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충북 영동의 천태산… 적당히 아찔한 암벽,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암릉, 사방이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이 매력적인 곳

↑ ‘전망석-잠시 쉼터’ 바위에서 멀리 서쪽 지역을 바라보는 창민 영민 남수(왼쪽부터)

 

by 김지지

 

오늘의 산행지는 충북 영동군과 충남 금산군 경계에 있는 천태산(天台山·715m)이다. 이처럼 2개 도 2개 군에 걸쳐있으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영동군 방면으로 산을 오른다. 천년 고찰 영국사와 천년 수령 은행나무가 있고 등산로가 잘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천태산을 다녀온 것은 2020년 8월 22일. 일행은 고교 동창생들로 구성된 100대명산팀 친구들이다. 창민 영민 규철 남수 창화 종근 정형 준혁 이렇게 8명이다. 여기에 홍일점이 가세했으니 종근의 아내 노임숙씨다. 전국의 고산준령을 함께 찾아다니고 궂은 일을 도맡아해 우리들 사이에 ‘노 대장’으로 불리는 당찬 여성이다. 그를 두고 영민은 “노 대장이 시류를 잘 만났다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오은선 대장처럼 히말라야 산군을 오르내린 여성 전문 산악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천태산은 이런 산

천태산은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정한 100대 명산이다. 천태산이 왜 좋은지 굳이 알아보지 않고 산행지로 결정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의미다. 천태산의 매력은 산의 덩치는 작으나 적당히 아찔한 암벽,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암릉, 사방이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에 있다. 암벽은 설악산처럼 높거나 크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아무나 오르내릴 만큼 순하지도 않다. 아마추어 암벽 산행지로는 제격이다. 현지 주민들은 사방의 능선에 숨어 있는 매력적인 바위들이 주변 나무들과 어우러져 빚어낸 경치가 마치 설악산과 비슷하다고 해 ‘충북의 설악산’이라고 자랑하지만 내가 볼 때 그 정도는 아니다.

천태산과 영국사 안내도

 

천태산의 등정 코스는 천년 고찰 영국사를 기점으로 크게 3개다. A코스(일명 미륵길)는 영국사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암릉길이고 C코스(원각국사길)는 영국사 왼쪽 원각국사비를 지나 남동릉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며 D코스(남고개길)는 영국사 왼쪽으로 올라가 남고개를 지나 남동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B코스는 2005년 발생한 산불로 폐쇄되었다. 이 가운데 등산객들이 선호하는 등산길은 영국사 주차장에서 A코스로 올라가 D코스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 코스를 영국사에서 도보로 20~30분 정도 아래에 위치한 천태산 주차장까지 확장하면 천태산 주차장~삼단폭포~영국사 일주문~은행나무~영국사 오른쪽 들머리(A코스)~암벽 구간~681m봉~천태산 정상~681m봉~남동릉(D코스)~헬기장~남고개~영국사~일주문~망탑~진주폭포를 거쳐 천태산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방식이다. 총 거리 6.7㎞에 4~5시간 걸린다.

범위를 좁혀 영국사 주차장을 기점으로 삼으면 A코스(주차장~암릉구간~정상)는 2㎞, D코스(정상~남동릉~남고개~영국사)는 2.7㎞이므로 총거리 4.7㎞다. 산행 코스로는 짧은 편이지만, A코스 군데군데에 급경사 암벽길이 많아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하산길은 주로 D코스를 선택하는데 바위길과 평지흙길이고 조망도 일품이어서 피곤함을 잊게 해준다.

여기서 잠깐. 천태산 능선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A, B, C, D 4개 코스로 되어 있으나 영동군 홈페이지 지도(위 사진)와 천태산 주차장 입구의 대형 안내도에는 A, B, C 3개 코스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지도상의 B코스는 산 속 안내판의 C코스이고 지도상의 C코스는 안내판의 D코스다. 영동군청에서 하루빨리 통일하기 바란다.

천태산 곳곳에는 사진 처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조망터가 많다.

