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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바우길 제2구간] 대관령옛길은 부드러운 흙길, 쭉쭉 뻗은 소나무와 굴참나무 덕에 걷는 재미가 쏠쏠… 정철·신사임당·김홍도도 걸었다

↑ 한여름의 대관령옛길

 

☞ 클릭! 강릉바우길 제1구간(선자령 풍차길)

☞ 클릭! 강릉바우길 제3구간(어명을 받은 소나무길)

 

by 김정형

 

☞ 거리 10.5(짧은 코스)~14.7㎞(긴 코스)

☞ 5~6시간

 

■대관령옛길로 떠나다

개인적으로 2020년 한 해는 강릉바우길과 인연이 깊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강릉바우길 제1구간(선자령 풍차길)은 1월과 2월, 제2구간(대관령옛길)은 8월, 제3구간(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은 10월에 다녀왔으니 1년 동안 네 번이나 만난 셈이다. 세 번은 아내가, 나머지 한 번은 고교 동창들이 동행했다.

연초에 선자령 풍차길(제1구간)을 다녀오니 출발지가 같은 대관령옛길(제2구간)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길을 떠난 것이 한 여름인 2020년 8월 18일이다. 대관령 양떼목장 주차장에서 출발해 대관령박물관까지 10.5㎞를 걷는 코스다. 구체적으로는 대관령 양떼목장(혹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주차장 →(2.3㎞)← 국사성황사 →(1.8㎞)← 반정 →(3.2㎞)← 옛주막터 →(1.5㎞)← 하제민원 →(1.5㎞)←대관령박물관이다. 예상 시간은 5~6시간. 대관령박물관으로 가지 않고 보광리 쪽 코스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거리가 14.7㎞로 늘어난다. 탐방에 앞서 대관령옛길과 강릉바우길이 어떤 곳인지를 살펴본다.

 

☞ 클릭! 강릉바우길 제2구간 지도와 안내 

 

▲대관령옛길은

대관령옛길은 예로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이다. 영동과 영서도 대관령에서 유래한다. 이를테면 대관령의 동쪽이 영동이다. 과거 보부상들은 영동지방의 물산을 지고 올랐으며 선비들은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고개를 넘었다.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이 길을 지나 ‘관동별곡’을 쓰고, 신사임당이 여섯 살 아들 율곡을 데리고 이 고개를 넘어 한양을 오갔으며 김홍도는 중턱에서 화구를 펼쳐놓고 ‘대관령도’를 그렸다. 그 밖에도 많은 시인묵객이 글과 그림으로 대관령에 헌사를 바쳤다. 옛길은 이같은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명승 제74호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강릉바우길 제2구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정에서 옛주막터로 가는 길에 설치해놓은 김홍도의 대관령 그림 사본

 

▲강릉바우길은

강릉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강원도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트래킹 길이다. 구간은 17개이고 총거리는 248㎞다. 이외에도 올림픽아리바우길(9개 구간), 대관령 국민의 숲길,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 등도 있다. 바우는 강원도 말로 바위를 뜻한다. 강릉바우길 제1구간은 선자령 풍차길이다.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하행휴게소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 출발, 선자령 능선과 선자령 아래 숲길을 지나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원점회귀하는 구간으로 거리는 12㎞다. 정상은 해발 1157m이지만 출발점 높이가 850m쯤 되어 오르막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6.8㎞ 거리에 2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의 천국이다.

직진하면 선자령 풍차길 입구이고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대관령옛길로 올라간다.

 

강릉바우길 제2구간은 대관령옛길이다. 10.5~14.7㎞를 걷는데 5~6시간 걸린다. 출발지점은 강릉바우길 제1구간(선자령 풍차길)과 같지만 곧 갈라진다. 1구간과 2구간의 분기점에서 1.2㎞를 걸으면 국사성황사가 나오고 그곳에서 대관령 능선으로 올라가 동쪽으로 넘어간다. 반정과 옛주막터를 지나 하제민원 아래 삼거리에서 갈라져 우측으로 짧게(0.9㎞) 대관령박물관, 좌측으로 길게(5.2㎞) 보광리 에른스트국제학교까지 이어진다. 양쪽 모두 제2구간에 속한다. 일반 등산객이 대관령옛길을 탐방할 때는 우측 대관령박물관까지만 간다. 왼쪽 보광리까지 구간이 아스팔트길이어서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측에서도 선뜻 권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삼거리~보광리 구간은 강릉바우길을 연결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일반 탐방객에게는 대관령박물관까지 걷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자세한 코스와 대중교통에 관해서는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홈페이지(위 빨간 글씨) 참고하면 된다.

