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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연산] 문수봉~삼지봉 산행길… 능선과 정상 조망은 살짝 아쉬워도 능선길 걷는 맛은 최고랍니다

↑ 내연산 숲길. 연초록 일색이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코스와 거리 : 총 13㎞

보경사 → 문수봉 → 삼지봉 → 내연골 계곡 → 보경사(원점회귀)

☞ 산행 시간(휴식 포함) : 6시간

 

2020년 10월 경기 포천의 명성산에 함께 올랐던 희용 부부와 우리 부부가 7개월 만에 다시 뭉쳤다. 2021년 5월 8일 떠난 이번 산행지는 서울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경북 포항의 내연산이다. 이곳 탐방은 산행길과 계곡길이 확연히 구분되므로 이곳에서는 산행길을 소개하고 계곡길은 다른 글에서 소개한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연산폭포와 구름다리. 연산폭포 왼쪽이 비하대이고 오른쪽이 학소대다. 구름다리 아래에 관음폭포가 있으나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내연산과 내연골

 

내연산(內延山)은 경북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 있는 100대 명산이다. 그러나 12폭포와 협곡 등 명소 대부분이 포항시에 속해 있어 사실상 포항의 산이다. 대표 봉우리는 계곡(내연골) 북쪽의 문수봉(628m), 삼지봉(711m), 향로봉(932m)이다. 해발고도는 향로봉이 가장 높으나 일반적으로 삼지봉을 정상으로 여긴다. 향로봉이 메인 등산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전문 등산객이 아니라면 삼지봉까지만 올라갔다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계곡 남쪽에 매봉(833m), 삿갓봉(716m), 우척봉(775m)도 있으나 이곳 역시 전문 산꾼들이나 찾는다.

내연산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12폭포를 감상하며 걷는 내연골 덕분이다. 산림청, 블랙야크, 월간산 모두 내연산을 100대 명산으로 꼽는 것도 12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성이 자자한 명산인데도 내연산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내가 산꾼이 되려면 아직도 멀다. 우리야 그렇다치더라도 내연산의 빼어난 모습을 모를 리 없는 경상북도까지 내연산을 홀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른 지역의 도립(道立)공원과 비교해 전혀 꿀리지 않는데도 여전히 군립(郡立)공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립공원의 한계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은 산행길 요소요소에 세워놓은 표지판의 형태와 거리표시다. 들쑥날쑥 제각각이다.

내연산 지도

 

■내연산 산행… 보경사~문수봉~삼지봉~미결등~내연골

 

초입에서 촬영한 ‘내연산 산악구조 위치표시판 안내도’ 도움 커

초입의 보경사에서 출발한다. 문수봉과 삼지봉 정상에 올랐다가 미결등 코스를 거쳐 계곡(내연골)으로 하산한다. 뒤이어 내연산이 자랑하는 12폭포 중 8번째 은폭부터 1번째 상생폭포까지 상류에서 하류 순서로 감상하면서 보경사로 원점회귀한다. 이번에 다녀오니 산행은 5시간 30분, 계곡길 트레킹은 2시간 걸렸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희용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산행 방식이 슬로우 슬로우인데다 내연산관리사무소 측이 하산코스인 미결등을 막아놓아 한참을 돌아야 했기 때문이다.

산행은 ‘내연산 보경사’라 쓰인 일주문과 바로 뒤 해탈문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내연산의 많은 땅이 보경사 소유여서 입장료를 받지만 자연을 잘 관리해준다면 입장료에 거부감이 없다. 보경사 입구에 과거 내연산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돌이 세워져 있다. 영화 ‘남부군’(1990년)은 잠룡폭포에서, KBS 드라마 ‘대왕의 꿈’(2012)은 연산폭포에서 촬영했다. 보경사 옆을 지난 곳에 ‘내연산 산악구조 위치표시판 안내도’가 있어 무심코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하산할 때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이유는 후술한다.

보경사 일주문

 

보경사에서 계곡을 따라 평평한 돌길을 20분 정도 걸어가면 문수봉갈림길이다. 왼쪽이 12폭의 내연골이고 오른쪽이 문수봉~삼지봉 산행길이다. 문수봉까지는 2.0㎞다. 제법 가파른 길을 20분 정도 오르니 두 가닥 물줄기가 흘러 내리는 상생폭포(제1폭)가 저 아래 계곡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더 직진하니 방향 표시가 없는 갈림길이다. 직진길은 보이는데 오른쪽의 오르막 좁은길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직진길을 택하는 등산객이 의외로 많다. 앞서가던 희용도 처음엔 그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정상로는 오른쪽 좁은길이다. 등산객들이 달아놓은 리본이 오른쪽 나무에 걸려있다. 이처럼 산에서 헷갈릴 때는 먼저 리본을 찾는 것이 좋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이 갈림길에서 직진길로 갔다가 문수암까지 1.5㎞, 40분을 알바했다며 주의를 준다. 물론 직진길로 간다고 해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고생할 뿐이다.

