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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보령의 오서산] 가을의 억새 군락과 서해 조망은 오서산의 백미… 내포문화숲길로도 연결돼 산행과 산책 두루 즐겨

↑ 오서산 능선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천수만 방향

 

by 김지지

 

■오서산은

 

오늘의 산행지는 충남 오서산이다. 2020년 11월 29일 내자와 아들이 동행했다. 오서산(烏棲山, 790.7m)은 충남 홍성군과 보령시에 걸쳐 있는 충청남도의 대표적인 산이다. 과거에 까마귀가 많이 살아 까마귀 ‘오(烏)’에 거처할 ‘서(棲)’를 써서 오서산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까마귀를 찾을 수 없다.

산세가 우람하지 않은데도 충청남도에서는 대둔산(879m), 계룡산(847m)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계룡산, 대둔산이 내륙에 치우쳐 있는 것과는 달리 오서산은 해안에 가깝고 주변의 산들에 비해 우뚝 솟아있어 옛날부터 서해바다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의 등대 구실을 한다고 해서 ‘서해의 등대산’으로 통했다.

보령시 성연저수지에서 바라본 오서산(출처 보령시)

 

오서산을 상징하는 풍경은 가을의 억새군락과 서해조망이다. 가을이 되면 억새군락이 어김없이 주능선을 뒤덮어 해풍에 춤추는 억새를 구경하려는 인파로 넘쳐난다. 정상과 주능선에서 서해바다 천수만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서해조망은 오서산의 또 하나 자랑이다. 특히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풍광은 오서산의 백미다.

주요 들머리와 날머리는 홍성군의 상담주차장과 광성주차장, 보령시의 성연주차장과 명대주차장(오서산자연휴양림) 네 곳이다. 어디로 올라가고 내려가든 왕복 3~5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홍성의 상담주차장이고 그 다음이 보령의 성연주차장이다. 성연주차장은 정상을 거쳐 부챗살 모양의 원점회귀가 가능하나 상담주차장은 정상에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되돌아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코스는

 

나는 홍성의 상담주차장에서 올라가 정상을 밟은 뒤 보령의 성연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종주를 계획했으나 그날 오후 정상과 주능선에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이 싫었는지 아들이 종주하지 말고 5부 능선에 위치한 임도를 경유해 상담주차장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해 아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들머리에서 정암사까지

내비게이션에서 ‘상담주차장’을 검색하면 내비가 알아서 ‘광천읍오서산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장은 번잡하지 않고 아담하다. 주차 후 상담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면 들머리다. 초입에 등산객들이 철조망에 걸어놓은 알록달록한 산행 리본이 길게 이어져 있다. 초반은 완만한 숲길이고 철조망 오른쪽 건너편은 초록의 송림이다. 그렇게 1.6㎞를 걸어올라가니 정암사 입구 사거리다. 그곳에서 정암사까지는 0.3㎞다. 왼쪽 임도를 따라가면 쉰질바위까지 3.1㎞이고, 내원사까지 4.1㎞다.

급경사 시멘트길을 올라가면 산 중턱에 자리잡은 정암사(淨巖寺)가 보인다. 창건 연대가 백제 또는 고려라는 설만 있을 뿐 창건과 연혁을 전하는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분명한 것은 현재 사찰이 1970년대 중반에 중창된 모습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고전적인 사찰 느낌은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정암사를 받치고 있는 계곡 위 돌축대가 인상적이고 주변에 아름드리 고목들이 즐비해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점은 정암사가 내세울만하다.

정암사

 

▲정암사에서 오서전망대까지

정암사에서 오서전망대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등로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한 곳은 사찰 내 산신당 옆으로 올라가는 ‘자연길’이고 다른 한 곳은 정암사 옆의 ‘데크계단길’이다. 자연길은 일반적인 산길이고 데크계단길은 1600개의 계단길이다. 자연길이 계단길보다 편한 점은 거리가 다소 짧다는 것이다. 대신 급경사에 조망은 없다.