대관령옛길 초입

 

■대관령옛길을 걷다

 

▲대관령휴게소~국사성황사

출발지는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상행휴게소다. 지금은 양떼목장이나 선자령 산행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하행휴게소에 있다. 상행과 하행 휴게소가 도로로 이어져 있어 어느곳으로 접근해도 상관 없다. 따라서 대관령옛길 출발지를 찾느라 이거저거 고민할 것 없이 내비게이션에서 그냥 ‘대관령 양떼목장 주차장’ 혹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검색하면 된다.

대관령옛길로 통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자령 풍차길과 같은 능선길을 걷다가 KT송신소가 나오면 그 부근 오른쪽 경사면으로 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차장을 떠나 선자령 풍차길 입구로 진입하기 전 왼쪽길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안내판에 ‘선자령 정상 5.8㎞’라고 표시되어 있다. 1월과 2월 선자령을 두 차례나 올라갔으나 이 길은 처음이다. 서로 어깨동무하며 자라는 나무들의 그늘 덕분에 한여름인데도 더운줄 모른다. 부드러운 흙길에 경사가 완만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평일이라 사람도 없다. 25분 정도 오르니 언덕 위에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자세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곧이어 나타나는 대관령 양떼목장 펜스 안에서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양떼목장 너머 산그리메와 마을이 초록의 초지와 어울리는 한 장의 그림엽서다. 양떼목장 펜스 옆을 걷다보면 질서정렬한 조림지가 나타나고 뒤이어 삼거리다. 안내판에 표시된 ‘선자령 정상 4.6㎞’ ‘강릉바우길’이 대관령옛길 방향이다. 국사성황사에 도착하니 주차장을 출발한 지 벌써 1시간 10분이 지났다.

양떼목장

 

▲국사성황사, 산신각, 범일국사, 강릉단오제

국사성황사 옆에는 산신각이 있다. 성황사에는 강릉 출신의 신라말 고려초 고승인 범일국사(810~889)를, 산신각에는 신라 장군 김유신(595~673)을 모시고 있다. 범일국사는 15세에 출가하고 20세에 경주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후 836년(흥덕왕 11년) 당나라에 가서 선종을 계승하고 847년 귀국했다. 851년 고향에 있는 굴산사 주지로 부임한 후 40여 년 간 영동 지역에 선불교를 퍼뜨리고 신라 말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사굴산파를 창시했다. 동해의 삼화사를 세우고 양양의 낙산사를 중건했으며 강릉 신복사를 건립해 영동지방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889년(진성여왕 3년) 굴산사에서 열반한 후 대관령의 국사서낭신으로 모셔졌다.

국사성황사(왼쪽)와 산신당

 

산신각은 강릉단오제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다. 매년 음력 4월 15일이면 먼저 산신각에서 산신제를 올린 뒤 성황사에서 국사성황제를 지내고 신맞이 굿을 한다. 그리고는 뒷산에서 신목(신령이 강림하여 머물러 있다고 믿어지는 나무)인 단풍나무를 베어 들고 강릉으로 행차한다. 신목은 강릉 시내 홍제동에 있는 대관령국사여성황사에 봉안했다가 음력 5월 3일 영신제(성황신을 제단으로 모셔갈 때 지내는 의례)를 지내고 시내를 도는 영신 행차 후 남대천 단오장 제단에 봉안하고 단오제를 치른다.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선정 인류 무형문화유산의 세 개 중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판소리와 종묘제례악이다.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이기도 하다.

 

▲국사성황사~반정

 국사성황사에서 대관령 쪽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대관령옛길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GPS가 고도 962m를 가리킨다. 바로 옆에 KT송신소가 있다. 능선에서 강릉 방향인 동쪽으로는 가파른 급경사 지형이고 서쪽으로는 대관령의 고원평탄면과 겹겹의 구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 사면 쪽 움푹파인 곳에 반정까지 거리가 1㎞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강릉바우길 제2구간과 제3구간 교차점. 직진하면 선자령 정상이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대관령옛길이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S자 고갯길이다. 경사는 있지만 S자여서 그다지 가파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길은 주로 평지길이지만 움푹 파인 길도 적지 않다. 길 양쪽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둑같은 것이 이어져 더욱 깊어 보인다. 워낙에 깊어 어떻게 형성되었을지가 궁금할 정도다.

이렇게 움푹 파인 길이 많다.

