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국내 첫 문고본 ‘십전총서’ 발간

1909년 2월12일, 우리나라 최초의 문고본 ‘십전총서(十錢叢書)’ 첫 권이 신문관에서 발간됐다. ‘십전총서’는 10전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기도 B6사이즈(18cm x 13cm)로 요즘의 문고본과 비슷하다. “문명의 이기를 빙자해 백주에 공연히 남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 책도둑을 없애려 한다”는 발간취지의 한 대목은 그 당시에도 책도둑이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십전총서의 ‘최초 문고본’은 아일랜드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 10월에 발간한 ‘걸리버여행기’ 번역본(54쪽)이었다. 책명은 ‘걸늬버유람긔((葛利寶遊覽記)’. 발간 예정표에는 10여권의 책명이 더 소개돼 있었으나 ‘산수격몽요결’을 두번째로 발간하고 중단됐다.

최남선이 1907년에 설립한 신문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잡지 ‘소년’ ‘붉은저고리’ 등을 발간한 곳으로도 의미가 깊다. 2·8독립선언서 인쇄에도 신문관의 국한문 활자 수천자가 사용됐다. 최남선은 ‘십전총서’의 중단이 아쉬웠는지 1913년에는 10전보다 더 저렴한 ‘륙젼쇼셜문고(六錢小說文庫)’를 기획, ‘홍길동젼’ 등 10여종의 순국문소설을 발간함으로써 문고본 보급에 힘썼다.

세계 문고본의 효시는 1841년 독일의 타우흐니츠 문고로, 100여년간 5290종을 펴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펭귄문고는 1935년 ‘담배값으로 책 한권을’이란 슬로건 아래 영국에서 나왔고 이웃 일본은 1938년 발간된 이와나미(岩波) 신서가 문고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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