한동안 어느길로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등산객 대부분이 이용하는 계단길을 선택했다. 1600계단은 중간에 540계단과 1066계단을 표시해놓아 시간이 어느정도 걸리는지를 알려준다. 내 경우 540계단까지는 16분, 1066계단까지는 32분이 걸렸다. 1600계단이라고 해서 계속 계단만 있는 건 아니고 가끔씩은 흙길도 있다.

1600계단길(왼쪽)과 흙길

 

쉬엄쉬엄 오르다가 첫 전망데크 위에 오른 것은 정암사에서부터 40분이 지나서였다.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실루엣이 멋지다. 다시 10분을 오르면 8부 능선 쯤 되는 곳에 자리잡은 두 번째 전망데크가 나타난다. 2년 전 백팩을 했던 곳으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들게 올라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2년 전인 2018년 9월 8일 고교동창인 영일, 대학후배인 용준과 이곳에서 백팩을 했다. 산에서 잠을 자는 백팩이어서 당시는 배낭 무게가 16~20㎏일 정도로 무거웠다. 전문가인 용준은 20㎏, 초심자인 나는 16㎏였다. 영일은 난생 처음 해본 그날의 백팩 이후 무릎에 무리가 생겨 안타깝게도 요즘은 험한 산을 멀리한다. 늦여름인데도 서늘했던 그날의 밤 공기와 저녁 노을 그리고 오서전망대에서 박을 하는 백패커들의 총천연색 텐트가 잊혀지지 않는다.

전망데크 뒤에서 웅크리고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비로소 능선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억새들이 능선 곳곳에서 출렁이고 있고 드문드문 소나무 군락이 반겨맞는다. 해발고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봉우리(735m봉)에 올라서니 안내판이 있다. 그곳에서 비로소 보이는 오서전망대까지는 약간의 오름길이고 거리는 0.2㎞다. 상담주차장에서는 3.4㎞, 정암사에서는 1.4㎞ 왔음을 알려준다.

1600계단을 오르다가 만난 첫 전망데크

 

▲오서전망대에서 오서산 정상까지

오서전망대에 도착하니 출발지인 상담주차장에서 2시간이 지난 뒤였다. 오서전망대는 과거 등산인들의 쉼터였던 오서정이 있던 자리다.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가 서해안을 강타해 오서정이 파손되자 홍성군이 그 자리에 널찍하게 새로 조성한 쉼터가 지금의 오서전망대다. 2년 전 왔을 때, 저녁에는 서해 낙조를, 새벽에는 일출 장면을 감상하러온 백패커들의 텐트가 10여개 처져 있었으나 지금은 11월 말에 평일이어서 한 두명의 등산객만 보인다.

백패커들이 오서전망대에 친 텐트들

 

오서전망대의 조망은 어느 쪽이든 거침이 없다. 그중에서도 서해바다 천수만 쪽은 시야를 가리는 산이 없어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안면도와 태안반도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온통 잿빛 구름 뿐이어서 천수만으로 구불구불 흘러들어가는 하천이나 호수만 보인다.

오서산 정상은 오서전망대에서 능선길로 5분 거리에 있다. 정상표지석에는 ‘오서산 791m’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20분 거리에 보령시가 세워놓은 또 하나의 정상표지석(790.7m)이 있다. 오서전망대처럼 데크를 넓게 만들어놓아 이곳에서도 백팩을 할 수 있게 했다. 오서산 정상이 두 군데여서 헷갈렸으나 지도를 살펴보면 오서산이 보령시 영역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서전망대(출처 홍성군청)

 

오서전망대에서 오서산 정상(보령)까지 능선길은 1㎞다. 그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억새밭이다. 강원 정선의 민둥산이나 경기 포천의 명성산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서해 풍광과 어우러진 억새 그림은 나름 운치가 있다.

