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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오봉산] 멀리 소양호를 바라보면서 초록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을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답니다

↑ 태성이가 암봉에서 멀리 소양호를 바라보고 있다. 왼쪽 봉우리는 배꼽봉이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5㎞에 5시간 정도

☞ 배후령 →(2.0㎞)← 오봉산(제5봉) →(1.5㎞)← 배꼽봉 →(1.5㎞)← 청평사

 

언젠가 몇몇 친구들로부터 “춘천 오봉산의 소나무가 참으로 멋지다”는 얘기를 들었다. 소나무 군락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하던 중 대학 친구들과 오봉산 약속이 잡혔다. 때는 2021년 10월 17일이었고 동행자는 동규 정형 태성 희용 4명이다. 희용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오봉산이 초행이다.

 

■오봉산은

 

▲개괄

오봉산(779m)은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에 걸쳐 있다. 하지만 주요 들머리와 날머리가 춘천에 속해 있어 춘천의 산으로 알려져 있다. 오봉산(五峰山)은 이름 그대로 5개 봉우리라는 뜻이다. 서쪽의 배후령부터 1봉(나한봉)∼2봉(관음봉)∼3봉(문수봉)∼4봉(보현봉)∼5봉(비로봉·정상)이 차례로 주능선에 늘어서 있다. 오봉산은 호반 명산이다. 산행 시 호수든 강이든 바다든 물이 보인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충북 제천․단양․충주에 명산이 많은 것도 충주호 덕분이다.

산세는 크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100대 명산으로 지정한 것은 멀리 소양호를 바라보면서 초록의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을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봉산 아래에는 천년고찰 청평사와 대한민국 명승지인 고려선원까지 있어 산행에 이어 답사도 겸할 수 있다. 산행 후, 소양호 유람선을 타고 10분간 푸른 소양호 물살을 가르는 뱃길여행은 덤이다. 배후령~정상~청평사로 이어지는 산행 거리는 5~6㎞에 4~5시간 정도 걸린다.

오봉산 지도

 

▲들머리 접근

주요 들머리는 배후령이나 청평사다. 등산객 대부분이 선호하는 코스는 배후령으로 올라가 청평사로 내려오는 것이다. 배후령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크게 나지 않아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있고 청평사에서 오르는 급경사길보다 덜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면 교통편이 문제가 된다. 주로 이용하는 접근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승용차를 이용해 배후령이나 청평사에 주차하고 산행 후 반대로 내려가 택시를 불러 원래 출발지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춘선이나 ITX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역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들머리로 갔다가 날머리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춘천역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에서 ITX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역 도착 후 택시를 타고 배후령으로 이동했다. 이후 오봉산 정상을 거쳐 청평사로 내려와 유람선으로 소양호를 건넌 후 택시를 타고 춘천역으로 돌아갔다. 참고로 ITX청춘열차의 경우 용산-춘천 요금은 1인당 왕복 19,600원이다. 4인이 이용한 택시요금은 춘천역→배후령이 24,600원이고 소양강댐 선착장→춘천역이 18,700원이다. 소양강 배삯은 1인당 4,000원이다.

소양호

 

■우리 산행은

 

▲배후령에서 제5봉(정상)까지

배후령은 춘천시 신북읍과 화천군 간동면을 잇는 고개다. 국도 제46호선이 통과했으나 2012년 배후령터널을 개통한 후에는 통행하는 차량이 드물어졌다. 우리는 제1봉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제5봉(정상)까지 갔다가 소양호 방향으로 뻗어있는 남쪽의 급경사 암릉을 타고 청평사로 하산한다. 배후령의 해발고도가 600m이고 오봉산 정상(제5봉)의 해발고도가 779m이니 고도를 180m만 높이면 된다.