 

▲천태산 주차장~영국사 (워밍업 코스)

천태산에 오를 때 신경써야 할 게 있다. 주차장이 위 아래 두 곳 있는데 목적에 따라 주차장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곳은 영국사 주차장이고 다른 곳은 영국사에서 도보로 20~30분 아래의 천태산 주차장이다. 영국사 주차장은 501번 지방도로에서 4~5㎞ 안쪽에, 천태산 주차장은 501번 지방도로의 다른 진입로에서 2.5㎞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다. 두 주차장은 도로로 연결되지 않고 산길로만 이어져 있어 내비게이션에서 검색할 때 ‘영국사 주차장’과 ‘천태산 주차장’으로 따로 검색해야 원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다.

천태산 등산이 목적이라면 천태산 주차장에, 영국사가 목적이라면 영국사 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좋다. 물론 어디에 주차하든 영국사와 천태산 모두 접근할 수 있으나 목적지와 다른 곳에 주차하면 코스가 약간 꼬이게 된다. 예를들어 천태산을 등산하려는 등산객이 아래쪽 천태산 주차장에 주차하면 천태산의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으나 위쪽 영국사 주차장에 주차하면 천태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두 주차장 사이에 있는 삼신할멈바위, 삼단폭포, 진주목포, 망탑 등 명소를 살펴보려고 일부러 내려갔다가 다시 영국사 주차장으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주차장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에 ‘영국사 주차장’을 입력하는 바람에 두 주차장 사이의 명소를 결국 살펴보지 못했다.

천태산과 영국사 지도 (출처 부산일보)

 

천태산·영국사 주차장은 두 곳… 목적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천태산 주차장에서 출발할 경우 천태동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초입에 ‘천태동천(天台洞天)’이란 글씨가 경사진 바위면에 음각되어 있다. 하늘에 잇닿아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10분 정도 지나면 삼거리다. 왼쪽은 진주폭포를 지나 망탑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삼신할멈바위와 삼단폭포를 지나는 길이다. 두 길은 영국사 일주문에서 합류한다. 보통 등산할 때는 오른쪽 삼신할멈바위~삼단폭포 쪽으로 올라가고 하산할 때는 망탑봉~진주폭포 방향으로 내려온다.

삼신폭포는 50여m 높이에서 삼단으로 연결된 폭포이지만 웅장하지는 않다. 망탑봉 삼층석탑은 자연석을 깎아 기단을 삼은 고려시대 석탑이다. 탑도 탑이지만 주위 조망이 괜찮다. 망탑봉 주변에는 이빨을 드러낸 상어 형상의 커다란 바위도 있다. 상어 머리 부분에 올라서서 몇 번만 구르면 일렁일렁 움직이는 흔들바위이기도 하다. 삼단폭포를 지난 후 자연석 계단을 따라 경사가 급한 고갯길을 오르면 영국사 일주문이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그동안 문화재 관람료로 1000원을 받았으나 2020년 1월 1일부로 폐지되었다. 일주문을 지나면 영국사와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망탑봉 삼층석탑(왼쪽)과 상어흔들바위 (출처 영동군청)

 

▲영국사~천태산 정상 (본론 코스)

영국사 주차장에서 천태산으로 오르는 A코스는 영국사 오른쪽 옆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100m 정도 올라간 곳에 위치한 고갯마루 공터에서 시작된다. 입구에 ‘A코스 입구·정상 1370m’ 안내팻말이 보이는데 1370m는 잘못된 것이다. 산행 능선에 설치된 안내판에서는 2㎞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들머리를 출발해 송림과 바윗길을 지나 급비알을 오르면 10분만에 암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태산 암벽의 시작이다. 다만 암벽마다 고정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보통의 등산객들에게는 아주 힘들거나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10m 정도 길이의 첫 번째 급경사 암벽을 오르면 너럭바위와 소나무로 이뤄진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저 아래 천태산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영국사가 내려다보인다.

조망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오르면 25m 암벽이 막아선다. 로프를 단단히 잡고 나무 둥치나 바위의 움푹한 곳을 디디며 암벽을 타고 오른다. 두 번째 암벽도 그럭저럭 넘어 잠시 숨을 돌린 뒤 또다시 숲길을 오르면 75m 높이의 급경사 바위가 버티고 서있다. 천태산 암릉의 클라이맥스 구간인 슬랩이다. 슬랩은 표면에 요철과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바위나 약간 나온 부분)가 없는 매끄러운 경사 바위를 말한다. 슬랩은 고정로프가 있어도 가파르고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발의 힘보다는 주로 로프를 잡은 팔의 힘을 써야 한다.