홍성군 광천읍에서 세운 오서산 정상표지석에서 오서산(보령시) 정상까지 능선길을 따라가다보면 하산길이 여러 곳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하산길은 보령시의 문수골(성연주차장)로 내려가는 3.5㎞ 길이다. 두 번째는 왼쪽 쉰질바위를 거쳐 광성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능선에서 쉰질바위까지는 1.5㎞다. 쉰질바위에서 광성주차장으로 가려면 임도를 따라 1.0㎞ 떨어진 내원사 입구를 거쳐야 한다. 내원사 입구에서 광성주차장까지는 1.3㎞다.

세 번째는 능선의 740m봉에서 왼쪽 내원사를 거쳐 광성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능선에서 내원사까지는 0.9㎞이고 그곳에서 쉰질바위로 연결되는 임도까지는 0.3㎞다. 내원사로 내려가기 전, 740m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계곡 안에 자리잡은 내원사가 보이고 임도가 뱀꼬리처럼 길에 늘어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병풍능선이 평야를 향해 내리달리고 있다.

오서산 정상표지석. 왼쪽은 홍성군 광천읍에서 오른쪽은 보령시에서 세웠다.

 

■내포문화숲길을 걷다

 

▲내원사

우리는 능선의 740m봉에서 내원사로 내려간다. 이후 임도를 따라 걷다가 쉰질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상담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한다. 능선에서 시작한 하산길은 흙길이어서 부드러우나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았는지 길의 흔적이 흐릿하고 급경사다. 다만 중반부터는 경사도 완만해지고 길도 편안하다. 다만 능선길이 아닌 숲길이어서 조망은 없다.

내원사는 능선에서 0.9㎞ 내려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내원사 역시 창건연대가 분명치 않다. 과거 전각들은 1995년의 화재로 소실되어 2~3채 밖에 안되는 지금의 전각들은 그후 지은 것이다. 사찰 앞에는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사찰 뒤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내원사에서 시멘트길로 0.3㎞ 내려가면 임도 사거리다. 왼쪽 1.0㎞ 지점에 쉰질바위가 있고 그곳에서 정암사 입구까지는 3.1㎞ 거리다. 임도 사거리에서 직진해 내려가면 광성주차장이다.

내원사

 

▲내포문화숲길

내원사 아래 임도는 내포문화숲길 중 백제부흥군길 제1코스(16.5㎞)의 일부이다. ‘내포’란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휘어 들어간 부분 즉 내륙 깊숙이 바다와 연결되는 물길을 통해 포구가 형성된 곳을 뜻한다. 내포문화숲길은 충남 가야산 주변의 4개 시·군(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예산군)이 내포지역에 남아 있는 불교 성지들과 천주교 성지, 내포지역의 동학, 역사인물 및 백제 부흥운동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보도 트레일이다. 길이만 자그마치 320㎞다. 2014년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이 길을 잠시 걸으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내포문화숲길의 제1테마는 내포 가야산을 중심으로 산재한 불교 유적들과 원효대사의 전설에 얽힌 이야기를 소재로 한 91.1㎞의 ‘원효 깨달음길(8개 코스)’이다. 제2테마는 삽교천 주변에 분포한 내포 천주교 성지를 중심으로 전교와 순교의 근대 천주교 역사를 돌아보는 44.1㎞의 ‘내포 천주교 순례길’(5개 코스)이고 제3테마는 백제의 성들을 돌아보며 무너진 백제 민초들의 살아 숨 쉬는 항쟁 역사를 느끼고, 선조의 저항정신을 체험하는 109.9㎞의 ‘백제부흥군길’(9개 코스)이다. 제4테마는 내포 동학혁명의 전적지와 고향을 빛낸 애국지사 등 선각자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애향과 애국을 배우는 70㎞의 ‘내포역사인물동학길’(5개 코스)이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내원사(하단)과 임도(내포문화숲길) 일부. 상단 바위는 쉰질바위

 

▲쉰질바위

내원사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가면 쉰질바위까지 1.0㎞다. 그런데 특별히 볼 것도 없고 오름길이고 시멘트길이어서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능선에서 임도로 내려와 상담주차장으로 돌아가려는 독자가 있다면 능선에서 내원사로 하산하지 말고 능선에서 쉰질바위로 하산할 것을 권한다. 내원사에서 쉰질바위까지는 오름길인 반면 쉰질바위에서 상담주차장까지는 대부분 내리막이거나 평탄길이기 때문이다. 시멘트길은 비슷하지만 흙길도 제법 있다.