상생폭포. 왼쪽은 문수봉 오르다가 보이는 상생폭포

 

문수봉·삼지봉과 능선 조망은 별로

오른쪽 좁은길로 몇분 정도 오르니 문수암이다. 먼저 우리를 맞는 일주문이 소박하다. 암자의 요사채가 일반 가정집을 섞어놓은 모양새여서 전통적 사찰의 느낌은 없다. 문수암에서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은 한동안 가파르게 이어지다가 임도와 만나면서 순해진다. 숨가빴던 호흡도 차분해진다. 임도 양옆의 나무들까지 그늘을 만들어주니 걷는 맛이 쏠쏠하다. 문수암에서 25분 정도 지난 길 한 가운데에 제법 규모가 큰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내연산을 포함, 경상북도에는 이렇게 높은 곳에 조성한 무덤들이 많다. 이 지역의 매장 문화가 궁금했다. 무덤을 에워싸고 있는 낙락장송들이 고인을 굽어보고 있다.

무덤에서 다시 30분 정도 걸으니 문수봉(628m)이다. 보경사에서 3시간 50분이나 걸렸다. 아무리 쉬엄쉬엄 놀멍쉴멍하며 올랐다지만 험하지도 않은 3.4㎞ 산행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면 5월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해가 짧은 가을이나 겨울이면 살짝 심각한 속도다. 들쑥날쑥한 현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포항시 제작 지도상으로는 보경사~문수봉 3.3㎞이고 문수봉~삼지봉이 2.5㎞다.

능선 숲길

 

문수봉~삼지봉 능선에는 내연골(혹은 청하골)로 하산하는 내리막 코스가 몇 개 있다. 먼저 문수봉에서 0.8㎞를 지난 곳에 수리더미 하산코스가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면 은폭포와 연산폭포 중간 지점이다. 능선을 따라 다시 2~3분 정도 지나면 은폭포(제8폭)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중간에 조피등과 만나 계곡의 은폭포로 이어진다. 은폭포 하산길은 문수봉과 삼지봉 중간 쯤에도 있다. 조피등 코스다.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더 직진하면 상지봉 오르기 전 0.4㎞ 지점의 동대산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동대산이고 왼쪽 하산길이 거무나리 코스다. 미결등 코스는 삼지봉을 지난 곳에 있다. 희용은 2년 전 조피등 경험자여서 이번엔 미결등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짰다. 문수봉~삼지봉 능선은 완만하고 흙길이어서 편안하다. 능선 양쪽에 도열하고 있는 제법 키가 큰 나무들이 연초록의 향연을 벌이느라 분주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초록은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색이다. 아름드리 송림도 드문드문 보인다.

내연산 능선 숲길

 

동대산갈림길에서 0.4㎞ 거리를 10분 정도 오르면 넓고 평평한 삼지봉 정상이다. 문수봉에서 1시간, 보경사에서 4시간 50분 지났다. 지나온 거리는 6㎞ 정도다. 삼지봉은 동대산 줄기와 연결되어 세 갈래로 지맥이 나뉜다. 그래서 삼지봉이다. 정상에는 한글과 한자로 된 정상석이 2개 있다. 그런데 한자 정상석(710m)과 한글 정상석(711m)의 높이가 다르다. 참 답답하다. 정상은 문수봉과 마찬가지로 조망이 없다. 지나온 능선에도 조망이 없었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조망이 없다는 것은 명산으로서 아쉬운 부분이다.

 

능선을 따라 20~30㎝ 높이의 연초록 풀들이 넓게 퍼져있어

삼지봉에서 향로봉까지 거리는 4㎞다. 당연히 우리의 산행 속도로는 무리다. 그것도 모르고 서울에서 출발할 때 내가 향로봉까지 가자고 했으니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미결등 코스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지도상으로는 삼지봉을 지나 0.6㎞ 거리에 미결등 표시가 있다. 그런데 현장에는 안내판이 없다. 미결등 길로 추정되는 곳에는 누군가 일부러 갖다놓은 생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가지 말라는 표시다. 그 길이 미결등이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니 지나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길을 막아놓은 것일까. 이유는 곧 알게 된다. 우리는 능선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미결등이 있으려니 생각하고 한참을 직진했다. 미결등을 찾지 못해 생긴 불안감은 능선을 따라 넓게 퍼져있는 20~30㎝ 높이의 연초록 풀들이 해소해준다. 주변의 나무들도 눈부신 연초록 빛을 마구 뿜어낸다. 저절로 스마트폰 셔터를 누르게 한다. 황홀하다. 그렇게 능선을 따라 20~30분 정도, 거리상으로는 삼지봉에서 1.2㎞를 걸어가니 또 갈림길이다.