배후령에는 소형 트럭을 개조한 간이매점이 있을 뿐 상설 매점이 없다. 결국 관리 주체가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주변이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다. 제대로 구색을 갖춘 주차장도 없다. 조금만 관리하면 멋진 들머리가 될 수 있고 지나가는 차량이 그 모습을 보고 훗날 산행을 기약할텐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

배후령에서 가파른 산길 360m를 15분쯤 올라가면 주능선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안내판에 ‘←오봉산 1.67㎞, →끝봉 1.7㎞’라고 쓰여 있다. 이곳에서 왼쪽(북동)으로 암봉을 오르내리는 산행이 시작된다. 평탄한 능선을 따라 5분쯤 가니 제1봉이다. 화강암 표지석이 있으나 높이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잠깐 내려가 완만한 산길을 10분쯤 가니 제2봉이다. 평탄한 길에 표지석을 설치했는데 표지석만 없다면 봉우리가 아니라 그냥 평이한 산길이다. 이렇게 1봉과 2봉 길은 단조롭지만 3봉~4봉~5봉 길은 나름 산행 맛이 있다. 제2봉에서 절벽 위 제3봉으로 가려면 안부로 내려갔다가 다시 급경사로 올라가야 한다. 급경사 암릉에는 쇠줄이 설치되어 있다. 제2봉에서 제3봉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3봉 오름길(왼쪽)과 5봉 오름길

 

암릉다운 암릉길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은 제3봉 부터다. 제3봉부터 제4봉까지 길에는 바위에 뿌리 내린 적당한 크기의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멀리 오른쪽(남쪽)으로 소양호가 보여 그걸 감상하며 걷느라 발걸음이 자꾸 늦어진다. 사실 오봉산을 찾아온 것은 서두에서 밝혔듯이 친구들이 추천한 소나무 때문이었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경주나 강릉에서 보았던 아름드리나 낙락장송은 아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젊고 싱싱하고 푸르른 소나무 모습은 나름 매력이 있다.

능선길은 소양호를 오른쪽으로 끼고 진행하다가 제5봉부터는 소양호를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래서 오봉산을 ‘소양호의 전망대’라고 한다는데 소양호를 감상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소양호를 바라보고 있으면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여러 산들이 소양호를 향해 줄달음치며 내려가는 형상이다. 제4봉으로 가려면 제3봉에서 안부로 내려갔다가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야 한다. 그냥은 올라갈 수 없어 쇠줄과 발디딤판이 설치되어 있다. 제4봉 바로 전에는 3~4미터 길이의 목조 다리가 있는데 다리 건너 직진해야지 오른쪽 길이 평탄하다고 해서 그 길로 가면 우회해 올라가게 된다. 제3봉에서 제4봉까지 20분이 걸렸다.

4봉은 오봉산 다섯 개 봉우리 중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 우리가 지나온 서쪽의 주능선은 물론 주변의 여러 산줄기도 한눈에 들어온다. 제4봉을 지나 제5봉으로 가려면 다시 쇠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급경사 바위 구간을 거쳐야 한다. 이 구간에 소나무 군락이 특히 발달했다. 한 번 더 안부로 내려갔다가 쇠줄이 설치된 급경사 암릉길을 올라가야 비로소 제5봉이다. 시간을 재보니 제4봉에서 30분 걸렸다. 5봉에 오르기 전 안부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니 배후령에서 1.9㎞ 지나왔고 앞으로 가야하는 청평사까지는 1.5㎞라고 되어 있다. 제5봉은 오봉산의 정상 답게 대접이 다르다. 제1봉에서 제4봉까지 정상석은 일반적인 흰색 화강암이나 제5봉 정상석은 반질반질한 검은색의 오석(烏石)이다. 다만 사방이 숲으로 에워싸여 조망은 좋지 않다.