쉰질바위는 동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암반이다. 쉰질은 충청도 사투리로 어른 키의 50배 정도라는 말로 바위가 그만큼 크고 높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10m 정도 높이의 바위다. 쉰질바위에는 바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다. 절벽 쪽으로는 앞이 탁 트인 조망터도 있다. 아쉬운 것은 쉰질바위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나 장소가 없어 쉰질바위의 규모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쉰질바위에는 복신장군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기 660년 백제의 사비성과 웅진성이 나당연합군에게 함락되자 백제 땅 곳곳에서 나라를 되찾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복신, 도침, 흑치상지 등 백제부흥운동의 지도자들이 일본에 있던 풍왕자를 모셔오면서 백제부흥운동은 맹렬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백제부흥군은 심각한 내분에 휩싸여 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풍왕이 복신을 죽이면서 3년에 걸친 백제부흥운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복신은 한 석굴에 숨어있다가 죽임을 당했는데 그 석굴이 쉰질바위 밑에 있는 복신굴로 전해진다. 다가가 살펴보니 복신굴은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암굴이다.

쉰질바위(출처 내포문화숲길 홈페이지)

 

▲내포문화숲길(임도)을 걷다

내포문화숲길(임도)는 5부 능선 쯤에 깔려있다. 주로 시멘트길이지만 갓길에 흙이 쌓여있고 흙길도 드문드문 있어 그런대로 걸을만 하다. 임도를 따라 정암사까지 가다보면 오서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 한 곳은 1.1㎞ 거리이고 다른 곳은 1.5㎞ 거리다. 임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를 두 사람 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산악자전거를 타는데 최적화된 길이다.

임도 오른쪽의 숲 너머는 널따란 평야여서 그곳을 바라보며 걸으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나뭇잎이 떨어진 늦가을이어서 그나마 드문드문 보이지만 숲이 무성해지는 봄이나 여름이라면 완전히 가릴 것이다. 그렇다면 가끔은 조망터를 만들어 그곳에서 조망도 하고 쉬기도 하게 하면 좋을 듯 싶다. 지금은 11월 말이라 숲이 황량하지만 숲이 무성한 계절이면 나무 그늘 속에서 걸을만 할 것이다. 등산 위주의 길을 좋아하는 나와 산행스타일 상, 임도가 좋을리 없건만 산책과 트래킹을 좋아하는 내자와 아들은 임도가 좋다며 만족해 한다.

내포문화숲길. 시멘트길(왼쪽)과 흙길이 반복된다.

 

▲산행 마무리

임도를 따라가다가 정암사 입구에서 하산하면 된다. 그곳 안내판을 보면 상담주차장까지 등산길 1.6㎞, 임도길 2.4㎞로 되어 있다. 당연히 등산길로 내려가야 하나 길을 잘못 선택하면 임도길로 빠져 0.8㎞나 더 가야 한다. 2년 전 내가 그랬다. 등산길은 정암사 입구에서 임도를 버리고 바로 아래 숲길로 내려가야 한다. 오늘 걸어간 길을 대충 계산해보니 12㎞에 5시간 정도 걸렸다.

언제나 여행이든 산행이든 하고 나면 “왜 거길 몰랐을까” 혹은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밀려온다. 이번 산행도 마찬가지다. 정상에서 보령시 성연주차장으로 하산하지 못한 것과 쉰질바위 정상에 올라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성연저수지에서 멀리 오서산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과 임도를 드라이브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다. 언젠가 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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