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 폐위… 3000년 왕조 무너져

신화는 기원전 1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티오피아 토착왕국의 시바 여왕이 이웃 히브리 왕국을 예방해 솔로몬왕과 눈이 맞았고, 이로인해 둘 사이에 태어난 베네리크가 20세기까지 살아남은 세계 최고(最古)의 왕조를 세웠다는 것이 신화의 시작이다. 그러나 신화는 역사가들에 의해 부정된다. 오랜 옛날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에서 셈족이 홍해를 건너 원주민을 정복해 이룬 것이 에티오피아 왕조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인만이 유일하게 흑인이 아니다. 원래는 갈색피부를 가진 셈족이었지만 아프리카의 태양에 오랜 세월 그을리다보니 사실상 흑인의 모습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그들을 가리켜 ‘에티오피아’ 즉 ‘햇볕에 탄 얼굴’이라 불렀다. 원시기독교의 일파인 곱트교를 믿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자신들만의 전통문자를 갖고 있는 나라도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가 유일하다. 신화를 따른다면 3000년 동안 면면히 이어오던 에티오피아 왕조의 명줄이 끊긴 것은 1974년이다. 스스로 ‘왕의 왕’으로 지칭하며 1930년부터 44년간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제 255대 황제 셀라시에가 군부에 의해 폐위된 것이다. 그의 한마디가 국민들의 행·불행을 좌우했지만 국민들은 노예제를 폐지하고 철도·고속도로를 건설하며 아프리카 통일에 깊은 관심을 보인 황제를 믿고 따랐다. 황제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6·25 때는 1개 보병대대를 파병했고, 남북이 첨예하게 체제경쟁을 할 때는 아프리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방한(1968년)해 대(對) 아프리카 외교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황제의 비극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착각 속에 너무 오래 안주한데 있었다. 1974년 2월, 봉급인상과 사회개혁 등을 요구하는 군부의 반란을 신호탄으로 노동자·농민·학생들의 민주화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황제의 검소한 사생활과 자선사업가로서의 이미지를 일거에 뒤집는 부정적인 모습과 부정부패 사실이 언론과 군부에 의해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철옹성같던 황제의 지위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9월 12일, 황제는 군부에 의해 폐위됐다. 1년간의 유폐 끝에 병으로 죽었다는 군부의 발표가 있었으나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에 매장됐는지는 비밀에 부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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