제5봉 가다가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과 소나무

 

▲제5봉에서 배꼽봉(소요대)까지

제5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10분쯤 남쪽(청평사 방면)으로 내려가니 경사가 만만치 않은 암릉길이 이어진다. 암릉을 중심으로 서쪽에 선동계곡(청평사계곡), 동쪽에 부용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남쪽으로 뻗어있는 암릉은 오봉산에서 가장 빼어난 암골미와 풍광을 자랑한다. 암릉을 따라 소양호를 바라보며 내려가는 이 길이 사실상 오봉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대신 경사가 만만치 않아 조심스럽다.

소양호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암릉길은 서서히 고도가 낮아진다. 암릉을 타고 7~8분 내려서면 가까이는 배꼽봉이, 멀리는 소양호가 제대로 내려다 보이는 암봉이다. 배꼽봉 조망터로도 불리는 암봉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홈통바위(일명 구멍바위)다. 배낭을 메고 통과하는 게 까다로울 정도로 공간이 좁고 경사가 가파르다. 쇠줄과 발디딤판을 설치해 위험하지는 않지만 스릴은 있다. 구멍바위를 빠져나와 10분쯤 내려서면 안부 삼거리에 다다른다. 그곳에 청평사까지 거리를 표시한 안내판이 있다. 선동계곡으로 내려가는 오른쪽(완경사)은 1.6㎞이고 남릉바윗길인 직진(급경사) 방향은 1.5㎞다. 1시간 전 만난 안내판에도 청평사까지 거리가 1.5㎞인데 이곳에서도 청평사까지 거리가 1.5㎞란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 가도 흔히 발견되는 엉터리 안내판을 이곳에서 또 확인한다.

안부 삼거리에서 초보자나 노약자는 완경사로 내려가야 한다. 이 코스도 가파르지만 벼랑 위를 지나는 급경사 코스(남릉 바윗길)와는 달리 주로 흙길이기 때문이다. 완경사 코스에도 쇠줄이 설치된 10m 정도의 급경사 바위가 있지만 바위를 내려서면 여전히 가파르긴 하지만 흙길이다. 이 가파른 산길을 10분쯤 내려서면 높은 바위에 세워져 있는 적멸보궁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다가 물길을 한두 번 건너면 공주탕 지나 청평사에 닿는다.

홈통바위(왼쪽)와 천단 위 촛대바위

 

▲배꼽봉(소요대)에서 청평사까지

우리는 남릉바윗길로 내려간다. 위의 안부 삼거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니 배꼽봉(688m봉)이다. 봉우리 끝에 조망이 빼어난 ‘소요대(逍遙臺)’가 있다. 소요대는 조선 후기 학자 서종화가 ‘청평산기’에 소개할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낙락장송이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소양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청평사 지붕도 비로소 보인다. 오봉산 전체에서 최고 전망터라는 수식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배꼽봉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니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단이 있고 그 위에 촛대바위가 우뚝하다.

소요대에서 조망을 즐기는 희용과 태성. 절벽 위에 낙락장송이 보인다.

 

이후 하산길은 청평사까지 본격적인 급경사 암릉길이다. 바위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거북이 뒷모습을 한 바위도 있다. 수십 길 벼랑 위를 걷는 이곳 암릉길은 험하기도 하지만 일부 구간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쇠말뚝과 쇠줄의 연속이다. 따져보지 않았지만 구불구불 이어진 쇠줄 지대가 100m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자세를 최대한 낮춰 조심조심 쇠줄을 잡고 내려오는 데만 30분 이상 걸린다. 이렇게 긴 쇠줄 지대는 내 산행 경험상 이곳이 처음이다. 팔을 써서 내려가야 하니 3~4일 동안 팔뚝이 무겁고 욱신거린다. 그럼에도 급경사 바윗길을 내려가며 파란 가을 하늘, 푸르른 소양호, 호수를 감싸고 있는 초록의 연봉들, 선동계곡의 울창한 숲, 청평사의 지붕 등을 바라보는 맛은 오봉산이 왜 100대 명산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생각해보니 일반 등산객이 청평사에서 오르는 것은 무리다. 배낭을 멘 상태에서 팔을 이용해 길고 가파른 바위 구간을 오르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평사에 도착하니 7시간 걸렸다. 점심 시간을 빼도 6시간이다. 산행 거리는 5㎞에 불과한데 시간은 꽤 많이 걸렸다. 코스를 요약하면 ‘배후령 → (2.0㎞) ← 오봉산(제5봉) → (1.5㎞) ← 배꼽봉 → (1.5㎞) ← 청평사’다.

