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잭 존슨, 흑인 최초 세계 헤비급챔피언에 등극

1904년, 승승장구하던 잭 존슨이 세계 헤비급챔피언 제임스 제프리즈에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챔피언이 “흑인과 경기할 수 없다”며 거절하는 바람에 존슨은 3년 후 제프리즈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던 전 챔피언을 링위에 쓰러뜨려 간접 분풀이를 했다. 제프리즈가 은퇴하고 캐나다 출신의 토미 번즈가 새 챔피언이 되자 존슨은 다시 번즈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번즈 역시 대결을 차일피일 미루며 호주로 꽁무니를 뺐다. 존슨은 그곳까지 쫓아가 경기를 성사시켰다.

1908년 12월 26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경기는 예상대로 일방적이었다. 14회에 접어들었을 때, 자칫 번즈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경찰이 경기를 중단시킴으로써 존슨은 흑인 최초의 세계 헤비급챔피언이 됐다. 흑인 챔피언을 인정할 수 없었던 백인들은 존슨을 쓰러뜨릴 ‘위대한 백인의 희망(The Great White Hope)’을 찾았고, 전 챔피언 제프리즈가 희망으로 떠올랐다. 1910년, 결국 존슨과 제프리즈가 맞붙었다. 백인들은 곧 고꾸라질 존슨을 상상하며 열광했고, 언론은 ‘세기의 대결’이라며 흥을 돋우었다. 존슨은 백인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기죽지 않고 입으로는 상대를 조롱하며 주먹으로는 상대를 난타했다. 결국 제프리즈가 15회에 경기를 포기하자 흥분한 백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으로 흑인 9명이 죽고 수 백명이 다쳤다.

이후 7년 동안 존슨은 절대강자였다. 그러나 1912년 존슨이 백인 여성과 결혼하는 바람에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화를 불렀다. 엉터리 법 적용으로 1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부부는 달아났다. 존슨은 해외를 떠돌다 1915년 쿠바 하바나에서 챔피언으로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어느덧 37세가 된 존슨은 신예 복서 제스 윌라드와 45회 경기를 가졌으나 결국 26회에 KO패했다. 이때 존슨이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백인의 화를 누그러뜨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 죄를 감해볼 생각으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1920년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그를 기다린 것은 1년간의 감옥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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