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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국립공원] 최고 비경은 용추협곡과 주봉에서 바라본 거대 암벽 그리고 절골 계곡이지요

↑ 주왕산 주봉에 오르다가 청련등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왕계곡 건너편의 거대 암벽

 

by 김지지

 

2018년 11월 5일의 목적지는 경북 청송이 자랑하는 주왕산의 주방계곡과 주봉 그리고 주산지다. 동행자는 56년만에 여행을 떠난 2남2녀로 구성된 4형제다. 형제가 한 번도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막내 나이가 56세여서 ‘56년만’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왕산 지도

 

■주왕산과 주방계곡 탐승(探勝)

 

주왕산의 주요 봉우리는 주봉(721m), 가메봉(882m), 장군봉(687m)이다. 세 봉우리는 주왕산의 주계곡인 주방계곡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주방계곡 양옆에는 거대 암봉들이 도열해 있다. 주왕산이 설악산·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바위산으로 꼽히는 것은 이들 암봉 덕분이고, 청송 전체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로 등재된 것은 주왕산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주왕산은 국립공원이면서 산림청, 블랙야크, 월간산 지정 100대 명산이기도 하다. 주왕산은 숲이 무성하고 계곡이 발달하고 가을 단풍이 장관이어서 4계절 언제든 관광객이든 등산객이든 끊이지 않는다.

주왕산 탐승의 핵심은 주왕산의 주 출입구인 상의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초입의 대전사와 주방계곡을 지나 용연폭포(제3폭포)까지의 바위협곡 구간이다. 3.4㎞ 거리에 80~90분 정도 걸린다. 왕복하면 7㎞나 되는 긴거리이지만 길이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복장과 간편한 운동화로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초입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대전사에서 바라보는 북쪽의 기암(旗岩)이다. 흔히 기암이라 하면 기이하게 생겼다고 해서 ‘奇巖’이라 생각하지만 이 기암의 기(旗)는 깃발을 의미한다. 주왕산 이름의 뿌리인 주왕의 군사가 이곳에 깃발을 꽂았다는 전설에 따라 ‘旗岩’이다. 대전사에서 바라보면 ‘묏 산(山)’자를 꼭 빼닮았다.

대전사에서 바라본 기암(旗岩)

 

대전사를 나와 초입의 기암교를 지나 1㎞ 떨어진 자하교를 건너면 계곡 좌우로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관음봉, 촛대봉 등 아찔하게 치솟은 기암 절벽이 위용을 자랑한다. 수직의 거대 암벽 사이 계곡에는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른다. 만산홍엽이 가을 햇살과 어우러져 눈부신 빛깔을 드러내고 계곡물은 단풍빛에 젖어 빨갛고 노랗다.

산책하듯이 대전사에서 2㎞ 정도 걸어가면 거대 암벽 사이 좁은길이 나오는데 그 지점부터가 주왕산에서도 최고 비경으로 꼽히는 용추협곡 구간이다. 협곡은 중생대에서도 마지막 시대인 백악기(1억 3500만년~6500만년)에 탄생했다. 이 기간 9번이 넘는 화산 폭발이 일어나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끈적끈적하게 엉켜붙은 이 고온의 화산재가 점차 냉각되면서 암석으로 변한 것이 용결응회암이다. 이후 냉각과 수축으로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수직의 주상절리가 떨어져 나가 가파른 절벽이 생겼다. 그 사이로 계곡 물이 흘러 골짜기와 폭포를 만들었다. 그래서 혹자는 “화산이 만들고 시간이 조각한 산”이라고 설명한다. 용추협곡 끝 지점에서, 용추폭포(제1폭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위 사이로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참으로 장관이다.

용추협곡(왼쪽)과 용추폭포

 

용추폭포를 지나 계곡길을 따라 1㎞ 정도 걸어가니 절구폭포(제2폭포)가 오른쪽 숲 안쪽에 숨어있다. 그저 그런 폭포려니 생각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보라. 계곡 안쪽에서 신비로운 폭포가 그대를 맞을 것이니. 절구폭포는 적당한 크기에 균형잡힌 2단 폭포다. 1단(위) 폭포 아래에는 선녀탕이라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고 2단(아래) 폭포 아래에는 초록의 폭호가 떨어지는 폭포수를 받고 있다.

절골폭포에서 나와 100m 정도 올라가면 후리메기 입구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1㎞ 정도 올라가면 주봉(721m)과 가메봉(882m)으로 갈라지는 후리메기 삼거리다. 후리메기 입구에서 왼쪽으로 0.3㎞를 올라가면 주왕산 폭포 중 가장 크고 웅장한 용연폭포(제3폭포)가 나타난다.