거북이가 바위 위에서 소양호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다.

 

■청평사와 고려선원

오봉산까지 왔는데 청평사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쉬운 선택이다. 보물 제164호로 지정된 회전문과 천년 이상 지켜온 고려선원의 정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령이 각각 800년과 500년 된 주목도 있다.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 때 세운 백암선원을 연원으로 하고 있다. 그 후 고려 중기 때 이자현이 이곳 경치에 반해 청평산(淸平山)이라 부르고 절 이름을 문수원이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청평(淸平)’은 더러운 것을 맑게 하고, 소란스러운 것들을 평화롭게 한다는 의미다. 이자현의 호이기도 하다. 조선 중기 보우대사가 중건한 뒤 청평사라고 개칭했다고 한다. 청평사에는 국보로 지정된 극락전 건물과 고려 최고의 명필가인 탄연이 쓴 문수원기비가 있었으나 6·25 전쟁 때 모두 불타고 회전문만이 유일하게 남았다. 지금의 극락전과 문수원기비는 최근 복원된 것이다.

청평사 모습. 절 뒤가 배꼽봉과 소요대다.(출처 춘천시청)

 

회전문(廻轉門)은 1557년경 보우대사가 청평사를 대대적으로 중건할 때 세운 사찰의 중문(中門)이다. 한글 이름만 보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청평사 창건설화인 공주설화와 연계해 중생들에게 윤회의 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이다. 그래서 이름이 윤회 의미의 회전문이다. 용마루 곡선과 오봉산 바위봉우리의 조화가 일품이다.

청평사 회전문(출처 청평사)

 

청평사를 소개하면서 고려선원(高麗禪園)을 빼놓을 수 없다. 고려선원은 청평사를 중심으로 계곡, 영지, 소(沼), 반석, 기암괴석, 폭포 등이 어우러진 일대를 일컫는다. 대한민국 명승 제70호로 지정되었으니 문화재청이 보증한 자연 명소다. 청평사에서 소양호 선착장으로 이어진 호젓한 길을 내려가다 보면 영지(影池)가 계곡 옆에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정원보다 200년이나 앞선 정원이어서 우리나라 ‘연못의 시조’로 불린다.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이자현의 부도가 있고 왼쪽에 중국 원나라 순제의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이 얽힌 삼층석탑(공주탑)이 있다. 그 아래에 아홉 가지의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전설의 구송폭포(혹은 구성폭포) 소리가 요란하다. 높이 10m에 12폭 병풍을 펼친 듯한 길이 40m 수직 절벽 아래로 계곡물이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고려선원 구송폭포

 

청평사 주변엔 ‘공주와 상사뱀’ 동상(계곡), 공주굴(구송폭포 옆), 공주탕(청평사 옆)도 있는데 모두 당나라 공주 설화와 관련 있다. ‘공주와 상사뱀’ 설화는 절에 대한 흥미를 한층 더해준다. 청평사 문화유산 해설사는 설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 중국에서 공주를 사랑하다 왕에게 발각되어 처형된 평민이 ‘상사뱀’으로 환생, 공주의 몸을 감싸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청평사를 찾은 공주가 기도를 올리자 회전문을 통과하던 뱀은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떠내려가 죽고 말았고 그 공주가 부처님 은공에 감사드리기 위해 삼층석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고려선원 일대를 감상하며 선착장에 도착하니 우리를 태우고 소양호를 가로지를 유람선이 기다린다.

‘공주와 상사뱀’ 동상(출처 청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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