75m 암벽구간을 오르는 창민(왼쪽). 오른쪽 사진은 ‘위험한 구간이어서 일반 등산객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다.

 

슬랩 아래 옆에는 ‘이 구간은 75m 암벽로프구간으로 추락사고가 빈번하므로 일반등산객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안전한 우회등산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안내판이 있고 화살표로 ‘오른쪽 우회등산로’를 안내하고 있다. 우리는 3명이 우회로로 빠지고 나머지는 슬랩 구간을 올라탔다. 힘들긴 해도 천태산 매력의 하나인 암벽 등반의 스릴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75m 암벽길은 세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구간마다 한 사람씩 올라야 한다. 무리해서 두 사람 이상 매달렸다가 한 사람이 실수하면 같이 다치게 되기 때문이다. 75m 암벽길의 수치상 각도는 60~70도이지만 배낭을 매고 최대한 직각으로 바위에 발을 디뎌야 하므로 체감 각도는 더 가파르다.

75m 암벽 구간을 오르는 규철(왼쪽)과 정형

 

75m 암벽, 가파르고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로프를 잡은 팔의 힘 써야

초반 구간의 20m 길이가 특히 가파르고 까다롭다. 내 경우 팔힘이 딸리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결국 초반 20m를 오르고 나니 현기증 증세가 나타났다. 1년 전 8월 강원 홍천 팔봉산 오를 때도 현기증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심각하다. 중간 지점의 턱에서 쉬었다가 다시 올라도 현기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오르고 쉬고를 반복하며 올라가니 준 탈진 상태다.

현기증이 왜 심한지 구체적 이유는 모르겠으나 추정해보니 네 가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담배를 완전히 끊지도 못하면서 끊는 과정 중에 체중이 2~3㎏ 불어나서, 둘째는 흔히 말하는 당이 떨어져서, 셋째는 팔의 힘이 없어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넷째는 한여름 무더위로 탈진해서 등이다. 아무튼 이번 현기증은 그동안 숱하게 등산을 하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20분 남짓 로프와 씨름을 하고나니 다른 친구들도 힘들어 하는 표정이지만 나 정도는 아니어서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한다. 우리의 노 대장은 여전히 씩씩하다.

그러면 75m 암벽을 우회하는 코스의 상태는 어떨까. 우회로를 선택한 남수 말에 따르면 우회로 역시 75m 암벽과 한 몸체의 거대 바위를 오르는 것인데 발 디딤 공간이 적당히 있고 경사도가 다소 완만해 75m 암벽에 비해 위험도가 덜 할 뿐 운동량 등가의 법칙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면서 관악산의 사당 능선이나 파이프 능선의 암벽 구간을 연상하면 된다고 하니 로프를 잡지 않고 올라갈 정도라는 뜻으로 들린다.

창화(왼쪽)와 노 대장이 75m 암벽의 초기 구간을 오르고 있다. 노 대장의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75m 암벽을 올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땀을 식히고 경치를 감상하기 좋은 암반 그늘지대가 나온다. 나는 현기증을 달래기 위해 대(大)자로 누워야 했다. 이후에도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힘들게 올라가니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681m봉이다. 75m 암벽구간 위에서 30분 정도 걸렸다.

681m봉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00m쯤 가면 정상이고 왼쪽이 D코스다. 그토록 심했던 현기증도 상태가 좋아져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681m봉에서 다시 가파른 주능선을 5분쯤 오르니 천태산 정상(715m)이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들머리에서부터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서 가던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충남 금산군 쪽으로 빠진다.

정상석 앞에서

 

‘전망석-잠시 쉼터’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 그렇게 멋질 수 없어

정상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검은 하늘에서 비가 후드득 떨어진다. 곧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고 굵은 빗방울이 능선을 세차게 때린다. 산에 오르기 전 하늘에 비구름이 없고 푹푹찌는 날씨여서 방심한 탓인지 제대로 우비를 갖춘 친구들이 없다. 친구들은 우산으로, 비닐로, 일회용 우비로 내리 퍼붓는 비를 피했다. 나는 그나마 아무것도 없어 꼬박 비를 맞다가 산에서 음식을 먹을 때 바닥에 까는 매트가 배낭에 있다는 것이 불현 듯 생각나 그것으로 온몸을 감쌌는데 막상 써보니 우비보다 편리했다. 몸만 감싸니 우비와 달리 덥지도 않았다.

