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크리스티앙 디오르 ‘New Look’ 발표

 

좁은 어깨와 돋보이는 가슴, 꼭 끼는 허리선에 꽃송이가 펼친 것처럼 아래로 길고 넓게 퍼진 스커트. 1947년 2월 12일, 무명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가 파리 몽테뉴가(街)에서 이른바 ‘코렐 라인’ 컬렉션을 발표했을 때 세계 패션계는 경악했다. 전쟁과 궁핍의 시대에, 짧고 타이트한 스커트와 군복같은 재킷에 익숙했던 사람들 눈에 새로운 컬렉션은 충격이었다. 그후 윈저공의 부인도, 에바 페론도, 엘리자베스 여왕도 디오르의 옷을 찾았다.

몇개월 후 미국의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노스는 디오르의 스타일을 ‘뉴 룩(New Look)’이라고 명명했지만, 기실 디오르의 디자인은 1900년 전후의 사치스럽고 자유분방했던 ‘라 벨르 에포크(좋은 시대)’ 때 유행했던 옷들을 재현한 것이다. 풍요와 평화를 연상시켰기 때문인지 ‘뉴 룩’은 전쟁 때문에 꿈을 잃고 욕망을 절제해야 했던 전후의 여성들을 자극했다.

바디라인을 강조한 그의 대담한 디자인은 파리를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복귀시켰으나, 정작 파리 시민들은 “우유값도 없는데 옷 한벌에 4만프랑이나 된다”며 분노를 토로했고, 검소한 패션을 고집해 온 미국에서는 “디오르를 돌려보내라”며 시위를 벌였다. 디오르는 튤립라인, A라인, H라인 등 이른바 ‘라인’ 시리즈로 성가를 높이면서도 ‘종착역’,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등의 영화의상을 제작하는데도 혼신의 힘을 쏟았다. 향수 ‘미스 디오르’를 출시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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