능선을 따라 넓게 퍼져있는 20~30㎝ 높이의 연초록 풀들

 

직진하면 향로봉인 것은 알겠는데 왼쪽 길의 정체가 애매하다. 그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에 쓰여있던 ‘미결등 경유 삼지봉’ 글자를 누군가 지워놓았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가라는 표시였는데 지금은 가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되어 더욱 헷갈린다. 조금 전 미결등 입구에는 표지판이 아예 없고 이곳에는 문구가 지워져 있으니 미결등으로 내려가려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어쩌란 것인지 답답했다. 그렇다고 더 직진했다가는 향로봉까지 갈 것 같아 글자가 지워진 방향으로 길을 정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길은 20~30분 전 지나온 미결등 입구 아래로 U턴하는 8부 능선 길이었다. 표시가 애매하니 사람이 다닐 리 없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산행과 계곡 트레킹 14.4㎞ 걷는데 7시간 20분 걸려

그 길이 미결등~계곡(내연골)으로 이어진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은 능선길 중간에 제38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서다. 초입의 보경사 부근에서 카메라로 찍어놓은 ‘내연산 산악구조 위치표시판 안내도’를 살펴보니 8부 능선에 표시된 제38지점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이 삼지봉으로 오르는 방향이고 오른쪽이 내연골로 내려가는 방향이다. 능선의 미결등 입구를 막아놓지 않았다면 그 갈림길까지 0.5㎞ 걸렸을 거리를 삥 돌아서 가는 바람에 거리는 1.2㎞, 시간은 30분이 더 걸렸다. ‘내연산 산악구조 위치표시판 안내도’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 산행 코스와 갈림길마다 번호를 매겨놓았기 때문에 산행 시 헷갈릴 때 큰 도움이 된다. 초입에서 촬영하기를 권한다.

초입에서 촬영한 <내연산 산악구조 위치표시판 안내도>

 

능선의 미결등 초입을 왜 막아놓았는지가 궁금했다. 왼쪽의 삼지봉 방향 길로 살짝 올라가보니 길을 막은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사면(斜面)에 만들어진 길이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정도로 좁은데다 벼랑은 아니지만 아래로 미끌어지면 한참을 굴러내려가게 되어 있어 겨울에는 살짝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미결등 하산길을 그런 식으로 안내하면 우리같은 초행자들에게는 더 위험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어쨌든 안도하며 시작된 하산길도 연초록 일색의 풀숲과 나무숲 그리고 흙길이어서 한동안은 룰루랄라 하며 걸어내려갔다. 하지만 중간 쯤 부터는 가팔라서 여성 동지들의 속도가 느려진다. 결국 갈림길에서 계곡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다. 계곡에서 안내판을 보니 삼지봉까지 거리가 3.4㎞다.

계곡을 따라 보경사까지 내려갔다. 출렁다리~은폭포~소금강전망대를 지나 보현암 부근에서 연산폭포와 관음폭포로 가려는데 안내표시가 없다.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보수한다며 그 길로 가지 못하게 방향 표시를 지워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 절경인 연산폭포와 관음폭포는 보지 못하고 보현폭포와 상생폭포만 눈으로 확인한 채 문수봉갈림길을 지나 보경사에 도착하니 날이 어느덧 어둑어둑해졌다. 보경사 출발시간이 오후 12시 15분이고 보경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 34분이므로 7시간 20분이나 걸렸다. 거리는 포항시 제작 지도를 기준하면 보경사 →(5.8㎞)← 삼지봉 →(3.4㎞)← 내연골 계곡 →(4.0㎞)← 보경사 이므로 총 13.2㎞다. 미결등 길을 찾느라 추가된 1.2㎞를 합하면 14.4㎞다.

 

■산행 다음날 우리는

경북 백암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주변의 몇 군데를 여행하기로 했다. 후보지로는 울진의 불영계곡, 희용의 집안과도 관계가 있는 관동팔경의 하나 월송정 등이었다. 산행이 아니라 여행 코스로 계획을 짜니 마음이 가벼웠다. 해서 7시간 이상을 산행해 피곤해진 몸을 달래주기 위해 알코올을 선물했다. 숙소 밖에서 1차, 숙소 안에서 2차를 했으니 피로가 가중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두 여성이 의외의 제안을 한다. 두 중년 남성들 보다는 더 피곤했을텐데도 “관광지에 가봤자 사람들만 많을테니 백암산에 오르자”고 하는 게 아닌가. 더구나 백암산은 뒷산 수준이 아니라 1004m나 되는 높은 산이다. 생각지도 않은 두 여성의 강수에 두 남성은 놀라워하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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