 

계속 S자를 그리는 길이 단조롭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배부른 생각을 한다고 스스로 마음을 고쳐 먹는다. 걷기 편하고 그늘 좋은 길인지를 잠시 잊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차소리가 요란하더니 곧 숲길이 끝나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난다. 옛 영동고속도로다. 반정(半程)은 도로 건너편에 있다. 대관령 초입에 있는 구산역과 대관령 위에 있는 횡계역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이다.

반정에 놓여있는 대관령옛길 안내 바위

 

대관령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길이 험준하고 사람이 살지 않아 겨울이면 험난한 고개를 지나다 목숨을 잃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강릉부의 향리 이병화가 사재를 털어 반정에 주막을 설치했다. 이후 반정 주막에서 쉬거나 하룻밤을 묶는 여행객들이 그를 기리는 ‘기관 이병화 유혜불망비’를 1824년(순조 24년) 반정 아래 10분 거리에 세웠다. 반정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오른쪽 비탈에서 볼 수 있다.

반정에서 멀리 동쪽을 바라보면 강릉 시내가 아스라이 펼쳐지고, 푸른 동해바다가 찰랑거린다. 여행객들은 강릉 구산역에서 출발해 제민원을 거쳐 반정에 이른다. 제민원은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나 상인 또는 기타 여행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 위한 원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의 대관령박물관 자리다.

대관령고갯길에서 내려다본 영동고속도로와 강릉시

 

반정에는 신사임당(1504~1551)의 사친시비도 있다. 결혼 때문에 한양으로 떠났던 신사임당이 강릉 친정에서 머물다가 친정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한양의 시댁으로 돌아가면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 시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이 새겨진 비석이다. 내용은 이렇다. “늙으신 어머님을 임영(강릉 옛 이름)에 두고 / 홀로 서울로 가는 이 마음 / 돌아보니 북촌(오죽헌 마을)은 아득도 한데 /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반정~옛주막터

반정에서부터는 한동안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이후 하늘을 향해 쭉쭉뻗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길 양쪽에서 여행객들을 호위하고 있다. 다만 생각만큼 아름드리는 아니다. 아름드리 소나무에 대한 갈증은 2개월 후 떠난 강릉바우길 제3구간에서 모두 해소되었다. 올해는 유달리 비가 많이 내려 8월인데도 길가 나무들마다 신록이다. 다만 그늘이 깊고 물이 많아서인지 산모기가 계속 극성을 부린다. 그런 길을 따라 대관령 옛주막터까지 내려간다.

대관령옛길을 걸으면서 촬영한 소나무

 

지금은 여름이라 그늘 덕분에 시원하지만 봄에는 야생화 만발하고, 가을엔 단풍으로 아름답고, 겨울엔 눈이 쌓여 더욱 운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조망은 대관령옛길 내내 반정 빼고는 없다. 반정에서 25분 정도를 내려가면 나무데크로 만든 쉼터가 나오고 다시 40분 정도를 내려가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목교가 나온다. 목교 아래로 계곡물이 쉴새 없이 바위와 부딪치며 거침없이 내려간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목교

 

반정에서 옛주막터까지는 계속 내리막 경사길이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만한 길도 아니다. 이런 길을 옛주막터까지 3.2㎞나 가야 하므로 중년층은 무릎보호대를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 옛주막터에는 전통귀틀 초가집이 복원되어 있다. 널찍한 마당에 연못까지 조성해 운치 있는 주막 그대로의 모습이다. 강릉 출신의 신봉승 작가가 시를 붙인 가곡 ‘대관령’비도 그곳에 있다.

옛주막터

 

▲옛주막터~원울이재

옛주막터에서 종착지인 대관령박물관까지는 등산길이라기보다는 트래킹길이다. 완만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대관령박물관에서 옛주막터까지 걸어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관광객도 더 많다. 옛주막터에서부터는 오른쪽 계곡을 끼고 내려간다. 최근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 물소리가 요란하다. 길도 호젓하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오순도순 얘기하며 걷는데 최적의 환경이다.

옛주막터에서 하제민원 마을 사이의 오솔길(왼쪽)과 계곡

 

옛주막터에서 100m 정도 아래에 왼쪽길로 1㎞ 정도 올라가면 대관령소나무숲이 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궁금했으나 아내가 힘들다고 해 다음을 기약했다. 옛주막터에서 1.5㎞를 내려가면 하제민원 마을이 있다. 지금은 식당과 민박집이 몰려있다. 우주인이 아름다운 대관령옛길에 반해 우주선을 착륙시켰다는 상상에 기초해 만든 우주선화장실도 그곳에 있다. 하제민원 마을 옆산에는 송림에서 뿜어나오는 솔향기 가득한 치유의숲이 있다. 그곳은 제암산을 거쳐 대관령옛길의 출발지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이어진다. 8.3㎞ 거리이고 강릉바우길 제2-1구간이다.