하산은 681m봉까지 되짚어 내려와야 한다. 681m봉 삼거리에 이르면 왼쪽이 A코스이고 직진 방향이 D코스의 남동릉에 해당한다. 정상에서 바위길과 흙길을 번갈아가며 0.8㎞ 정도 내려가니 갈림길 안내판이 있다. 왼쪽은 영국사로 바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인데 2005년 발생한 산불로 지금은 폐쇄된 B코스다. 직진하면 C, D 코스다. 세찬 비 때문에 점심도 못하고 D코스를 따라 40분 정도 내려가니 비가 거의 그쳐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뒤늦은 요기를 했다.

그곳에서 20분쯤 더 내려가니 ‘전망석-잠시 쉼터’라고 쓰인 팻말이 보인다. ‘영국사 1350m, 정상 1350m’ 표시로 미루어 D코스 전체 길이가 2700m임을 알 수 있다. 그곳 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남쪽과 서쪽의 산그리메가 그렇게 멋질 수 없다.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 뒤라 산에는 운무가 걸쳐 있고 능선의 윤곽이 다른 때보다 선명하다.

‘전망석-잠시 쉼터’ 바위에서 바라본 산그리메가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전망 쉼터에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남고개다. 이것으로 천태산 암릉길은 사실상 끝난다. 남고개에서 왼쪽 산비탈길로 내려가 작은 지능선을 여러 개 넘으면 영국사 남쪽 옆으로 이어진다. 영국사에 다다르기 전 C코스와 D코스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C코스 방향으로 50m만 오르면 보물로 지정된 원각국사비, 영국사승탑이 있다. 영국사로 하산하니 16시 30분이다. 총거리 4.7㎞에 쉬는 시간 포함해 4시간 정도 걸렸다.

 

▲천년 사찰 영국사와 천년 수령 은행나무

 천태산과 영국사는 충북 영동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영국사는 큰 절은 아니지만 사찰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멋진 은행나무가 있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다. 영국사는 영동군 양산면의 양산팔경(陽山八景)의 제1경이기도 하다.

충북 도내에서 법주사 다음으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도 영국사다. 보물이 5점, 문화재가 4점이다. 보물로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승탑(제532호), 삼층석탑(제533호), 망탑봉 삼층석탑(제535호), 후불탱화(제1397호) 등이 있다. 보물과 문화재를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천년 고찰 영국사

 

영국사는 통일신라 시대 말에 창건되고, 고려 시대에 대각국사 의천이 탑과 승탑, 금당을 새로 지어 국청사라 명명한 후 원각국사 덕소가 머물면서 대규모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충북 영동 양산면 지금의 누교리에 한동안 머무르며 국청사에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다가 떠난 것을 기념해 조선시대에 편안할 영(寧)자 나라 국(國)자를 써서 영국사(寧國寺)로 개칭했다. 1879년 산사태로 사찰 부지가 묻혔으나 1934년 주봉 조사가 다시 대웅전을 짓고 삼층석탑을 현재 위치에 복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유서깊은 사찰이나 답답한 게 있다. 영국사 홈페이지 어디에도 영국사의 한자명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글 시대 라해도 사찰이름에 한자가 없다는 것은 지나치다.

영국사 아래에는 천년 세월 동안 영국사를 지켜보아온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있다. 모양새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나라에 환란이나 재난이 있을 때 밤새 기이한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도 유명하다. 높이 31m, 가슴 높이 둘레 11m이고 동서 25m 남북 22m로 퍼져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수령은 1000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지는 2m 높이에서 사방으로 퍼졌는데 서쪽으로 뻗은 가지 가운데 한 가지가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독립된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키가 5m 이상이 되고 가슴 높이의 지름이 20㎝가 넘는다. 천년 세월을 간직한 용문산 은행나무보다 키는 작지만 모양새에 안정감이 있고 균형미가 있다.