용연폭포도 2단 폭포다. 1단(위) 폭포 양쪽 벽면에는 각각 3개의 하식동굴이 있다. 하식동굴은 폭호나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동굴이고 폭호는 폭포수로 인해 우묵하게 침식된 폭포 아래 구멍을 말한다. 하식동굴은 폭포가 형성되고 발달하면서 침식에 의해 폭포면이 차츰 뒤로 물러난 흔적이다. 초입의 탐방안내소에서 용추협곡과 용추폭포(제1폭포)까지 짧게 끊어서 다녀오는데 왕복 2시간이면 되고 용연폭포(제3폭포)까지는 왕복 3시간을 잡아야 한다.

용연폭포(제3폭포)

 

용연폭포까지가 주방계곡(주방골)이라면 용연폭포 위는 2.5㎞ 길이의 계곡인 큰골이다. 용연폭포에서 살짝 욕심을 내본다. 큰골을 옆에 끼고 1㎞ 남짓 완만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과거 화전민들이 집을 짓고 살던 옛 내원마을까지 다녀올 수 있다. 옛 내원마을은 전기·전화도 없이 약초를 재배하거나 텃밭을 일구면서 평화롭게 살던 무공해 자연마을이었다. 2000년 초 9가구가 거주했으나 주방계곡이 국가지정 명승지(제11호)로 지정된 후 하나둘 철거되어 2007년 마지막 2가구가 마을을 떠났다. 과거 흔적 일부가 남아있다고 하나 막상 가보면 특별한 구경거리는 없다. 대신 그곳까지의 호젓한 길을 걷는 맛은 나름 괜찮다.

내원마을터

 

■주봉 코스

 

위에 소개한 주방계곡 코스가 산책코스라면 주방계곡에서 오른쪽 주봉(721m)과 왼쪽 장군봉(687m)으로 오르는 길은 산행코스다. 장군봉은 초입의 기암교로 건너가기 전 왼쪽의 백련암이 들머리다. 대전사에서 장군봉까지는 2.3㎞인데 중간에 0.8㎞의 난코스가 있다.

장군봉에 오른 뒤에는 금은광이 삼거리→ 용연폭포 → 후리메기 입구를 거쳐 대전사로 돌아온다. 대전사~장군봉~용연폭포까지는 7.2㎞이고 용연폭포~대전사는 3.4㎞다. 따라서 전체 거리는 10.6㎞다. 주왕산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선호하는 봉우리는 주방계곡 주변의 거대 암벽과 기암들을 조망할 수 있는 주봉이지만 장군봉 역시 주봉에 못지 않다.

주봉은 기암교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나 있는 주봉마루길이 들머리다. 주봉에 오른 후 용연폭포를 거쳐 하산한다. 대전사~주봉 거리는 2.3㎞, 주봉~후리메기 삼거리~용연폭포는 3.8㎞, 용연폭포~대전사는 3.4㎞다. 따라서 전체 거리는 9.5㎞다. 총거리에서 3.4㎞의 산책길(용연폭포~대전사)을 제외하면 산행 코스는 장군봉 코스가 7.2㎞, 주봉 코스는 6.1㎞다.

주봉 오르는 주봉마루길 출발점

 

주봉 코스는 길이 비교적 순탄하고 급경사도 심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다. 주봉에서 하산할 때 칼등고개 구간(1.3㎞)에 경사가 있긴 하나 내리막에 흙길이라 별 문제가 없다. 초입의 주봉마루길로 들어서 15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전망대다. 다시 20분 정도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인 청련등이다. 전망대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거대 암벽이 압권이다. 왜 ‘3대 암산’으로 불리는지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된다. 주방계곡 코스를 걸을 때 좌우 양옆으로 우똑 솟아있는 장군봉, 기암,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등 거대 암벽들이 전망대와 주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눈높이가 맞는다.

기암교에서 2㎞ 거리의 주봉에 오르니 2시간 30분이 지났다. 보통은 1시간 30분~2시간이면 족한 거리인데 우리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후 주봉 →(0.8㎞)← 칼등고개 삼거리 →(1.9㎞)← 후리메기 삼거리 →(1㎞)← 후리메기 입구를 지나 용연푝포까지 갔다가 대전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느릿느릿한 우리 산행 시간을 재보니 대전사~주봉 2시간 30분, 주봉~용연폭포 2시간 20분 걸렸다. 주방계곡 산책길을 빼고도 총 4시간 50분이나 걸렸으니 꽤나 쉬엄쉬엄 걸었다.

 

■절골 코스

 

주왕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는 주봉과 장군봉 말고 가메봉(882m)도 있다. 가메봉은 주방계곡으로도 오를 수 있지만 주왕산 입구에서 택시로 10~20분 정도 떨어진, 주산지와 가까운 동쪽의 절골을 들머리로 삼는 등산객이 많다. 보통은 한번이라도 주방계곡을 경험한 등산객이 절골 코스를 선호하는데 풍광이 워낙에 수려하기 때문이다. 절골은 주방계곡의 명성에 밀려 비교적 덜 알려졌으나 요즘은 입소문을 타고 절골을 찾는 등산객이나 관광객이 많다.