대관령 치유의 숲 (출처 강릉관광개발공사)

 

하제민원 마을부터 500m 아래 삼거리까지는 아스팔트길이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보광리(왼쪽)와 대관령박물관(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대관령박물관까지는 우측으로 0.9㎞, 보광리까지는 좌측으로 5.2㎞다. 지금까지 걸어내려온 길의 거리도 알려준다. 반정까지 5.2㎞, 대관령까지 9,5㎞다.

보광리 쪽 구간은 어흘리 마을회관을 지나 제3구간 출발점인 보광리 에른스트 국제학교까지다. 박물관과 보광리 양쪽 모두 제2구간에 속한다. 따라서 출발지는 같으나 종착지는 두 곳이다. 그러나 일반 탐방객은 대관령박물관까지 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왼쪽 보광리 구간이 사단법인 강릉바우길 측에서도 그다지 권하지 않는 아스팔트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릉바우길 전체를 걷고자 하는 탐방객이 있다면 대관령박물관까지 내려갔다가 삼거리로 되돌아와 보광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삼거리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의 바닥은 시멘트 보도블럭이다. 폭이 넓지 않아 승용차 1대가 지나갈 정도다. 하제민원 마을과 삼거리 중간 쯤에 계곡 쪽으로 연결된 길이 있고 그곳으로 내려가면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1㎞ 정도 길이 나온다. 나는 가보지 않았으나 마을 주민이 “정말 멋진 곳이니 그 길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하제민원에서 대관령박물관으로 내려가는 삼거리.

 

▲원울이재~대관령박물관

하제민원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는 1.54㎞ 거리다. 중간쯤 가다가 야트막한 언덕길에 ‘원울이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조선시대 강릉으로 부임하던 원님이 대관령을 넘으면서 두 번 울었다는 고개다. 한번은 부임할 때 고갯길이 험해서 울고 또 한번은 임기가 끝나고 나서 다시 고개를 넘어갈 때는 강릉의 인정에 감동해서 울었던 곳이라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그런데 원울이재 위치가 이곳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강원대 차장섭 교수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대관령은 부(강릉부)의 서쪽 45리에 있고 원흡현(원울이재)은 대관령 중턱 부 서쪽 41리에 기록되어 있다”며 “원울이재는 강릉쪽 대관령 초입의 작은 고개가 아니라 올라서면 대관령 중턱의 반정~대관령 정상 사이 고개에 있다”고 주장한다. 차 교수의 고증은 100년 전 강릉 장현마을 최씨 집안의 김씨 할머니가 작성한 서울-인천 옇애 견문록(서유록)에서도 뒷받침된다고 한다. 서유록에는 김씨 할머니가 1913년의 여행 여정을 밝히면서 반정이 주막을 지나 원울고개를 거쳐 상상봉에서 강릉과 장현동 집을 조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원울이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대관령박물관이다. 대관령박물관 뒤에 대형 주차장이 있으므로 이곳에서 출발해 대관령으로 오르는 옛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관령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개인이 수집·기증한 민속 역사 유물을 바탕으로 강릉시에서 건립한 박물관이다. 대관령박물관 옆에 ‘대관령옛길’이라고 크게 새겨놓은 바위 뒤에 제민원(濟民院)을 복원해 놓았다. 박물관에 도착했으니 대관령옛길을 완주한 것 같으나 개운치 않다. 대관령옛길의 또 다른 구간(강릉바우길 2-1구간)인 제왕산 코스, 옛주막터 아래 소나무숲을 다녀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숙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기분이다.

대관령박물관

 

대관령휴게소에 주차하고 대관령박물관까지 내려갔으니 박물관에서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므로 택시를 호출할 수밖에 없다. 나같은 코스를 이용하는 탐방객들을 위해 교통편을 소개한다. 대관령박물관에 도착해 전화로 콜택시를 부르니 20분 후 도착한다. 택시는 횡계개인콜택시(033-335-6263), 용평콜택시(033-335-6015), 횡계콜택시(033-335-5595, 5596, 6015) 등이 있다. 택시기사에게 “왜 강릉택시는 없냐”고 물으니 “강릉은 멀어서 기사가 오지 않는다. 설사 온다고 해도 거리가 멀어 요금이 비싸다. 그래서 가까운 횡계 택시가 운행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기사가 요구한 금액은 3만원이다. “주행 거리로는 12~13㎞여서 2만원이나 횡계에서 오는 비용 1만원을 포함해서 3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달리 선택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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