천년 수령 은행나무

 

 

▲번개와 천둥, 낙뢰와 벼락은 각각 무슨 뜻

산에서 만나는 번개는 늘 무섭고 두렵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천태산에 오른 그날 북한산 만경대에서 50대 여성 등산객 2명이 낙뢰를 맞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한 1명은 100m를 추락해 숨지고 중상자 1명은 떨어지면서 중간 중간 걸린 나무의 완충 작용 덕에 60m를 떨어졌는데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가장 끔찍한 낙뢰 사고는 2007년 7월에 일어났다. 북한산 의상능선 용혈봉에 오른 10여명의 일행 중 4명이 바위 꼭대기 정상에서 갑작스럽게 봉우리에 내리친 낙뢰를 몸에 맞고 3명은 그 자리에서, 1명은 튕겨져 나가 15m 아래 바위에 부딪혀 숨졌다. 나머지 일행들도 낙뢰를 맞고 숲 속으로 튕겨져 나가는 등 부상을 당했다. 그날 용혈봉 정상을 향해 걷던 다른 등산객 중 일부도 등산로 계단에 심어놓은 쇠말뚝과 쇠줄을 잡았다가 감전되어 의식을 잃거나 부상당했다. 같은 날 근처의 수락산에서도 벼락을 맞고 1명이 희생되었다. 그날 수도권에는 8000여 회의 낙뢰가 발생했다.

북한산 용혈봉 지도 (출처 문화일보)

 

그러면 번개와 천둥, 낙뢰와 벼락은 각각 무슨 뜻일까. 번개는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번쩍하고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불빛이고 천둥은 그 번개가 일으키는 우렁찬 소리를 뜻한다. 번개는 종종 하늘에서 땅까지 내려와 나무를 쓰러뜨리고 심지어 사람까지 다치게 한다. 그런데 이때 우리는 이 번개를 번개라 부르지 않고 ‘벼락’이라고 부른다. 번개는 구름과 대지 사이인 공중에서 치는 것을 말하고, 벼락은 번개가 땅에까지 내려와 비교적 높고 뾰족한 곳에 떨어진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개는 하늘에서 치고, 벼락은 땅에 떨어져 무언가에 맞는다. 낙뢰(落雷)는 벼락이 떨어지는 것 혹은 벼락을 말하므로 벼락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낙뢰는 얼마나 일어날까. 기상청의 ‘2019년 낙뢰 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낙뢰는 연평균 12만7420회가 발생했다.

산악 전문가들은 “낙뢰가 칠 때는 사람이 표적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능선에 서 있지 말고 스틱 등 금속 소재 등산장비를 몸에서 멀리해야 한다” “낙뢰가 예상되는 날에는 목걸이 같은 쇠붙이는 몸에 지니지 말아야 하고, 외따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 밑엔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이어 놓은 쇠줄은 붙잡지 말고, 물기가 젖어 있는 바위도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산 위 암벽이나 큰나무 밑은 위험하고 스틱이나 우산 같이 긴 물건은 몸에서 멀리 하고 평지에서는 몸을 낮게 하고 골프나 낚시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장비를 몸에서 떨어뜨리라”고 말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 새포드의 길라 산(Gila Mountain)에 벼락이 내리치고 있다.

 

▲송호국민관광지

영국사나 천태산을 들를 때 더불어 다녀오면 좋은 곳이 있다. 영국사에서 가까운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의 송호국민관광지다. 양산면을 꿰뚫고 남에서 동북으로 흐르는 금강 상류 연안에 위치해 있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명승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양산면 일대 금강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덟 절경을 ‘양산팔경(陽山八景)’이라 하는데 이들 팔경 중 제6경인 여의정과 제8경인 용암이 이곳에 있다. 여의정은 관광지 솔밭 속 바위 위에 세운 정자고, 용암은 금강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기암이다. 제1경은 영국사이고 제2경인 강선대는 강 건너편 기슭에 6각 정자로 세워져 있다. 양산팔경의 나머지는 봉황대, 함벽정, 비봉산, 자풍당이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상류 용담댐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강물이 둑을 넘쳐 관광지 전체가 수해를 입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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