코스를 살펴하면 주왕산 절골분소~대문다리까지 3.5㎞는 계곡길을 걷는 산책길이고 대문다리에서 2.2㎞ 올라야 하는 가메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 등산길이다. 가메봉에서는 북쪽의 큰골~내원마을터~용연폭포 코스(5.1㎞)로 내려가거나 서쪽의 후리메기 삼거리~용연폭포 코스(3.9㎞)를 거쳐 내려간다. 이 가운데 큰골~내원마을터~용연폭포 구간(2.6㎞)은 산책길이다. 위에서도 소개했듯 용연폭포~대전사 구간(3.4㎞)도 산책길이다. 전체적으로 거리를 계산하면 큰골로 하산할 경우 총거리는 12.7㎞이고 후리메기 삼거리 경유 코스는 11.6㎞다. 전체적으로 코스가 길어 산행이 다소 힘들어 보이지만 산책길이 많아 크게 무리는 없다.

주왕산 절골 계곡. 가을 단풍이 한창이다.

 

절골분소에서 가메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살펴본다. 절골분소~대문다리까지 이어진 절골코스(3.5㎞) 구간도 주방계곡처럼 수직으로 솟은 기암절벽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다. 다만 절골의 기암절벽은 주방계곡의 거대 암벽보다는 규모가 작다. 주방계곡이 사실상 관광지라면 절골에는 원시적인 자연미가 살아있다. 계곡의 물길에서도 차이가 있다. 주방계곡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절골의 물길은 순하고 부드럽다. 절골은 울창한 숲속의 계곡길을 걷는 것이어서 멀찌감치 바라보아야 하는 주방계곡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절골 역시 거대암반이나 계곡 등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곳에는 나무데크나 정검다리를 만들어 놓아 걷기에 수월하다. 덕분에 자연과 더욱 가까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대문다리 왕복 코스(7㎞)는 3~4시간, 절골분소~대문다리~가메봉~용연폭포~주방계곡 코스는 6~7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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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주산지는 주왕산 동쪽 자락의 울창한 수림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못이다. 주왕산 탐방안내소에서는 자동차로 10~20분 걸리고, 절골분소에서는 지척이다. 주산지 입구 안내문에서는 주산지를 이렇게 소개한다. <주산지는 농업용수를 모아두기 위한 인공저수지다. 길이 200m, 너비 100m, 수심 8m다. 1720년(경종 원년) 8월에 착공하고 이듬해인 10월 완공했다. 입구 바위에는 주산지 축조에 공이 큰 이진표를 기리는 숭덕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진표의 후손들이 1771년 세웠다. 준공 이후 심한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주산지 가운데 능수버들과 왕버들이 물에 잠긴 채 자라고 있어 신비한 풍광을 이룬다.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촬영된 후 더욱 유명해졌다. 2013년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명승 제105호로 지정되었다.

주산지를 특히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은 왕버들이다. 높이 20m 안팎의 아름드리 왕버들 고목들이 물속에 뿌리내린 채 수백 년을 유유히 살고 있다. 계절마다 독특하고 절묘한 풍광을 연출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4계절 중 주산지를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고 전국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계절은 가을이다. 호수를 둘러싼 산자락이 오색 단풍으로 물들고 새벽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감을 더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왕버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일부 나무의 줄기가 썩거나 가지가 말라 죽고 잎의 크기가 눈에 띄게 왜소해지는 등 수명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산지 왕버들이 위기에 처한 것은 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시사철 물에 잠겨 있는 열악한 서식 환경이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주산지는 2년 전 늦여름에도 찾았는데 그때는 저수된 물이 없어 볼품이 없었다. 결국 물이 찼는지 아닌지를 사전에 알아본 후 찾아가야 실망하지 않는다.

주산지 왕버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경북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핵심은 주왕산 일대다. 청송에서는 선캄브리아 시대 변성암, 응회암 산악지형, 중생대 퇴적암과 공룡발자국 등 다양한 지질현상이 관찰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세계적으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 교육,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관리하는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44개국 169개 공원(2021년 8월 기준)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네 곳이 있다. 청송을 비롯해 제주도, 전남 무등산권, 경기 한탄강이다. 우리나라 자체 지정 국가지질공원도 있는데 위 4개 지역 말고 울릉도·독도, 부산, 강원평화지역(화천, 인제, 양구, 고성), 강원고생대지역(태백, 영월, 평창, 정선), 경북 동해안, 전북 서해안권, 전남 단양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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