개인심사를 받고 청문회에도 소환되었다. 소련 및 공산당과의 연루가 혐의였지만 수소폭탄 제조를 반대한 괴씸죄도 작용했다. 정부의 비밀서류 접근과 출국이 금지되었고 청문회 후에는 모든 공직으로부터 추방되었다. 대통령 과학자문위원장, 원자력위원회 고문이라는 직위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히면 모두가 부질없는 자리였다.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라디오와 전화도 없이 학문에 만 전념해 1929년의 대공황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는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찬란했던 개인사도 이렇게 오욕으로 더렵혀졌다. 과학자이면서도 8개국 언어를 익혀 플라톤의 ‘대화편’을 그리스 원어로 읽고, 산스크리트어로 된 고대 인도의 영웅시 ‘바가바드기타’를 외울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사람, 그 오펜하이머가 1967년 2월 18일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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